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 Juan에 대한 이야기

문화 2010. 1. 21. 10:51 Posted by juanshpark

남미에서 사용되는 스페인식 남성형 이름의 일부: 몇개나 되는지 세 보세요.^^

마음에는 썩 들지 않지만, 그냥 그냥 지내다보니 그런대로 주변과 얼기설기 조화가 되어 보이는, 뭐 그런거 혹시 아십니까? 소개를 하죠. Latin America 이야기의 주인장 Juan 입니다. 바로 제가 사용하는 이름 Juan 이 그런 겁니다. 제 이름 Juan은 제 이민 생활 26년동안 내리 사용해온 이름입니다. 처음에는 파라과이에서 그 다음에는 아르헨티나에서 사용을 했고, 마지막에는 브라질에서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Juan이라는 이름이 너무 촌스러워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이제는 너무 오랫동안 사용해온 이름이라 다른 이름으로 바꾸는 것조차 부담스런 이름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무래도 무덤까지 이 이름을 가지고 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현지인들은 Juan이라는 이름이 제 한국 이름과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를 궁금해 합니다. 하지만 제 한국 이름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다만, 이민을 오신 다른 분들처럼 이곳 현지에서 제 이름을 본명으로 부르는 것이 힘든 현지인들을 고려해서 스페인식, 혹은 브라질식 이름으로 바꿔 부르게 되는 거죠. 제 이름도 그렇게 해서 시작이 되었습니다. 이민을 오자마자 그렇게 불리게 된 것이죠.

어떤 분들은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다들 자기가 좋아하는 이름을 자신에게 붙이는데 원한다면 그렇게 해 보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처음에 제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제가 원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처음 이민을 와서 어떤 외교관의 자제들을 가르친 적이 있었습니다. 그 가정에서 제 이름을 Juan이라고 부르게 되었는데, 그게 시간이 지나면서 습관이 되어서 나중에는 그 이름으로 제 소개를 하기도 하고 워 그렇게 된 거죠. 이름이 마음에 들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편의상 그렇게 부른것이 나중에는 이름이 되어 버린 셈입니다. 그래서 주변의 한국분들이 알레한드로(Alejandro), 세바스티안(Sebastian), 프란시스코(Francisco), 안드레스(Andres), 알프레도(Alfredo), 플라비오(Flavio), 마르셀로(Marcelo), 에두아르도(Eduardo), 베르나베(Bernabe), 파비오(Favio), 크리스티안(Cristian), 에드문도(Edmundo), 엔리케(Enrique), 세르히오(Sergio), 브라이안(Braian), 아드리안(Adrian), 다니엘(Daniel)등등 예쁘고 그래도 좀 멋있는 이름을 붙이는 동안 저는 줄곧 후안, 그 흔하디 흔한 후안으로 불리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좀 지나자 재밌는 일도 벌어지게 되더군요. 물론 이름때문에 생기는 재밌는 일 말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오신 분들이 자신의 이름을 거창하게 프란시스코나 마르셀로로 붙이는 동안 살펴보았는데, 어느 한 분도 후안이란 이름을 붙이시는 분들은 없더라는 거죠. 하긴 제가 생각하기에도 흔하디 흔하고 촌스럽게 보이는 후안 이란 이름으로 불리고 싶었겠습니까? 그래서 다들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이름을 전화번호부에서 찾아보고, 그 것으로 자기의 이름을 삼다보니 제 주변에는 마르셀로도 몇 명이고 프란시스코도 몇 명, 다니엘도 몇 명, 안드레스도 몇 명 이런식이 되더라는 거죠. 어차피 한국인들끼리는 한국식 이름으로 부릅니다. 예를 들어 길동아~! 춘향아~! 하고 말이죠. 문제는 현지인을 만났을 때, 자기 소개를 홍길동입니다~! 혹은 성춘향입니다~! 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마르셀로 홍 입니다. 혹은 저는 소피아 성 입니다 라고 소개를 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문제는 한국인들끼리는 마르셀로가 누군지, 소피아가 누군지,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잘 모른다는 겁니다. 그러니 나중에 어떤 현지인이 자기가 마르셀로 홍을 안다고 하면, 그 마르셀로가 길동인지 철수인지를 모른다는 겁니다. 그런데 제 이름 후안은 어느 누구도 붙이지 않고 독보적인(예, 독보적으로 촌스럽고 흔하죠) 이름이다보니 후안 박입니다 라고 소개를 하고 그 현지인도 나는 후안 박을 안다라고 하면 금새 그 후안이 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겁니다. 이런걸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할려나요? 아니면 새옹지마라고 해야 할려나요. ㅋㅋㅋ

세월이 지나면서 제 주변에는 저를 후안 박으로 인식하는 분들이 무지무지 많아졌습니다. 제가 사귀는 현지인 친구들의 숫자도 무지무지 많아졌고, 그들은 모두 저를 후안 박으로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인들 사이에서도 제 이름을 후안으로 부르는 분들이 많다보니 이제는 증명들에만 나오지 않을 뿐, 제 이름은 Juan 박 이 되어 버린 셈입니다. 더더구나 지금 포즈 두 이과수처럼 한국인들이 별로 많이 않은 곳에 살게 되니까, 제 본명은 점점 잊혀져가고 Juan이라는 이름만 더 남게 되는 환경이 만들어져가는 느낌입니다.

그런 제게 이름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2001년에 아르헨티나에서 브라질로 이주를 하게 된 거죠. 아시다시피 브라질에는 포르투갈어를 씁니다. 브라질에서는 후안이 아니라 죠앙으로 불립니다. 당근 죠앙으로 불리기 싫은 나는 이름을 바꿨습니다. 평소에 좋아하던 글자였던 F를 사용하는 이름을 골라서 Flavio(플라비오)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그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 브라질에 오자마자 명함도 맞췄습니다. 디자인도 제가 하고 아무튼 이럭 저럭해서 플라비오라는 이름으로 알려주기 시작했는데요.... T^T 제가 잊고 있던 것이 하나 있었다는 거죠. 이주한 꾸리찌바에도 저를 후안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꽤 살고 있었다는 거....

그분들은 제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더군요. 후안으로 할래, 죠앙으로 할래.... 뭐, 이런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죠앙은 정말 더 촌스러워 보이더군요. 그래서 후안으로 하겠다고 했죠. 그래서 한동안은 제 명함도 있고 그래서 후안 플라비오라고 저를 소개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가면서 그게, 그러니까 이름이 길다는것이 좋은게 아니더군요. 그래서 결국 플라비오를 떼어네고 후안으로 이름을 굳혔습니다.

재밌는 것은 브라질 사람들, 그러니까 포르투갈어를 하는 사람들은 후안이라는 이름을 발음하기를 무척 힘들어 한다는 겁니다. 죠앙은 쉬운데 후안은 어렵습니다. 제 이름을 후안이라고 소개하면 입을 크게 벌리고 고개를 아래로 숙이며 후"아~안 이라고 발음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게 좀 미안하기는 한데 제 이름을 바꾸지 못하는 분풀이대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 번은 이과수에서 좀 권위가 있는 분을 만났습니다. 브라질 사람이죠, 예. 그 분이 몇몇 브라질 사람들하고 있는 자리에서 제 이름을 들으며 저에게 죠앙이라는 분위기는 없다고 하시더군요. 도대체 죠앙이라는 분위기는 어떤 걸까요? 그래서 스페인어로는 후안이라고 불렀기 때문에 브라질에서 죠앙이라고 그랬더니, 제 분위기는 후안이 더 맞다고 하시더군요. 즉 이름에 분위기가 있다는 것인데, 그 점은 저도 동감은 하지만, 죠앙이라는 분위기는 없고 후안이라는 분위기는 있다? 좀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뭐가 다르다는 것이었을까요?

아무튼 그래서 브라질로 이주를 한 이후에도 제 비공식적인 현지식 이름은 후안이 되었습니다. 가끔 어떤 분들이 저를 주앙으로 부르시는 분도 계시고 어떤 아주머니(집사람의 친구인데 아주 예쁜 딸이있음)는 저를 이라고 아예 영어식으로 부르는 분도 있구요. 그래도 거의 대부분은 그냥 스페인어 이름으로 후안이라고 불러 주십니다. 이래저래 처음부터 그다지 마음에 드는 이름은 아니었지만, 세월이 흘러가다보니 ㅡ, 그렇죠? 벌써 26년째 이 이름을 사용하다보니 이젠 어느 누가 후안이라고 불러도 그게 내 이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하죠? 혹시 여러분도 이민을 가시게 되거나 외국으로 여행을 하실 기회가 생긴다면, 근사한 이름을 하나씩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저처럼 시간이 지나가면서 이름때문에 고민하는 그런 분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ㅎㅎㅎ


이름에 관련된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이야기들:
나탈리아(Natalia)나 아드리아나(Adriana)역시 한국인 아가씨들이 많이 차용하는 이름입니다. 그런데 그 이름들을 한국식으로 들으면 아주 묘~합니다. ㅋㅋㅋ. 나딸리아는 나, 딸이야~! 라는 말로 들립니다. 그래, 너 딸이야, 누가 뭐래? 이런 소리를 농담으로 주고 받습니다. ㅎㅎㅎ;; 아드리아나는 아들이하나로 들리기도 합니다. 이름을 지을 때, 이런 점도 생각하면서 짓도록 해야 할 듯 합니다.

본명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좀 황당할 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본명이 Chung Hyun Jung 이라는 분이 있다고 하십시다. 스페인어를 쓰는 국가에서 성(性)은 제일 뒤에 오니까 Hyun Jung, Chung이 되겠지요? 그런데 현지 사람들에게 H는 묵음이 되어서 발음을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남미에서 y는 가끔 ㅈ 으로 발음하기도 합니다. 그럼 한번 읽어보십시오. 준 훙 쭝이 되죠? 성부터 발음하면 쭝훙준이라고 발음하겠지만, 젤 마지막 준자는 쭝으로 들릴 겁니다. 이렇게 되는거죠. 쭝훙쭝~ 결국, 그 발음이 듣기 싫어서라도 이름을 차용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현상이 브라질로 넘어오면 더 심해집니다. 브라질에서는 끝 발음이 g로 끝날경우 끝에 y 발음을 하나 더 붙여 "~기"로 발음을 합니다. 또 n으로 끝나는 단어가 거의 없고, 그렇게 끝날 경우 "~앙" 으로 발음하기 때문에 위 이름을 이렇게 발음하게 되겠지요. 슝기유~웅중기 가 될 것입니다. 물론 브라질에서는 그렇게 이름 전체를 부르는 경우는 흔하지 않습니다. 그냥 한 자만 따서 슝기 라고 부를 것입니다. 아니면 이름자중 하나를 선택해서 유~웅 이라고 부르거나 중기 라고 부르겠죠. 그게 싫으면, 그냥 현지식 이름을 하나 차용하던가요. ㅎㅎㅎ;;


남미 사람들의 일상과 관련된 글을 좀 더 읽으시겠습니까?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

  현지인에게 한국어 가르쳐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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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an 의 라틴 아메리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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