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볼리비아 국경을 수월하게 통과합니다. 국경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친절하던지, 기억이 새롭네요. 아마 그들은 브라질 번호판을 달고 있는 동양인들이 신기했을 것이지만, 제게는 아무튼 얼마나 친절했는지만 기억에 남습니다.


이 포스트에서 사용한 사진들은 모두 구글 이미지 (google images)에서 캡쳐한 것입니다.


칠레/볼리비아 국경에서부터 볼리비아의 실질적 수도로 알려져 있는 라 파스 (La Paz: 스페인어로 평화를 의미함. 행정 수도는 남쪽에 있는 Sucre 임) 까지는 300km 정도의 거리입니다. 그렇게 짧은 거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먼 거리도 아니어서 "일단 들어왔으니 언젠가는 도착하겠지..."라는 느긋한 마음으로 여행을 계속하게 했습니다. 


국경을 넘자마자 한 일은 환전이었습니다. 2003년 당시 미화 1 달러당 볼리비아 화폐가치는 7.6 볼리비아노스. 또 칠레 페소는 10.5 칠레페소가 1 볼리비아노였습니다. 환전을 하는 곳이 따로 있지 않고, 볼리비아 전통의상을 입고 아기들을 업고 있는 아주머니들이 환전을 해 주더군요. (2012년 8월 현재 볼리비아의 화폐 가치는 미화 1불당 6.9 볼리비아노스입니다.)



가지고 있던 칠레 페소는 모두, 그리고 일부 미국 달러를 환전해서 소지하고는 바로 주유소를 찾았습니다. 주유소에서 디젤을 주유했는데, 디젤과 휘발유의 가격이 거의 비슷합니다. 리터당 휘발유는 3.144볼리비아노스, 디젤은 3.014볼리비아노스였습니다. 지금도 아마 달라졌다고 해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차이가 없으니 디젤차가 인기가 별로 없을 듯 합니다.


주유를 마치고 달리기 시작하는데, 이상하고 신기한 것을 경험합니다. 칠레에서 안데스 산맥을 올라올 때는 올라오는 길이니만큼 차가 달리지 못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는데, 여기서는 내리막길인데도 차가 계속 뒤로 당겨지고 시원하게 달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확실히 일반 차량은 고도 3000미터 이상에서은 운행이 쉽지 않은 듯 합니다.


국경을 통과하면 볼리비아 관광 지도상으로는 오른편으로 사자마 국립공원 (Parque Nacional Sajama)이 있다고 되어 있는데, 별다른 표지판 하나가 없습니다. 다만 길옆으로 우뚝 우뚝 솟아있는 바위 덩어리들이 정말 기기묘묘하게 서 있어서 눈길을 끌게 됩니다. 눈길을 잡아끄는 그 외의 풍경은 없이 그냥 알티플라노를 달려갑니다. 주변에 흔하게 보이는 것은 낮게 자라는 관목들과 간간히 보이는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검은 네모들 - 집들조차 주변 환경과 비슷해서 눈에 띄지 않습니다만, 창문만큼은 네모나서 인간의 손으로 만든 것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 이 눈을 끕니다.




차가 꾸라우아라 데 차랑가스 Curahuara de Charangas 라는 곳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해발 3000미터 정도였는지 그다지 어렵지 않게 차가 달리고 있었습니다. 주변의 경관들은 이제 사자마와는 달리 북미의 그랜드 캐년에 비슷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런 풍경들은 록키 산맥은 물론 남미의 안데스까지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간에 파타카마야 Patacamaya 에 도착하기 전에 통행료를 받는 곳이 하나 있습니다. 8 볼리비아노스가 좀 비싸 보이기는 하지만 주변 나라들과 비교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게다가 정말 다행인 것은 볼리비아의 도로가 생각보다 좋다는 것입니다. 간혹 벗겨진 아스팔트가 있기는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메꾸어 놓았는지, 패인 곳들은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브라질 남쪽의 도로들보다 훨씬 더 좋았습니다.


파타가마야에 도착해서 주유소에 잠시 들렀습니다. 주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화장실에서 일을 보기 위해서였는데, 화장실을 다녀온 와이프는 차라리 길에서 일을 보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저도 나중에 한 주유소의 화장실을 들어가 보고 나서 동일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볼리비아에 있는 동안 계속 길에서 일을 보았습니다. 이 정도면 볼리비아의 위생 환경이 어떤지 짐작을 하실 수 있을까요?



파타카마야에서 라 파스까지는 100여 킬로만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쯤에는 해가 져서 헤드라이트를 켜고 운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의 계기판이 다시 100여 킬로미터를 왔다고 알려주고 있었는데, 희한하게도 대도시의 불빛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었을까요?



게다가 라 파스로 들어가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지나야 하는 도시인 엘 알토 El Alto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3차선 도로의 제일 안쪽에서 주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건물이 나타나면서 사람들이 많아지고, 1차선이고, 2차선이고, 3차선이고간에 차들이 정차하고 사람들이 잡아타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 생각에는 분명 무슨일이 일어난 것으로 보였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경찰들이 길 한가운데 있었음에도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는 거죠.


아무튼 계속 주행을 하고보니 엘 알토를 지나 라파스로 내려가는 관문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다시 톨게이트 비용으로 2 볼리비아노를 냅니다. 게이트를 통과하고 나서야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이라니!





라 파스의 외곽은 해발 4100미터입니다. 그리고 제일 안쪽 낮은 곳은 해발 3100미터입니다. 도시 외곽과 안쪽의 높이가 무려 1000미터가 차이가 나는 대도시를 상상할 수 있을까요? 라 파스는 그 이름의 의미가 "평화" 입니다. 역사상 그 어떤 민족에게도 침략을 당한 적이 없다는 곳이죠. 하긴 4100미터 고지를 진격해서 이 도시로 쳐들어올 민족이 얼마나 될까요?


아무튼 그 평화의 도시에서 우리 부부는 정말 특이한 광경을 보게 됩니다. 그냥 걸어다녀도 힘든 고지대, 그 고지대에서 조깅을 하는 시민들을 보며 우리 부부는 정말 황당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럭 저럭해서 결국 라 파스를 도착하게 됩니다. 하지만 엘 알토에서부터 목적지까지 가는 길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뭐가 그리 힘들었냐구요? 다음 포스트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댓글, 추천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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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번째 포스팅 - Latin America Story INDEX

정보 2009. 9. 24. 19:00 Posted by juanshpark

생각보다 빨리 300번 포스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5 11일에 200번째 포스팅을 했으니 겨우 4달여 만의 일입니다. 그럼 이제 지난 201번부터 300번까지의 포스트에 대한 index를 작성해 볼까요?

 

여행기 1. 이과수 강을 따라서

213    이과수 강을 따라서: 1. 꾸리찌바로 가는 길

214    이과수 강을 따라서: 2. 꾸리찌바에서 식물원

215    이과수 강을 따라서: 3. 꾸리찌바에서 오페라 아라메

216    이과수 강을 따라서: 4. 꾸리찌바에서 독일 공원

217    이과수 강을 따라서: 5. 꾸리찌바에서 – Meio Ambiente

219    이과수 강을 따라서: 6. 꾸리찌바에서 땅구아 공원

220    이과수 강을 따라서: 7. 꾸리찌바에서 바리귀 부근

221    이과수 강을 따라서: 8. 꾸리찌바 시내 첫번째

222    이과수 강을 따라서: 9. 꾸리찌바 시내 두번째

223    이과수 강을 따라서: 10. 꾸리찌바 시내 세번째

224    이과수 강을 따라서: 11. Nakaba 식당

225    이과수 강을 따라서: 12. 그라시오사 계곡

226    이과수 강을 따라서: 13. Morretes

227    이과수 강을 따라서: 14. Barreado

228    이과수 강을 따라서: 15. 이과수 강의 시작, 이과수 공원

229    이과수 강을 따라서: 16. Balsa Nova, 이과수 강을 처음 만나다

230    이과수 강을 따라서: 17. 상마테우스두술, 두 번째 만난 이과수 강

231    이과수 강을 따라서: 18. 우니옹다비또리아, 세 번째 조우

232    이과수 강을 따라서: 19. Repressa Foz de Areia

233    이과수 강을 따라서: 20. Pinhao에서의 하룻밤

235    이과수 강을 따라서: 21. 비포장 도로에서

236    이과수 강을 따라서: 22. Salto Segredo, 여름에 다시 가보고 싶은 곳

237    이과수 강을 따라서: 23. Santiago로 가는 길

238    이과수 강을 따라서: 24. 이럴수가!!!! Santiago 댐을 보며

239    이과수 강을 따라서: 25. 오소리오로 가는 길

240    이과수 강을 따라서: 26. 호반의 마을, 이과수 호()

241    이과수 강을 따라서: 27. Repressa Osorio 오소리오 댐

242    이과수 강을 따라서: 28. Quedas do Iguassu 에서 둘째밤을

243    이과수 강을 따라서: 29. 레스토랑 Daju에서

244    이과수 강을 따라서: 30. Araupel 목재회사

245    이과수 강을 따라서: 31. Repressa Caxias로 가는 길

246    이과수 강을 따라서: 32. Repressa Salto Caxias

247    이과수 강을 따라서: 33. 돌아오는 길 (마지막 포스트)

 

여행기 2. 코르도바

277    꼬르도바로 가는 길, 스페인이 아니라 아르헨티나의

278    비쟈 벨그라노에서 꼬르도바 가는 길

279    비쟈 헤네랄 벨그라노 꼬르도바

 

여행기 3. 코스타 델 에스테

280    코스타 델 에스테 가는 길

281    코스타 델 에스테, 소나무 숲속의 집들

282    코스타 델 에스테 풍경 2

283    까릴로로 가보실까요?

285    까릴로(Carilo) – 아르헨티나 남쪽의 휴양지

286    까릴로 두 번째 사진들

287    까릴로 해변 그리고 돌아오는 길

288    코스타 델 에스테에서의 두 번째 밤

289    대서양의 일출을 보다

290    바닷가의 별장

 

여행기 4. 아순시온

292    아순시온 오가는 길

294    친구의 가게를 소개합니다

296    아순시온 거리의 풍경 1

297    아순시온 거리의 풍경 2

298    아순시온 거리의 풍경 3

 

여행 및 관광과 관련된 포스트들

205    이틀 효과 비가온 후의 이과수 폭포

207    5 28~6 3 Curitiba여행

208    이과수 강: 상류에서 하류까지 여행을 떠나기 전

209    여행에서 돌아왔습니다.

210    포즈에서 꾸리찌바까지 9개의 톨게이트

211    엄청 열받게 만드는 브라질 지도들

212    큰코다칠 GPS – 작동법부터 배워야

218    잠시 아순시온을 다녀오겠습니다.

252    4번의 이과수 폭포, 4번의 변화

260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올리는 글

261    부에노스 아이레스 거리의 풍경

262    부에노스 아이레스 거리의 풍경 – 2

264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다시

265    집으로 돌아와서 드리는 글

266    부에노스 아이레스 사진

267    부에노스 아이레스 사진 (2)

272    Puerto Madero – 부에노스 아이레스 럭셔리

275    월남 국수를 좋아하십니까?

276    까페 또르또니 – Buenos Aires의 오래된 카페

299    9 17 ~ 29일 상파울로 여행

 

시사

201    겨울닥친 남미 신종 플루를 걱정하다

202    Itaipu 계약이 변경될 것인가? – 양국의 견해 차이를 살펴봄

206    신종 플루를 이렇게 대하면….

248    7대 세계 자연 유산 불가사의 77개 후보 확정

249    이과수 폭포의 목줄기를 조르는 이과수 강의 댐들

250    이과수 폭포? 제주도? 아니면 둘 다?

253    풍요의 땅 Amazon – 미래는 어떠한가?

254    제주도를 홍보합시다

263    아르헨티나의 인종차별

 

문화 & 사회

203    Capoeira – 브라질의 전통 무술,

211    엄청 열받게 만드는 브라질 지도들

234    편견타파 릴레이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은…..

251    브라질 남부의 홍수 사진

255    주말 페스타(잔치) – 현지인 집에서

256    쇠나무를 소개합니다.

257    야채 & 과일집 라틴 아메리카, 겨울

259    매와도 싸우는 조그만 몸집의 용감한 새

268    미녀의 나라 아르헨티나, 정말?

270    아르헨티나 한인 사이트 1. 상조회

271    리니에르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미니 볼리비아

273    아르헨티나 한인 사이트 2. Kornet

274    브라질의 한인 사이트 hanaro.com nammiro.com

291    파라과이 아가씨들의 평범한 미모

 

음식점, 호텔, 상업관련 포스트들

224    이과수 강을 따라서: 11. Nakaba 식당

227    이과수 강을 따라서: 14. Barreado

243    이과수 강을 따라서: 29. 레스토랑 Daju에서

258    지역 최고의 일식집, 종이접기

275    월남 국수를 좋아하십니까?

276    까페 또르또니 – Buenos Aires의 오래된 카페

284    파라과이에 이런 호텔이 있다니

294    친구의 가게를 소개합니다

 

기타 포스트들

204    3000번째 댓글 잡다한 포스팅

269    부에노스 아이레스 엽서를 보내 드립니다.

293    rss 디렉토리 등록합니다

295    잡담(내가 타고다닌 자동차 이야기)

 

 

이번 201~299번 포스트에는 이과수와 관련된 내용이 별로 없네요. 본래의 이과수 블로그에서 라틴 아메리카 블로그로 성장해가다보니 자연 주제가 이과수를 뛰어넘어 버린 모양입니다. 301번부터는 어떤 내용을 다룰까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IT 같은 것이나 시사문제를 좀 더 다루고 싶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관광과 문화 블로그이니 그쪽으로 좀 더 신경을 쓰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직 어떻게 할지 방향을 잡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일단 방향이 잡힐 때까지는 현재처럼 문화와 관광 그리고 여행쪽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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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an 의 라틴 아메리카 이야기
이 블로그는 이과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에 더해서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게 되었습니다. 남미는 더이상 신비의 땅이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보가 부족합니다. 이 방에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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