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로 이민을 오신 한국인들, 특히 스페인어권으로 이민을 오신 분들의 고국 방문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이민오신 연수가 점점 깊어지면서 고민하시는 한국인들이 많은데, 스페인어는 생각보다 더디게 늘고 한국어는 생각보다 빠르게 잊어버리게 되기 때문에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렇게 스페인어에 능통하지 못하신 분들도 고국을 방문하시게 되면, 자신도 모르게 이런 저런 스페인어가 튀어나간다고 합니다. 당연히 스페인어에 익숙하지 못하신 본국의 국민들이 이해를 하실리가 없죠. 하지만, 아무튼 그렇게 해서 외국에서 오셨다는 것을 밝히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아 보입니다. 그렇다면, 남미에서, 특히 스페인어권에 살다가 고국으로 들어가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스페인어는 무엇일까요?



첫번째 기억이나는 단어로는 아마도 비닐 봉투나 종이 봉투를 일컫는 말 즉 볼사(Bolsa)라는 말을 아주 많이 쓰신다고 합니다. 시장을 가서 이것 저것을 고르고서 상인에게 그런다고 하네요. "아줌마, 거기 볼사하나 주세요~" 라고 말입니다. 당연히 물건을 파시는 상인 아주머니가 볼사라는 말의 의미를 알 수 없을테니, 거기서 한바탕 웃음판이 벌어지지 않을까요? 의외로 볼사라는 단어가 제일 많이 튀어나온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습니다.


또 다른 스페인어 단어로서 고국에서 많이 쓰게되는 단어는 모퉁이 혹은 코너를 의미하는 에스끼나(Ezquina)라는 말이라고 합니다. 흔히들 고국을 방문하시게 되면 너무 많이 변해버린 도시의 모습에 압도된다고 하네요. 그래서 처음 고국을 방문하시는 분들은, - 뭐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요. - 택시를 타는 경우가 흔한데, 그 경우 기사에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이렇게 말씀하시게 된다고 하네요. "기사 아저씨, 저기 에스끼나에서 세워 주세요~" 라고 말이죠. 기사라면, 도대체 저기 에스끼나가 어딘지 모르시겠지만요. ㅎㅎㅎ;;


스페인어는 물론, 포르투갈어를 쓰는 브라질에서도 인사는 흔하게 쓰입니다. 안녕 Hola!, 안녕하세요? Como esta? 또는 감사합니다 Gracias. 실례합니다 Permiso. 그리고 부디와 좀 Por favor.... 이런 표현들은 어디나 많이 쓰이게 되겠지만, 고국을 방문하시는 교포들이 많은 경우 느끼는 이질감이 고국에서는 이런 표현들을 별로 쓰지 않기 때문이라 하더군요. 그래서 이런 표현을 사용하게 되면 금방 외국에서 온 사람이라는 티를 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한 예로 후배 하나가 처음 고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공항에서 택시를 잡아 타면서, 아주 완벽한 한국어로 택시 기사에게 "안녕하세요?" 라고 말을 걸었다고 합니다. 이 친구는 아르헨티나에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아르헨티나에서 하는 식으로 택시 기사에게 올라? (Hola?) 라고 하는 말을 한국어로 번역해서 말한 것입니다. 그런데, 택시 기사가 대뜸 그러더라고 하네요. "외국에서 오셨죠?" 라고 말입니다. 어안이 벙벙해진 이 친구, 자신의 한국어 발음이 안 좋았나... 라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나중에야, 인사를 한 것 때문에 외국에서 왔다는 것을 알아챘다고 하더군요. 한국인들의 경우, 택시를 타면서 인사를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합니다. 그냥 "압구정동~!" 이라고 한다고 하네요. 그게 사실이라면, 정말 인사를 할 여유도 없는 사람들이 사는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이야기는 웃음보다는 서글픔을 자아내는 이야기라는 생각도 듭니다.


또 이런 경우는 어떨까요? 이민이든 해외출장이든, 자주 외국에 나가다보면, 그곳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보니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다른 점보다는 비슷한 점이 많은것에 익숙해져서 살게 되지요. 그러다보면, 자신이 살고 있는 곳이 외국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될 수 있습니다. 물론 눈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보이겠지만, 자기 자신의 얼굴을 의식하고 다니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외국인이라는 생각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오히려 눈에 한국인들이 비취면 특별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더더구나 동양인이 별로 거주하지 않는 지역에 거주하는 경우라면 하루 중 어떤 때에 동양인을 만나게 되면 반갑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죠. 그런데 본국을 방문하게 되면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 가운데 한국인들이 제일 많겠죠? 그때 이렇게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다고 합니다. "와~ 여긴 한국인이 디게 많군...." 이라고 말이죠. 옆에서 그 말을 듣는 한국인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이 되십니까?


또 이런 경우는 어떨까요? 식당이나 공공 장소를 가서 보면, 보통 대개 귀에 들어오는 말들이 스페인어입니다. 당연하죠? 스페인어권에서 사니까 스페인어가 귀에 들려올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근데, 시간이 지나며 스페인어가 들어오는 시점이 되면, 들려오는 말이 스페인어라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됩니다. 그냥 이해를 하게 되니까 그 들려오는 말이 한국어인지 스페인어인지 흘려듣게 되는 거죠. 오히려 주변에 한국어를 하는 사람이 있으면 한 번 더 쳐다보게 됩니다. 그런데, 본국을 나가보면 옆에서 이야기하는 모든 대화가 한국어입니다. 그때, "이야~ 한국어 굉장히 잘하네~!!!" 라고 말을 한다면, 원숭이 보듯 보지 않을까요?

사실 위의 세 예는 모두 제 주변의 사람들이 경험한 이야기들입니다. 그리고 남미에서 본국을 방문하시는 분들에게서 많이 들은 이야기들 중의 하나입니다. 정말, 생각하지 않았던 실수(?)들을 경험하게 되는거죠. 생각하지 않았던 실수들이 있어서 오랜만에 방문하는 고국에서 웃음을 자아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아직 저는 고국을 방문해보지 않았습니다. 이민을 나온지 26년이 되었지만요. 한번쯤 한국으로 여행을 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실현이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가끔은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저두 고국에 나가면 위에 언급한 실수들을 저지를까?라는 생각을 해 보며 웃음을 짓게 됩니다. 하지만 실수를 한들 어떻겠습니까! 고국에 나가기만 한다면 말이죠.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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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blog.daum.net/design11111 BlogIcon Yujin  수정/삭제  댓글쓰기

    앗, 이름이...Juan~~
    제가 아는 아르헨티나인 이름도 Juan이라서 저는 한국인 이름인 줄알았어요...ㅋㅋ

    2010.09.26 23:54
  2. Favicon of http://www.likewind.kr BlogIcon 바람처럼~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정말 오래되셨군요
    한국에 한번 오시면 정말 깜짝 놀라실거 같은데요? ^^
    하긴 군대 2년만 가도 습관때문에 어색하고 이상한 말이 튀어나오는데
    이민 가신 분들이 고국을 방문하면 상상이 충분히 됩니다 ㅎㅎㅎ

    2010.09.27 00:03
    • Favicon of https://infoiguassu.tistory.com BlogIcon juanshpark  수정/삭제

      제게는 한국이 오히려 더 외국이죠. 말 통하는 외국.
      이곳에서는 어딜 가나 막힘이 없지만, 한국에 나간다면 아마도 금방 촌놈될 듯. ㅎㅎㅎ

      2010.09.27 19:16 신고
  3. Favicon of http://gosu1218.tistory.com BlogIcon gosu1218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 택시 이야기는 정말 조금 서글프네요;;
    인사한 것만으로 대번에 외국에서 살다 온 것을 알아채다니;; ㅜㅜ

    2010.09.27 01:00
    • Favicon of https://infoiguassu.tistory.com BlogIcon juanshpark  수정/삭제

      그러게 말입니다. 외국에서는 한국을 동방 예의지국이라 하지 않고 동방 무례지국이라고 한다네요.

      2010.09.27 19:17 신고
  4. 감사~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10.09.27 01:58
  5. kyu  수정/삭제  댓글쓰기

    궁금한데요.. 남미에서는 정말 다른 사람들의 집을 연락없이 갑자기 방문하는 게 일상이자 거기 문화인가요?..

    주변에 아시는 분들이 아르헨티나에서 오래 살다가 오셨는 데.. 여러차례 연락도 없이 계속 불쑥불쑥 집에 찾아오셔서... 다른 분들한테 물어보니 그분들이 남미에서 오셔서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벌써 몇번 그분들꼐 연락한번이라도 하고 오시라고 말해도... 소용이 없네요..^^;

    2010.09.27 03:09
    • Favicon of https://infoiguassu.tistory.com BlogIcon juanshpark  수정/삭제

      에이, 그게 남미 스타일은 아니죠. 오히려 현지인들은 집주인에게 물어보고, 허락을 받아야 갈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이야 좀 덜하고, 또 아르헨티나 한국인들은 친하게 지내는 사이일 경우 그렇게 대책없이 들이닥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전화를 걸고 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만해도 그렇게 살았구요. Kyu 님이 말씀하신 아르헨티나 출신 한국인분은 아르헨티나에서 그렇게 사셨던 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건 사람의 문제이지 어떤 환경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2010.09.27 19:19 신고
  6. 익명  수정/삭제  댓글쓰기

    비밀댓글입니다

    2010.09.27 05:10
  7. Favicon of http://leebok.tistory.com BlogIcon 빨간내복  수정/삭제  댓글쓰기

    정말 재미있는 글입니다. 전 다른건 몰라도 택시타면 인사는 꼭 할것 같습니다. ㅎㅎㅎ

    2010.09.27 10:07
    • Favicon of https://infoiguassu.tistory.com BlogIcon juanshpark  수정/삭제

      예, 아마도 저두 그럴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제가 한국을 나가게 된다면, 반바지에 티셔츠 하나 걸치고 가지 않을까 싶군요. ㅎㅎㅎ

      2010.09.27 19:20 신고
  8. Favicon of http://www.markjuhn.com BlogIcon mark  수정/삭제  댓글쓰기

    juan님의 포스팅을 보면 남미생활을 아주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어요. 이민생활하는 모습을 많이 이해할 수있죠.

    2010.09.27 23:24
    • Favicon of https://infoiguassu.tistory.com BlogIcon juanshpark  수정/삭제

      되도록이면 이민 생활이 무언지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삼개국의 문화와 관광도 중요하지만 이민생활 포스트도 가끔씩 올려보려구요. ㅎㅎㅎ

      2010.09.29 22:58 신고
  9. 알 수 없는 사용자  수정/삭제  댓글쓰기

    좋은 포스트 그라시야스 : ) 입니다.

    2010.09.28 02:19
  10. Favicon of https://ipad.pe.kr BlogIcon 낚시의시간*****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몰랐던 정보 감사합니다. ^^ 사실 남미는 가보기 두려운 생각을 가끔해요.

    2010.09.28 10:06 신고
    • Favicon of https://infoiguassu.tistory.com BlogIcon juanshpark  수정/삭제

      잘 몰라서 그렇지, 여기도 사람사는 곳이랍니다. 언어 문제는 부차적인 문제지요. 손짓 발짓으로도 언어가 통하니 말입니다. ㅋㅋㅋ

      2010.09.29 22:59 신고
  11. vic  수정/삭제  댓글쓰기

    ㅎㅎ 내경험 상으로는 또 놀라거나 다르게 느끼는것은 간판들.. 건물들에 쫙 부터있은 엄청난양의 한글 간판들이 놀랍더라구....

    2010.09.29 02:49
  12. ㅎㅎ  수정/삭제  댓글쓰기

    저도 한국이 외국이라고 생각한답니다. 하지만 한국에 있는 친척들이 제 생각에 수긍을 못 하더군요.
    이상하게 보던데..

    2010.10.01 12:05
    • Favicon of https://infoiguassu.tistory.com BlogIcon juanshpark  수정/삭제

      뭐, 그럴수도 있습니다. 제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을 하는데, 실제로 한국의 친척들은 이해를 못하더군요. ^^

      2010.10.04 11:45 신고
  13. 미샤  수정/삭제  댓글쓰기

    브라질서 살다와서 그런지 넘 친근하네여~~~~ 십년 살구 왓구 한국 나온지 십년...muito saudade,,,,,,다시 함 보구 싶네여~~~ 상파울로에 살고있는 울아들두 넘 보구 싶구여,,,,,,,,,,,,,,,

    2010.10.08 02:18
  14. 미경  수정/삭제  댓글쓰기

    bolsa 부분 공감이 가는데요... 시장을 자주 가다 보니...ㅎㅎㅎ 잘 읽었어요...

    2010.12.12 01:43
    • Favicon of https://infoiguassu.tistory.com BlogIcon juanshpark  수정/삭제

      감사합니다. 정말 볼사가 제일 많이 실수하는 부분이라는 데에서 저두 놀랐답니다. ^^

      2010.12.15 02:01 신고
  15. 재영  수정/삭제  댓글쓰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는 미국에 여행갔다가, 현지인이 영어 하는 것 보고, "와~ 영어 정말 잘하네."라고 생각한적 있습니다. 하하하

    2011.01.21 00:24
    • Favicon of https://infoiguassu.tistory.com BlogIcon juanshpark  수정/삭제

      그렇군요. 정말 의식하지 않으면 엉뚱한 곳에서 엉뚱한 발언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외국을 갈 떄는 신경을 좀 더 써야겠습니다.

      2011.01.23 05:10 신고
  16. Adrian  수정/삭제  댓글쓰기

    후안님의 블로그 1편부터 110편까지 읽었네요...
    끝까지 다 읽을 예정입니다. 저도 파라과이에서 12년 이상 살아서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어요...그립구요...
    한국에서 자주 실수하는 단어가 또 있네요..콜라가 아니고 꼬까 주세요~ 자주 뵈요...

    2011.07.18 20:53
  17. andy  수정/삭제  댓글쓰기

    중국 청도에 있는 이송강이라고 합니다. 남미에서 분투하시느라 공생 많으시지요. 혹시 중국과 무역
    아이템이 있으면 같이 진행했으면 합니다. 저희는 남미에 있는 구리 광석 또는 철 광석 등에 관심이
    많고 귀하께서 필요하신 아이템도 소싱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럼 많은 연락 부탁합니다.
    qdfuben@gmail.com, skype: songgangli

    2013.06.30 07:03
  18. Favicon of http://cafe.daum.net/newsidae BlogIcon 형사콜롬보  수정/삭제  댓글쓰기

    충분히 공감해는 내용입니다.
    우리 처형이 한국가서 볼사달라고 했다는군요..ㅋㅋ

    2014.07.19 20:21
    • Favicon of https://infoiguassu.tistory.com BlogIcon juanshpark  수정/삭제

      예, 저는 그런 실수는 하나도 안 했는데, 그냥 사람들이 저보고 "와~ 한국말 잘 하시네요~" 그러더군요. 제가 말하는 것이 외국인 같았나 봅니다. -ㅍㅎ

      2014.07.22 18:4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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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an 의 라틴 아메리카 이야기
이 블로그는 이과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에 더해서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게 되었습니다. 남미는 더이상 신비의 땅이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보가 부족합니다. 이 방에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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