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 월드컵 후기

문화/스포츠 2010. 7. 14. 19:34 Posted by juanshpark

2010 남아공 월드컵은 제게 좀 특이한 월드컵이었습니다. 이전에도 월드컵 경기를 보기는 했지만, 이번처럼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돌아다니며 살펴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조용히 집안에서 혹은 친구 집에서 TV를 통해 본 것이 다였거든요.그런데, 이번 월드컵에서는 DAUM 과의 계약때문에 사람들의 반응을 살피기 위해 일부러 사람들이 많은 곳을 찾아다니며 경기를 관전하였습니다. 물론 손에는 카메라를 들고 다녔죠. ㅋㅋㅋ;; 그렇게 월드컵 경기를 지켜 보면서 월드컵과 관련해 몇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게 저만의 생각일지라도, 아무튼 월드컵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계기가 되었기에 여기에 올려봅니다.

첫째, 월드컵은 인류의 화합을 위한 게임이 아니다라는 겁니다.
예, 제가 느낀 월드컵은 화합이 아니라 경쟁과 분열이 특징을 이루는 특별 이벤트였다고 생각합니다. 경기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국가에 따라 서로 경쟁을 하고 분열이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상은 "공 하나로 인류가 연합"라는 것이었을지 모르지만, 현실은 "공 하나때문에 인류가 경쟁"하게 되더군요. 또 게임이기 때문에, 게임의 룰 혹은 결과 때문에 승패가 가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응원하는 사람들은 경기 그 자체로 즐거워하는 것이 아니라, 승리했을 때에만 즐거워 했습니다. 당연히 패자측에서는 시무룩했고, 고개를 떨구고 그냥 집으로들 들어가더군요. 그게 당연한 행동이기는 하겠지만, 이벤트 자체로 즐거워하는 경우는 보기 드물었습니다.

선수들 사이에서도 기대했던 화합은 볼 수 없었습니다.  TV 화면으로 보여주는 경기는 연거푸, 파울과 퇴장으로  멈춰지는 장면의 연속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축구는 호전적인 게임이고, 각 경기에 나간 선수들은 "전사"에 비해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스포츠고, 게임입니다. 신사적이 될 필요까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파울이 난무하고 퇴장까지 되는 경우를 보는 것이 그리 유쾌한 광경은 아니었습니다. 이전에도 축구 경기는 계속 그랬겠지만 특별히 이번 월드컵의 제 느낌이 그렇게 된 데에는 이런 저런 조건이 모두 성립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결국, 제가 느낀 이번 월드컵의 성격은 긍정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니, 부정적이 되었고, 앞으로 이런 국제적인 스포츠 이벤트에 대해 좀 냉소적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둘째, 월드컵은 철저하게 그리고 노골적인 상업적 이벤트라는 거죠.
이 주제는 비단 저만이 느낀 것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벌써 한국에서도 한 방송사가 중계는 물론 응원하는 문제까지 권리를 주장하는 바람에 여러 블로거들도 이 문제를 다룬 것으로 압니다. 제가 느낀 것은 한국의 문제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돈이 관련된 월드컵이었고, 선수들 개개인의 몸값에서부터, 경기 후 포상금까지 모두 돈 잔치를 하는 것을 살펴보았습니다. 유니폼과 운동화를 비롯해서, 축구공과, 경기장의 서포터들, 그리고 TV 방송 중계권은 물론 광고까지, 월드컵은 모두 다 상업적인 가치 아래 인류를 한 방향으로 몰고가는 사람들의 주머니만 두둑하게 해 주는 결과가 아니었나를 생각하게 했습니다.


차라리 동네에서 각 나라의 유니폼을 팔고, 이런 저런 의상과 악세사리로 한 몫을 본 사람들의 경우는 애교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대형 TV를 걸어놓고, 손님들을 끌어 대목을 본 식당 주인들의 경우도 그냥 눈감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좀 더 윗선에서 테이블에 앉아서 65억 인구를 대상으로 그 흐름을 만든 사람들은 대부분 경기는 관심이 없고 그로인해 창출되는 이권에만 관심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배후의 움직임에 끌려가는 희생자들일 뿐이라는 생각, 그 와중에 자기가 지지하는 나라의 팀이 경기를 하기 때문에 약간의 즐거움을 선사 받는다는 생각등. 그런 생각과 느낌이 많이 들게 했습니다.


셋째, 무엇이 사람들을 그처럼 광분하게 하는가? 라는 주제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월드컵에서 설령 자신이 지지하는 팀이 이겼다고 하더라도, 그게 그들 생활에 무슨 영향을 준다고,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와서 국기를 휘둘러대며 즐거워 하는 걸까요? 파라과이의 경우, 거리로 뛰쳐나와 환호하던 사람들은 급기야 돌을 집어던지고 난동을 부려서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도대체 무엇에 영향을 받은 것일까요? 그게 상당히 궁금했습니다. 자신의 나라가 승리를 해서, 세계인이 자신의 나라를 알게 되는 것이 자신의 생활을 접고서라도 즐거워해야 할 일입니까? 그게 자신과 어떤 상관이 있는 것일까요?


심지어 브라질의 경우는 월드컵이 시작되자마자 올해의 GDP가 1200억불이 줄 것이라고, 즉 월드컵으로 인한 직접적인 생산량이 차질을 빚을 거라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월드컵이라고 하는 것이 힘이 있는줄은 알았지만, 과연 그런 차질을 빚으면서까지 보아야 할 행사인지, 궁금해집니다. 게임을 그냥 게임으로 보는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았다는 것을 직접 보면서, 월드컵 배후의 힘이 참 교묘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넷째, 요즘은 인기를 위해서는 운동 선수에게 붙는 것은 물론 옷을 벗는 것이 유행인 모양입니다.
스포츠 선수들이 인기가 있다보니, 그 선수들에게 빌붙어서 인기를 누려보려는 사람들이 꽤 되는 것 같았습니다. 한국에서도 여성 연예인들이 아무개 선수에게 애정공세를 펴는 일이 있었지만, 남미에서도 특이한 방법으로 사람들의 주의를 끈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예컨대, 아르헨티나의 모델 하나는 아르헨티나가 우승할 경우, 마라도나가 누드로 뛰겠다는 이야기에, 자신의 트위터에서 "디에고, 너 혼자 뛰게 하지 않을게"라며 자신도 누드가 되겠다고 약속을 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파라과이의 한 모델 역시 특정 게임을 앞두고 자신이 원하는 결과에 이르면 옷을 벗겠다고 약속을 했고, 게임이 자신이 원하는 결과로 끝나지 않자 상반신 누드로, 그리고 나중에는 구실을 붙여 결국 옷을 다 벗었습니다. 자신의 인기 때문이기는 했겠지만 월드컵을 이용하는 그 모습이 그리 멋져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아니, 추잡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또 카메라에서 가끔씩 잡아서 보여주는 여자들의 경우도 경기를 빙자해서 광고를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냥 평범한 사람들만 이렇게 저렇게 치이는 것이 바로 이런 이벤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섯번째, 월드컵 기간중의 게임은 모르핀 같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걸 전적으로 보도한 언론은 돌팔이 의사짓을 했다는 거죠. 심지어 한국의 한 신문에서는 월드컵이 중동에 평화를 가져왔다는 기사를 냈습니다. 전, 그 기자가 도대체 평화가 뭔지는 아는지 궁금했습니다. 월드컵에 정신이 팔려 잠시 중단된 학살이 평화입니까? 인류가 처한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월드컵은 잠시동안 문제를 잊을 수 있는 알코홀이나 진통제같은 역할을 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진짜 전문가들이라면 그렇게 진통 효과가 있는 동안, 다음 해결책에 대해서도 고심하고 있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냥 모르핀에 의한 진통 효과가 정말 병이 낫게 한 것처럼 떠들어대고 있는 모습에 한심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한 국제적 이벤트였고, 집안에서만 살펴보던 것을 거리에 나가 사람들과 호흡을 하며 살펴본 월드컵이었습니다. 좀 엉뚱하고, 어쩌면 바보스럽기도 한 생각일 수 있겠지만,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저만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안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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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leebok.tistory.com BlogIcon 빨간내복  수정/삭제  댓글쓰기

    상업성의 극치는 FIFA죠. 한두해 해온 장사가 아니니 그들의 장사수완은 대단하답니다. 한달동안 전세계를 마비시키는 마력의 뒤에는 FIFA의 상업성이 분명히 존재하죠. 그래도 전 축구가 너무 좋아서....ㅠㅠ

    2010.07.15 10:23
    • Favicon of https://infoiguassu.tistory.com BlogIcon juanshpark  수정/삭제

      저두 축구는 좋아하지만, 이번에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냥 순수하게 좋아하는 걸로 남기로 했구요. ㅎㅎㅎ

      2010.07.18 14:42 신고
  2. 김재환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벨란제 전 피파 회장(브라질)때부터 월드컵은 상업적으로 변모해왔습니다. 그전까지만해도 월드컵은 국가간 대항전이란 개념이 강하였지만, 아벨란제 회장이 취임하고나선, 스폰서를 도입하고 월드컵에 경제개념을 심어놓아, 월드컵을 보다 더 크고 풍성하게 만들었으나, 상업의 장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도 받고, 암튼 호불호가 뚜렷합니다;

    2010.07.15 11:46
    • Favicon of https://infoiguassu.tistory.com BlogIcon juanshpark  수정/삭제

      스포츠를 상업에 이용하는거 정말 보기 싫습니다. 발전이 된다고는 하지만, 그게 정말 발전인지는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2010.07.18 14:42 신고
  3. 익명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10.07.15 13:28
  4. Favicon of http://www.markjuhn.com BlogIcon mark  수정/삭제  댓글쓰기

    FIFA의 돈버는 상술과 마케팅은 알아줄 만 하지요. 그런데 광장같은데 대형 스트린을 설치하여 사람들이 모여서 응원하게 한나라의 원조는 우리나라가 아닌가요?

    2010.07.15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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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거 같습니다. 한국이야말로 길거리 응원의 원조라고 해도 될 듯 합니다. 앞으로는 그걸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도 꽤나 괜찮은 콘텐츠가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ㅎㅎㅎ

      2010.07.18 14:43 신고
  5. 김재환  수정/삭제  댓글쓰기

    음... 수많은 인파들이 한곳에 똑같은 붉은색상 옷을 입고 한나라를 응원한건 대한민국이 유일할것이며, 외신들도 그렇게 보도했었구요... 하지만 그건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부터 시작했었죠. 영국은 트리팔가광장에서 영국국민들이 모여서 자국팀을 응원했었죠. 물론 스크린을 설치해서 응원했었구요 단지 한국처럼 대규모로 모여서, 목청이 터져라 자국을 부르짖진 않았다고합니다(제친구가 영국으로 중학교때부터 유학간놈이라 들었습니다). 대한민국 단체붉은응원이 전세계 원조라고 하기엔 힘들지만, 그 규모나 단일성에는 최고라고 볼수도있겠습니다 -_-;

    2010.07.16 11:24
    • Favicon of https://infoiguassu.tistory.com BlogIcon juanshpark  수정/삭제

      예, 그런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그걸 관광 콘텐츠로 삼는 것도 좋을 듯 싶습니다. ^^

      2010.07.18 14:47 신고
  6. 지나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 남아공월드컵보고 축구란 게임이 재미난거구나란걸 알게 됐지만요

    어디서 읽은 말처럼 전쟁대신 치러지는 국가대 국가의 합법적 전쟁이랄까..

    그래서들.. 그렇게 광적으로 응원한다고 하더라구요

    스포츠도 경제원리를 이용해 상업화하는게 100%다 나쁘다고는 할수없지만.
    상업적 원리가 본래의 취지나 의도보다 더 우선시 되는건 저또한 좋지못한 행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걸 이용하려는 기업들의 상업성도 못마땅하구요

    2010.10.28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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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튼 다음 번 월드컵에는 좀 더 편안하게 게임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답니다. ^^

      2010.11.04 17:48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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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an 의 라틴 아메리카 이야기
이 블로그는 이과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에 더해서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게 되었습니다. 남미는 더이상 신비의 땅이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보가 부족합니다. 이 방에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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