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껠 Esquel 에서 출발할 시간이 다가오면서 소심한 제 마음에 갈등이 생기고 있었습니다. 원래 계획은 에스껠에서 남쪽으로 우회해서 트레벨린 Trevelin 을 지나 푸딸레우푸 강 Rio Futaleufu 을 따라 칠레로 넘어가서 육로로 갈 수 있는 마지막 마을인 차이뗀 Chaiten 에서 차를 싣고 뿌에르또 몬트 Puerto Montt 까지 배편으로 갈 생각이었습니다만 그게 점점 힘들어지고 있었거든요. 일단 페리가 뜨기는 하지만, 언제 뜨는지를 몰랐습니다. 그것을 에스껠 주재 칠레 영사관에 문의를 했는데, 정보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바에 따르면 여름철에는 일주일에 세번을 운행하지만 요즘같은 겨울철에는 매주 1회 일요일마다 운행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것을 알게 된 때가 공교롭게도 토요일이서) 페리를 타고 칠레로 넘어갈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습니다. 다름아니라 차이텐에서 뿌에르또 몬트까지 가는 페리가 칠레 돈 (페소 칠레노)만을 받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칠레 돈을 구할곳이 없었습니다. 영사관에 문의를 하고 심지어 국경까지 가 보았지만, 칠레 돈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다시 어쩔 수 없이 계획을 변경해서 육로로 바릴로체까지 간 다음, 비쟈 랑고스뚜라 Villa La Angostura 를 우회해서 칠레 Chile 의 뿌예우에 국립공원 Parque Nacional Puyehue쪽으로 내려가는 것으로 진로를 정했습니다.

육로로 가는 것을 주저했던 이유는 계절적인 이유였습니다. 여행을 하는 때가 겨울이었기 때문에 길이 많이 얼어있었고, 곳곳에 눈이 쌓여있었습니다. 평생을 부에노스 아이레스 이북에서 살았던 저로서는 눈길 위에서 운전을 해 본 경험이 없어서 은근히 두려웠거든요. 그래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경험많은 한 분에게 눈길 운전에 대해 강의를 듣고, 체인까지 사서 싣고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에스껠에서 눈위로 미끄러지는 트럭을 타보고나서 눈 위에서 운전할 결심을 송두리째 버렸습니다. 그러고나니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더군요. 그래서 육로로 가는 것보다 배 위에 싣고 갈 생각을 했던 것이었는데....

아무튼 결국 바릴로체를 통과해서 국경을 넘게 되었습니다.

여러분도 바릴로체에 대해서는 꽤나 들어보셨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 아름다운 곳이지요. 한국의 독자들을 위해 산 까를로스 데 바릴로체 San Carlos de Bariloche 가 어떻게 생겼는지를 좀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다음 사진들을 보시기 바랍니다.











어때요? 가 볼만한 곳이라는 생각이 드십니까? 어떤 분들은 바릴로체의 분위기가 스위스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전 스위스를 가보지 못했지만, 많은 분들이 그러더군요. 그래서일까요? 바릴로체라는 도시 앞에 붙는 수식어는 "남미의 스위스" 입니다. 남미의 스위스라.... 그런데 정작 스위스에서 온 관광객들에게 물어보니 바릴로체가 훨씬 좋다고 하는 겁니다. 이유인즉, 여기가 더 자연스럽고 스케일이 훨씬 더 크다고 하네요. 글쎄요.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린지....

바릴로체 Bariloche 라는 이름의 유래

원래 이 지역의 이름은 부릴로체 Vuriloche 였습니다. 부릴로체는 이 지역 원주민들인 마뿌체 Mapuche 들에게 "산 너머 사람들"이란 뜻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지역을 탐사해서 중앙 정부로 보고를 할 때,  잘못 기재를 한 것인지, 혹은 잘못 글자를 판독해서인지 바릴로체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었다고 하네요. 나중에 탐사를 했던 탐험가들이 중앙 정부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바릴로체라고 잘못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탐사자들은 바릴로체가 아니라 부릴로체라고 정정하려고 했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바릴로체로 알고 있었고, 또 어감이 부릴로체보다 바릴로체가 더 멋있었기 때문에 쉽게 정정이 안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국 의미가 없는 바릴로체라는 말이 정착이 되었는데요.

현재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말 속에는 마뿌체 인디오들의 말이 남아 있습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사람을 부를 때 일컫는 체 Che 라는 단어인데요. 마뿌체 인디오 언어로 체~ 란 "사람"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거리에서 "체~!" 라고 할 때, 자신들은 잘 모르겠지만, 마뿌체 인디오 언어로 "헤이 사람아~!" 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합니다. 마뿌체 라는 단어도 "평지의 사람들"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군요. 그리고 동쪽 사람들 이란 뜻의 뻬우체 Peuche 인디오들의 후손 역시 지금 아르헨티나에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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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an 의 라틴 아메리카 이야기
이 블로그는 이과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에 더해서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게 되었습니다. 남미는 더이상 신비의 땅이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보가 부족합니다. 이 방에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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