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외국어 표기에 대한 생각

정보/삼개국관련 2011. 10. 10. 21:28 Posted by juanshpark

다음 단어들을 어떻게 읽으십니까?
읽은 다음 직접 발음 표기를 해 보시기 바랍니다.

Cepillo, Chico, Higado, Juan, Kiosco, Malo, Ñoqui, Paraguas, Cuestion, Tambien, Zapatos

세필로, 치코, 히가도, 주안, 키오스코, 마로, 노쿠이, 파라과스, 케스티온, 탐비엔, 자파토스 라고 읽으셨습니까?

그 정도만 되어도 괜찮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세필로, 차이코, 하이게드, 쥬안, 카이오스크, 메일로 라고 발음하는 것을 들은 사람일 것입니다. ㅎㅎ

제대로 된 발음을 알려 드리지요.

세삘료, 혹은 세삐죠, 찌꼬, 이가도, 후안, 끼오스꼬, 말로, 뇨끼, 빠라구아스, 께스띠온, 땀비엔, 싸빠또스 라고 발음합니다.

보시면 알겠지만, 스페인어 발음에는 한국어의 쌍자음들이 많이 사용이 됩니다. 이런 된소리를 외국어 표기에 잘 사용하지 않는 국문법 표기 때문에 제대로 된 발음을 표기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이 생깁니다. 특히나 스페인어처럼 된소리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 언어의 경우는 한국어의 발음 표기법이 너무 이상합니다. 한 나라의 언어를 단지 어떤 발음이 싫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마음대로 바꾸어서 표기를 하는 것이 제대로 된 것인지 생각좀 해 봐야 할 듯 합니다. 가능하다면, 지금이라도 원어에 가깝게 표기를 하는 것이 외국어를 접하는 한국인들에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된소리와는 달리 또 다른 발음상의 문제는 알파벳을 사용하는 언어의 L과 관련이 있습니다. 위에도 Malo 라는 단어를 썼는데, 중간의 L은 음절의 앞과 뒤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런데 한국의 표기법은 아마도 틀림없이 마로 라고 쓰도록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잘 알려진 빙과류인 MELONA 가 한국에서는 멜로나 라는 발음이 아닌 메로나 로 표기되고 있기 때문이죠. 그 때문인지 언젠가 제가 블로그에 Media Luna 를 메디알루나로 표기했다가 댓글로 된통 얻어맞은 적도 있었습니다. 결국 지금은 메디아 루나라고 쓰고 있습니다. 이제 다음 포르투갈어 단어를 좀 보시기 바랍니다.

어떻게 발음을 하십니까?

Churrasco, Caixa, Beijo, Pata, Violão, Criança, Pinhão, Nação

슈하스꾸, 까이샤, 베이주, 빠따, 뷔올렁, 끄리안싸, 삐뇽, 나싸우 라고 발음을 하셨다면 정말 잘 하신 것입니다. 어떻습니까? 포르투갈어에서도 스페인어처럼 된 소리를 정말 많이 사용하고 있지요?

포르투갈어의 경우는 스페인어보다 발음이 훨씬 더 어렵습니다. 물론 스페인어에도 한국인이 발음하기 힘든 자음들이 좀 있습니다. 예를 들어 J 라든가 rr 같은 경우 한국인들이 정말 발음하기 어렵습니다. 목에서 파열이되어 나오는 소리인 J 의 경우는 귀에는 오히려 K로 들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들을 의미하는 Hijo 라는 단어는 우리 귀에는 Hiko 로 들릴 수 있습니다. 또 단어의 중간에 들어가는 rr 부분은 아이를 웃길때 까르르르 하면서 어르고 달래는 발음과 관련이 있습니다. 철도를 의미하는 Ferrocarril 이라는 단어의 한국어 표기는 페르로까르릴 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가운데 '르'는 단음절로서의 르가 아니라 혀를 말아 안쪽에서부터 바깥으로 긁어 내면서 내는 소리인 것입니다.

포르투갈어의 경우는 단어 사이의 알파벳 글자들이 비슷비슷한 발음을 내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결정적으로 그런 부면에서 차이가 나는데요. 예를 들어 외국인의 귀에 발음으로 들리는 철자들로 D, G, J, S, Z 가 있습니다. 또 음절을 수반하지 않는 LU 발음이 나고, 단어의 끝에 수반하는 O 역시 U 발음이 날 수 있습니다. Ch 의 경우 아르헨티나 까스떼쟈노의 Ll 에 해당하는 발음이 나며, 스페인어에서는 발음으로 구분하기 힘든 BV 가 포르투갈어에서는 확연히 구분이 됩니다. 스페인어에서는 발음이 구별이 되지 않기 때문에 B 는 '베 라르가' 라고 하고 V 는 '베 꼬르따'라고 부릅니다.


이게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 발음에 대한 전부는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이렇게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의 발음에 대해서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아무튼간에 외국어들은 자기 나름대로 발음하는 법이 있다는 거죠. 그걸 다 잘 알아서 음역을 할 수 있다면 정말 다행이겠지만, 그 모든 언어를 다 알수도 없고, 또 한 언어를 다른 언어로 음역해서 표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한계가 있다고 해서 자기 마음대로 표기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은 거죠. 앞서 언급한 스페인어의 JRR의 경우 표기가 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이 비슷한 발음으로 표기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포르투갈어의 "-ão" 같은 경우 어떻게 표기를 하겠습니까? 그냥 비슷하게만 표기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표기가 가능한 글자들을 된소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는 법칙에 따라서 사용하지 않는것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한글의 우수성 중의 하나는 다른 언어에 비해 소리를 표기하는 체계가 월등하다는 것인데, 이런식으로 한글의 우수성을 사장시키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정말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렇게 한글의 표기 방법에 대한 포스트를 작성한 이면에는 제 블로그의 한글 표기와 관련해서 스페인어권과 포르투갈어권의 독자들의 끊임없는 지적 때문이기도 합니다. 처음에 포스트를 할 때는 가능하면 원어의 발음과 비슷하게 표기를 하고, 태그 역시 그렇게 했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표기를 하고 태그를 작성한 것이 인터넷 검색에서는 언제나 뒤쳐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블로그를 개설했을 때의 목적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었는데, 제가 고수하는 표기법 때문에 검색에서 뒤쳐진다면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이후로는 제가 사용하던 표기법 대신에 한국의 외국어 표기법에 따라 태그를 작성하고 포스트를 발행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그 후로 독자들로부터 "보카가 아니라 보까여야 한다"라든가 "이과수가 아니라 이구아쑤라고 해야 하지 않느냐?" 혹은 "에콰도르를 에꾸아도르로 표기해달라"는 댓글들을 받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댓글에 대한 답글을 작성할 때 제 입장을 알려 드리기는 했지만, 불편한 마음이기는 예나 지금이나 같습니다. 스페인어나 포르투갈어나 혹은 그 외의 다른 언어나 고유한 발음을 한국어 발음으로 표현해야 한다면 그 발음에 가장 가깝게 표기하는 것이 영어식으로 그리고 꼭 영어만은 아닌 이상한 한국어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버려야 할 습성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 한글날을 맞아 발행을 하려고 했는데, 좀 늦었네요.

* 뭔가를 주장하려고 한다기보다는 그냥 외국 사는 한국인의 한국어에 대한 푸념이라고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avicon of http://leebok.tistory.com BlogIcon 빨간내복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래서 미국사람들이 스페인어 발음을 제대로 못한다고 하죠. 경음이 아닌 격음으로 발음하는 경향이..... 거기에 단모음의 발음에 익숙하지 않아서 안되는 발음도.... 제 친구 딸아이 이름이 에바였는데, 이곳에서는 에이바로 발음하곤 하지요. ㅎㅎ 그나저나 저희동네는 동네이름이며 길이름이 스페인어라서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답니다. ㅎㅎ

    잘 지내시죠?

    2011.10.11 18:01
    • Favicon of https://infoiguassu.tistory.com BlogIcon juanshpark  수정/삭제

      블로그를 하다보니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올린 글입니다. 그냥 푸념조의 글이죠. 블로그 자체가 답답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권태기인가요? ㅎㅎㅎ

      2011.10.12 17:07 신고
  2. Favicon of http://blog.chojus.com BlogIcon 초유스  수정/삭제  댓글쓰기

    참고로 주변의 유럽 사람들은 "까까"와 "카카"를 구별하지 못합니다. 둘 다 "카카"로 들린다고 합니다.

    2011.10.12 16:58
    • Favicon of https://infoiguassu.tistory.com BlogIcon juanshpark  수정/삭제

      그렇군요. 여기서는 이과수 라고 하면 못알아 듣습니다. 이과쑤라고 하면 알아듣죠. ㅎㅎㅎ

      2011.10.12 17:12 신고
  3. 법은법이죠  수정/삭제  댓글쓰기

    구지를 굳이라고 하고
    살란을 산란
    생년필을 생연필이라고 하는데
    필란드를 핀란드라고 적고
    어문과 구문은 구별이 되고
    솔직히 모른건 아니죠
    국어조차 최소한의 법인데
    외국어라고 그대로하자니 뭔가 그간의 단어와 괴뢰 즉
    혼란 아주 심하게 비교해
    공화국인민들이 간체화만 이해하는 꼴이 될까
    외국지명과 외국어 발음을 그대로 두는건데
    중화인민공화국의 절강성 저장성이라고 하는 문제점이라든가
    아무튼 마음에는 안드는데 대안을 만드는건 100살 노인도 어려우니

    2011.10.14 05:54
    • Favicon of https://infoiguassu.tistory.com BlogIcon juanshpark  수정/삭제

      한글처럼 우수한 글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문자표기에 대한 생각들은 왜 그렇게 고루한 사람들이 많은지 정말 궁금하답니다.

      2011.10.26 20:04 신고
  4. ㅁㄴㅇㄹ  수정/삭제  댓글쓰기

    된소리 사용을 꺼리는 이유가 해당 언어에서 자음을 된소리의 구분 없이 유성음, 무성음만으로 구분하기 때문입니다. 태국어 같이 한국어처럼 유성음, 무성음, 된소리가 구분되는 언어의 표기에는 된소리가 사용되지요. 원어민이 구분하지 않는 걸 굳이 한국어에서 구분할 필요가 없지요. 한글 표기는 외국어를 한글로 최대한 비슷하고 모두가 널리 받아들일수 있게 고안된거지, 정확한 원어 발음을 표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한글로 모든 발음을 표기할 수 없기에 외국어 발음을 한글로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요. 당장 예로 드신 스페인어의 rr, j, ll, 포어의 다양한 비모음 같은 발음은 대응하는 한글이 없기에 정확하게 옮긴다는 게 불가능하고, 그저 한국어에서 가장 유사한 발음을 가진 표기로 옮기는 것 뿐입니다. 영어 같이 한국어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외국어에서 이미 무성음을 거센소리로 표기하도록 굳어진 상황에서 서어, 포어 같은 로망스어의 무성음를 된소리로 표기할 경우 이를 서로 다른 소리로 여겨져 혼란을 야기할 수 있죠.

    2014.08.04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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