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인들의 장례 습관

생활/환경 2010. 7. 29. 01:14 Posted by juanshpark

아버지의 장례일에는 아침부터 비가 내렸습니다. 아르헨티나의 겨울이 한국과는 좀 다르다고 하지만, 추울 때는 엄청 춥습니다. 다행히 집이나 아파트에는 난방 시설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겨울이라고 해도 집안에 있다면 추위걱정은 없지만, 바깥에 나올 때는 보통 추운게 아닙니다. 게다가 비가 내리니 정말 더 춥더군요. 장례를 치르고 1주일만에 다시 묘로 가 보았습니다. 가족이 모두 함께 갔는데, 공교롭게도 아버지 장례일로부터 1주일 내내 맑고 좋았는데, 다시 가 보기로 한 날은 부슬 부슬 비가 내렸습니다. 그래서 우산들을 쓰고 있습니다.


아버지의 타계가 원인이 되어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장례 습관이 궁금해졌습니다. 아르헨티나는 현재 무신론이 득세하고 있기는 하지만, 전통적으로 카톨릭 국가로 알려져있고, 국민 대부분이 평생 교회를 단지 3번 간다는 사람들이 많기는 하지만 아무튼 그래도 자신의 종교가 카톨릭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니, 어쩌면 남미 다른 국가들과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평생 3번 교회를 간다는 것은, 출생할 때, 결혼할 때, 그리고 사망할 때를 일컫는 말입니다.)

아르헨티나의 장례는 24시간 내에 이루어집니다. 보통 병원에서 돌아가시는 경우 의사의 사망 진단서가 있고 나서 대개 그 다음날 장례를 치릅니다. 집에서 돌아가시는 경우, 망자의 사인을 알기 위해 부검을 하게 되고, 이것 저것 골치아픈 법적 문제들이 뒤 따릅니다. 그 경우 24시간내에 장례를 치르기가 어려워지게 되겠지요. 한국과 달리 24시간내 장례를 치르는 이유는 아마도 날씨에 따른 시신의 부패 때문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신을 매장하는 방식은 어느 나라에나 비슷하지만, 매장, 납골당, 그리고 화장의 3가지 방식이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한때는 거의 대다수가 매장이었고, 일부만이 납골당에 시신을 안치했습니다. 납골당에도 시신 전체를 방부처리한 다음 납으로 봉인을 한 관 속에 넣어 전체를 안치하는 경우도 있고, 화장을 하고 난 다음 유골만을 안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전통적인 카톨릭 국가였기 때문에 화장을 하는 수가 많지 않았고, 종교적 이유가 없는 사람들만 화장 후 납골당에 안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위에 보이는 교회 내에 납골당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아버지가 묻힌 공원 묘지에는 3가지 방식(화장, 납골당, 매장)이 모두 있었습니다. 하지만 납골당에는 시신전체를 안치하지는 않고 유골만을 안치하게끔 되어 있었습니다. 이전에 제가 아는 아르헨티나 친구의 어머니는 시신 전체를 방부 처리한 다음 윗 부분이 투명한 관에 넣어 납으로 밀봉을 한 다음 납골당에 뉘이더군요. 이 묘지에는 화장 후 유골 혹은 유골을 파쇄한 다음 그 가루만을 납골당에 넣게끔 되어 있었습니다.


남미 대부분의 공동묘지는 겉에서 보기에도 묘지처럼 보입니다. 대개 가난한 서민들의 경우 공동묘지를 선택하고, 연고가 없는 사람들의 경우도 공동묘지에 묻히게 됩니다. 하지만, 중류 가정 이상의 경우, 대부분 공원 묘지를 선택하게 되는데, 공원 묘지는 장소나 시설에 따라 그 가격이 천차만별입니다. 아버지의 경우 묘자리(보통 3구의 시신이 들어갑니다)는 미화 1000불 선이었지만, 제가 아는 어떤 분들은 미화 2000~3000 불짜리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관리비 역시 매달 미화 10불 선에서부터 20~30불 선까지 다양한 것으로 보입니다.


묘에 들어가는 입구는 마치 공원처럼 아늑하게 꾸며져 있습니다. 주변의 나무와 꽃들도 있어서 정말 공원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느껴집니다. 상주와 가족들에게는 아무튼 슬픈 상황이겠지만, 그외의 사람들에게는 아늑한 기분이 들도록 꾸며져 있습니다. 가끔씩 보이는 묘비와(대개 눕혀져 있어서 겉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꽃들이 아니라면 골프장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한쪽으로 화장을 하는 시설이 놓여 있습니다. 아버지의 장례일에 공교롭게도 한 친구의 어머니 역시 돌아가셔서 함께 왔습니다. 친구의 어머니는 화장을 하셨지요. 아버지는 매장을 했구요. 화장을 하고 난 다음에 유골을 파쇄해서 상자에 담아 상주의 주소로 보내 준다고 합니다. 화장의 경우는 매장의 1/4~1/5 정도 가격으로 하게 됩니다. 그외에 별도의 관리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화장을 원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화장을 하지 않았다고 앞서 언급을 했습니다만, 최근에는 매장보다 화장을 더 많이 선호한다고 관리 사무소에서 듣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요?
 

첫째는 종교적인 이유인데, 화장을 꺼려하던 카톨릭 교인들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화장을 축복한 이후에 화장에 대한 거리낌이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둘째는 비용 문제인데, 매장에 비해 저렴하고 사후 관리를 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겠지요. 게다가 오늘날에는 한 지역에서만 평생 산다는 것이 어렵습니다. 지구촌이라고 불릴 정도로 나라와 지역으로 사람들이 이주해서 살게 되기 때문에 매장을 하고 관리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화장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그러면 화장을 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요? 관리 사무소에서는 정확한 통계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직접 대답은 해 줄 수 없다고 하더군요. 대신 전화번호를 남겨주면, 몇 군데 장의사들과 연락해서 대략적인 통계를 내서 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과수로 출발하기 직전에 전화를 받았습니다. 관리 사무소에서 대충 이야기를 듣기로는 매장 대 화장의 비율이 1:2 정도라고 했었거든요. 그런데, 전화를 통해 받은 내용은 매장은 전체 방식중에 30% 정도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화장후 납골당에 안치하는 경우는 10%대에 달한다고 합니다. 결국, 정확하게 두 배는 아니겠지만, 매장에 비해 거의 두 배정도가 화장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공원 묘지의 풍경은 평화로워 보입니다. 매장이 되었든, 화장이 되었든, 혹은 납골당에 안치가 되었든, 편안한 안식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민을 나와서 타국에서 열심히 일하시다가 최후를 맞으신 분이니 이제 편히 쉬시기를 바랍니다.

댓글도 한 줄 추천도 한 번 -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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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an 의 라틴 아메리카 이야기
이 블로그는 이과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에 더해서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게 되었습니다. 남미는 더이상 신비의 땅이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보가 부족합니다. 이 방에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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