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 우아시 까바냐에서 하룻밤을 잘 지내고 아침이 되었습니다. 우리 일행의 스케줄에 맞춰 아침 식사를 30분  당겨서 채려준 아침상은 아르헨티나 식 아침 치고는 꽤나 화려했습니다. 무엇보다 화려했던 것은 식기 도구였는데요. 지역의 잉카 문양이 드러간 질그릇속에 커피와 우유가 담겨나오고, 빵을 담는 개인용 접시나 설탕과 차를 담은 그릇들 모두가 세트로 되어 있었습니다. 기분좋은 아침 식사를 하고보니 아침을 먹겠다고 한게 정말 다행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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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차를 남쪽으로 몰아 살타 시로 갑니다. 살타 시는 동일한 이름의 살타 주의 주도입니다. 후후이에서 살타까지는 그렇게 멀지 않습니다. 직선 거리로는 70킬로미터 정도이죠. 하지만 도로가 좀 그래서 돌아가게 됩니다. 돌아가는 도로의 길이는 최단 거리가 120 킬로미터 정도고 제일 좋은 길로 가면 거의 200 킬로미터를 가야 합니다. 그래서 저희 일행은 구경도 할 겸, 구불구불한 9번 국도를 따라 70킬로미터 거리를 천천히 가기로 결정하고 차를 몰았습니다.



남으로 내려가는 9번 국도는 후후이 시에 이를 때까지는 아주 좋았고, 넓었고, 쭉 뚫려 있었습니다. 게다가 요즘 계속 확장 공사를 하고 있었기에 시원하게 뚫린 길을 아주 신나게 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후후이 시내에서 9번 국도의 구 도로를 타기 위해서는 좀 신경을 써야 했습니다. 구 도로와 신 도로와 또 고속도로가 겹겹이 겹쳐서 아주 혼란스러웠거든요. 하지만 우리 차에는 인간 GPS가 타고 있었다는 사실... ㅎㅎㅎ;; 혼란없이 구 도로를 잡아탈 수 있었습니다.



구 도로를 따라서 조금 가다보니 지형이 멋있어지면서 왼편으로 호수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라 씨에나가 La Cienaga 이라고 하는 호수입니다. GPS 큰 형님은 지리는 잘 아시지만 스페인어는 좀 딸리시나 봅니다. 씨에나가 라는 스페인어 단어의 의미가 "구비구비"라고 하셨는데, 브라질 집에 돌아와서 사전을 살펴보니 "수렁, 늪지"를 의미하는 단어군요. 쩝... 그래도 지리를 잘 아시는 분인데다 연세도 높으시니 그냥 넘어가 줍니다. ^^



9번 국도의 씨에나가 호수에서부터 시작하는 길은 국도 중에 아마도 가장 특이한 국도일 것입니다. 어떤 의미에서냐면요? 쌍방 2차선의 도로인데, 도로폭이 겨우 4미터밖에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전체 구간 20여 킬로미터가 그렇게 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구간이 한쪽은 절벽이라는 것입니다. 만약 양쪽에서 차가 온다면, 둘 다 한쪽 바퀴는 도로 바깥으로 나가야 하는데, 절벽쪽의 차를 탄 사람의 심정은 어떻게 될까요?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이 도로에서 여태까지 한 건의 사고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조심을 하기 때문이겠지요? ㅎㅎㅎ



폭 4미터의 도로인데 있을 것은 다 있습니다. 교량도 있고, 추월선도 있는데, 솔직히 어떻게 추월을 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앞서 가는 차가 비켜 주어야만 하는데, 누가 뒷차 좋으라고 한쪽 바퀴를 도로 바깥으로 내놓고 갈지....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차선이 너무 좁아서 바퀴 한쪽이 차선 바깥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가고 있는 이쪽도 비슷하죠? 다만 안심이 되는 것은 이쪽은 그래도 절벽 안쪽이라는 거죠. 맞은편에서 오는 자동차들은 절벽쪽으로 한쪽 바퀴를 보내야 하는 것입니다. 운전자는 그래도 좋죠. 운전자 옆의 보조석에 앉은 사람의 기분은 어떨까요? ㅎㅎㅎ



거기에 위 사진처럼 가끔씩 동물들도 나타납니다. 소뿐 아니라 말과 양과 염소들이 말이죠. 정말 아찔한 도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다른 차들이 최대 120km를 돌아가는 것이겠죠? 하지만 경치는 정말 좋더군요. 한번쯤은 이 길로 가 보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특히 여친을 사귄 사람이라면 한번쯤 가 보는 것도 좋겠더군요. 호러 극장에 가보는 것보다 훨씬 스릴을 즐길 수 있을 듯 합니다. ㅎㅎㅎ



위험 구간을 모두 지나고 나니 살타 주의 경계로 넘어갑니다. 이곳에서 검문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별 탈없이 보내 주더군요.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떠나면 지방의 경찰들은 대체적으로 친절합니다.



살타 시로 들어가는 입구에 세워져 있는 타투 Tatu 혹은 아르마딜로 Armadillo 의 조형물입니다. 아마도 살타에 이 동물이 많은 모양이네요. 그러구보니 예전에 저는 살타에서 짜랑고를 만드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짜랑고의 뒷판이 아르마딜로인 것을 보면 살타에 아르마딜로가 많기는 한 모양입니다.



이제 살타 시내로 들어갑니다. 살타 시내는 오늘날의 대도시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모두 가지고 있는 특징없는 도시입니다. 참, 엠빠나다 라는 음식이 있죠? 만두처럼 생겼는데, 그 엠빠나다 중에 건포도가 들어가서 맛이 독특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그 엠빠나다를 살떼냐 라고 부르는데, 살타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살타에 오시면 꼭 그 엠빠나다를 드셔 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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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5시에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출발합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북서쪽에 위치한 리오 온도 Rio Hondo 라는 온천지대입니다. 그곳까지의 거리는 약 1200km. 아르헨티나의 도로가 편평하고 또 직선으로 뻗어있기 때문에 시간당 100km를 달릴 수 있는 곳들이 많습니다만, 아무튼 12시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게다가 중간 중간 식사와 휴식을 위해 쉬어야 하고, 경찰들과 실랑이도 해야 하는만큼, 실제로는 15시간 이상이 걸릴 것입니다. 출발 후 9번 국도 중간에서 주유와 아침 식사를 위해 잠깐 선 다음 차 안에서 일출을 보았습니다. 



산타페 Santa Fe 주의 두 번째 도시이지만, 실제로 이나라 아르헨티나의 두 번째 도시이기도 한 로사리오 Rosario 에서 34번 국도를 잡아타고 다시 북서쪽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로사리오의 순환 도로에서 34번 국도로 통하는 곳이 바뀌었다고 인간 GPS 큰 형님(실제 형님이 아니 젤 연세가 많다는 이유로...)이 설명하시는군요. 이 분은 아르헨티나 생활 40여년 동안 실제로 아르헨티나의 곳곳을 수도 없이 여행한 끝에, 전국의 대중소도시는 물론 도시라고 불리기조차 뭐한 곳까지 숙박 시설은 물론 볼 거리들을 꿰어차고 계십니다. 저도 아르헨티나 여행이라면 한가닥 한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데, 이분에 비하면 발가락의 때보다 못하더군요. 쩝....



34번 국도로 신나게 달려가지만 주변의 풍광은 그리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넓디넓은 평원 속으로, 사방을 둘러봐도 지평선이 보이는 길입니다. 한국인들에게는 신기하겠지만, 수십년을 살아온 이민자들의 입장에서는 볼게 정말이지 "하나도"없는 풍경입니다.



산타페 주와 산티아고 델 에스떼로 Santiago del Estero 주의 경계선이 가까워지는 순찰레스 Sunchales 라는 지역에 왔을 때는 점심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출발한지 벌써 7시간이 되어 가고 있었으므로 상당히 출출해졌습니다. 그래서 그 부근에서 식사를 할 수 있을만한 곳을 찾아 들어갑니다. 사거리에 위치한 YPF 주유소의 한쪽으로 식당이 있네요. 그리로 들어갑니다.



이름하여 FADI 라는 식당인데, 뭔 뜻인줄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빠리샤 Parrilla 를 한다니 그리로 들어갔습니다. 들어가보니 한산하군요. 1인당 50뻬소에 흥정을 하고 식사를 했습니다. 이 정도 가격이면 상당히 훌륭하군요. 생각보다 식비가 적어서 아주 좋았습니다. 가격에 비해 고기는 훌륭하게 계속 리필이 되더군요. 한번쯤 들러서 식사를 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언젠가도 이 블로그에 소개를 한 빠리샤 꼼쁠레또 Parrilla Completo 입니다. 여러 종류의 고기를 숯불 판에 올려놓고 먹는 요리인데, (뭐, 요리라고 할 것까지도 없이 그냥 소금구이입니다) 저희는 젤 뒷부분의 검은색 소시지(피가 들은 소시지인데 모르실랴 Morsilla 라고 합니다)는 먹지 않기 때문에 다른 것으로 바꾸어 먹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길을 달려갑니다. 먼저 산티아고 델 에스떼로 주의 주도시인 산티아고 델 에스떼로까지 간 다음, 다시 9번 국도를 잡아타고 리오 온도로 향합니다. 산티아고 델 에스떼로에서 9번 국도를 잡아타는 것이 좀 어렵군요. 네비게이션이 있다면 상당히 도움이 될 듯 합니다. 하지만 차 안에 식품 담당하는 형 친구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계속 알려주어서 어려움 없이 9번 국도를 잡아 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리오 온도에 이르렀을 때는 캄캄한 밤중이었습니다. 늦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해가 졌고, 주말이 연휴여서인지 방을 구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이곳 저곳을 기웃 기웃하다가 떼를 써서 숙박을 할 수 있게 되었네요. ACA Automobil Club Argentina 라고 아르헨티나 자동차 클럽에 속한 시설의 아파트 하나를 빌려서 (아주 비싼 가격에) 들어갔습니다. 온천장이 딸려 있기는 하지만 숙박 시설은 아주 형편 없네요. 사진을 보시겠습니까?



아무튼 이렇게 벽에 습기가 차 있고 방도 거지같고, 침대와 침구도 거지같은 곳에서 첫날밤을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가릴 지붕이 있으니 감사해야겠지요? 짐을 정리하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온천장으로 가서 늦게까지 온천을 즐긴 다음 방으로 돌아와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저녁 메뉴는 컵라면에 밥과 반찬. 그리고 특별 메뉴는 짜잔~



아르헨티나 북서쪽에서 파는 맥주입니다. 이름하여 노르떼 Norte 라고 하는데, 맛을 보기 위해 화이트 맥주와 흑맥주를 사 왔습니다. 흑맥주의 쌉싸름함과 고소함이 입안에 가득 차더군요. 기분좋게 한잔씩을 즐기고 잠을 청해 보았습니다. 여러분도 좋은 저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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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an 의 라틴 아메리카 이야기
이 블로그는 이과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에 더해서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게 되었습니다. 남미는 더이상 신비의 땅이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보가 부족합니다. 이 방에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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