델 에스떼 풍경, 2009년 12월

관광/파라과이 2009. 12. 15. 07:56 Posted by juanshpark
토요일 아침이다. 보통은 토요일에 파라과이를 넘어가지 않는데, 오늘은 넘어갈 일이 생겼다. 토요일에는 대개 엄청난 인파가 몰린다. 상인들보다는 주로 관광객들이 넘어가는데, 다리가 하나이고 폭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보통 병목 현상으로 차량 운행이 어려워진다. 게다가 12월이다. 상인에게나 일반 사람에게나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시는 한몫 챙겨야 하는 상업적 명절인 것이다. 때문에 더더욱 델 에스떼로 넘어가는 인파가 많을 터.

아침 일찍 나섰지만, 역시 생각했던대로 늘어서 있는 차량이 오늘따라 더 길어보인다. 시간은 브라질 시간으로 아직 7시가 되지 않은 상황. 파라과이 시간으로는 채 아침 6시가 되지 않은 때인데, 벌써부터 차량이 세관에서부터 적어도 500미터 이상 늘어서있는 것이다. 어쩌면 한 1킬로미터 정도 될지도 모르겠다.
이런 북새통에도 먹고 살기 위해 새벽부터 나와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게를 홍보하는 사람도 있고, 영수증을 팔고 있는 사람도 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말이 새삼 생각난다. 날씨도 않좋고, 비까지 간혹 뿌려대는대도 여전히 호객 행위를 하면서 밥벌이에 힘쓰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손에 종이를 들고 있는 사람 뒤쪽으로 길게 늘어선 차량의 줄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최근에 국경에 생겨난 법률 사무소다. 브라질과 파라과이 양국의 협정에 의해 2010년부터는 Sacoleiro (사꼴레이로: 보따리장사꾼들)을 구제해 주기 위한 법이 시행되는 것인데, 보따리 장사꾼들을 위한 법률 상담을 해 주겠다고 큰 간판을 내 걸었다. 얼마나 많은 보따리 장사꾼들이 법의 혜택을 받게 될 것인지 궁금해진다. 어쩌면 그냥 허울좋은 법령일 수도 있다. 그리고 영세 상인들을 등쳐먹는 사람들도 좀 더 교묘하게 그렇게 할 수도 있겠다. 아무튼간에 사꼴레이로들이 법의 보호를 받으면서 물건을 들여올 수 있다는 점에서는 훌륭해 보인다. 시행되고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오는 차량에 비해서 가는 차량의 줄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보통 1시간 이상을 이렇게 서 있는 경우도 많고 좀 심할때는 2시간 이상 이렇게 있을때도 있다. 따라서 오래 기다릴 생각으로 좋은 음악이 있다면 좀 쉽게 기다릴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기다리기 싫은 사람은 모토택시를 타고 넘어가도 되겠지만, 몇 사람이 함께 움직이게 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내 경우가 꼭 그런 상황이다. 그래서 마음을 좀 진정시켜주는 음악을 듣고 있다.
운전석 창문 바깥의 백미러를 통해 찍은 사진. 내 뒤로도 엄청나게 많은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중간에 끼어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서는 아무튼 운전석에서 할 수 있는 짓은 아무거나 다 하게 된다. 내 경우 마침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기에 이것 저것을 찍어보게 된 것이다. 앞쪽으로 있는 차량들처럼 뒤쪽으로 있는 차량들도 답답해 보이기는 매한가지다.
그래도 아무튼 시간이 지나니까 세관까지 떠밀려 오게 되었다. 넓은 길이 갑자기 좁아지는 곳이 두 군데 있는데, 세관 역시 그 중 하나다. 와 보니 도보로 다니는 많은 인파가 널려있다. 그들을 등 뒤에 태우고 쌩쌩 달리는 모토 택시때문에 운전할 때 조심을 해야 한다. 모토택시들은 잠깐만 방심해도 옆으로 앞으로 끼어들기 일쑤다. 자동차는 그래도 좀 낫다. 모토택시 운전사나 승객은 그 잠깐의 방심때문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한정된 공간의 다리때문에 어쩔 수 없이 운행을 하고 이용을 하게 된다.
얼마나 많은 모토 택시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수 많은 모토택시들이 자동차의 옆과 앞과 뒤로 틈만있으면 비집고 들어온다. 그리고 자동차 사이로 쌩쌩 달린다. 몇 번을 타 보았지만, 스릴은 만점이다. 그리고 차량안에서 기다리며 지내는 시간에 비해서 아주 신속하다.
운전을 할 때 보행자 역시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그래서 더 천천히 다녀야 하기도 하고. 아무튼 국경을 넘는것이 까다롭지는 않지만, 이래 저래 여간 불편한게 아니다. 그래서 아예 마음을 비우고 느긋하게 생각해야 한다. 지금 듣고 있는 음악은 그런 경우에 아주 도움이 된다.
얼마나 많은 인파가 세관과 함께 있는 출입국 사무소를 들어가고 나오는지 길게 줄을 서 있다. 일부는 사무소에서 나와서 다리를 건너가기 위해 걸어가고 있다. 저 사람들은 결국 다시 들어올때도 저렇게, 혹은 저보다 더 길게 줄을 서야 할 것이다. 이 국경을 넘나드는 것은 아무튼 쉬운 것만은 아닌 것이다.
다리를 건너 델 에스떼로 가는 사람들의 행렬이다. 철조망이 저렇게 뜯어진 이유에 대해서는 언젠가도 언급을 한 적이 있지만, 밀수를 하는 사람들이 철조망을 뜯고 강으로 물건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아무튼 높이가 평균 80미터가 되는 다리이기 때문에 아래를 보면 아찔하기는 하지만 그 위로 수 많은 사람들이 건너다니는 것이다. 게다가 난간 역시 허술하기 짝이 없다. 어떻게 보면 다리에서 떨어지지 않고 건너다니는 것도 참 용타.
다리를 건너가면서 국경을 넘어간다. 브라질에서 파라과이로, 파라과이에서 브라질로. 오늘따라 엄청난 인파가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델 에스떼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다리는 그다지 막히지 않는다. 한산한 편이었지만, 세관에서의 불편함 때문에 차량들이 기어다니고 있었나보다.
이제 파라과이 땅으로 들어온 관광객들. 큰 손님들이 아니라 관광객이나 인근 지역에서 온 손님들일 뿐이다. 최근에는 점점 더 도매꾼들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 그보다는 관광객들에 의해서 소매가 되고 있다. 붐비기는 훨씬 더 붐비지만, 상인들에게는 그다지 환영할만한 분위기는 아닌 듯하다.
내 차 앞으로 길을 건너려고 서 있는 관광객들. 인근 지역에서 온 사람들처럼 보인다. 아무튼 파라과이 델 에스떼의 12월 어느 토요일 오전의 풍경을 좀 올려보았다.

2010년부터 시작되는 보따리 장사꾼들의 법이 활성화되면 델 에스떼 상권이 좀 더 발전될까?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델 에스떼가 한창 활성화 되었을 무렵에는 브라질로부터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와같은 성황은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국경에서의 감시가 까다롭고, 파라과이 델 에스떼 시장의 물가가 생각보다 좋지 않기 때문이다.

안타까운것은 델 에스떼 상가가 한창 잘 나갈때, 그때 델 에스떼 시는 앞으로 닥칠 경제 위기에 대해서 전혀, 하나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관광객들을 상대할 수 있는 관광 인프라를 하나도 구축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 결과, 상인들이 드나들지 않는 상황에서 관광객들의 작은 주머니에 의존해야 하는데, 정작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는 인프라가 없는 것이다. 당장, 관광객이 어디가서 쉽게 밥이라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없는 것이다. 식당조차 부족하니 다른 부면은 말해 뭐하겠는가!

그렇기는 하지만, 아무튼 인파가 몰리고 있는 이곳이 당분간은 사람구경이라도 할만한 곳 아닐까 싶다. 아참, 내 친구의 경우는 델에스떼가 이타이푸보다 더 매력있는 곳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여러분들도 한 번쯤 와볼 만한 곳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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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an 의 라틴 아메리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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