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거주하던 때부터 잘 아는 친구가 몇 명 살고 있습니다. 대부분 2000년 이후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떠나 산티아고에 거주하는 친구들인데, 이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그 중 하나를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만나서 산티아고로 오면 들르라며 주소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자동차를 타고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떠나 거의 보름만에 산티아고에 도착하는 동안, 그 친구는 칠레에 면한 아르헨티나 도시 멘도싸까지 와서는 눈 때문에 길이 막혀 저보다 며칠 뒤에 산티아고에 도착하게 됩니다. 그 집에 있을 생각으로 산티아고를 왔는데 말이죠.

다행히 그 친구의 여동생 내외와 또 파라과이에서 알았던 친구가 있어서 그 집에 숙소를 하게 되었습니다. 산티아고의 여기 저기의 모습이 궁금하시죠? 사진과 함께 에피소드를 소개해 드리죠. ㅎㅎㅎ


이 사진이 당시 찍었던 사진입니다. 사진에 나타난 꼬마는 지금쯤 10대 후반의 아가씨가 되었겠군요. 그 아이의 어머니 그리고 사진에는 나오지 않은 아버지는 사실 저날 처음 만난 분들입니다. 브라질에서 차를 몰고 온 것을 보시고는 칠레의 전통음료를 한잔 대접하겠다고 하셔서 얻어먹고 있는 중이죠. 그리고 오른쪽에 반절만 얼굴이 나온 아줌마가 숙소를 제공한 친구의 부인입니다. ^^

산티아고를 가시면 모떼 꼰 우에실료 (Mote con Huesillo)를 드셔 보세요.
산티아고부터 시작해서 북쪽으로는 아이마라 원주민들이 많이 삽니다. 그들과 또한 생활이 연결되어 있는 케추아 인디오들에게는 한 가지 특이한 음료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사진에 나타나는 모떼 꼰 우에실료입니다. 모떼는 한국말로 "율무"를 말하는 것이구요. 우에실료는 "마른 복숭아"를 말합니다. 그러니까 율무를 넣고 삶아 끓인 달콤한 물에 마른 복숭아를 넣어서 먹는 음료인데요. 한국의 수정과 정도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처음 드시는 분들은 비위가 좀 상한다고 하더만, 저희 부부는 너무 맛있어서 여행을 마칠 때까지 가능한 곳에서는 모떼 꼰 우에실료를 마셨답니다. 여러분도 한잔 어떨까요?

6월 12일 목요일부터 우리 부부는 20일까지 9일간을 산티아고에서 보냈습니다. 숙소는 편안했지만, 여행 최종 목적지가 많이 남은 상태여서 계획도 짜고 일부 수정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 사이 숙소를 제공했던 친구(의대를 나온 친구죠.) 집에서 친구의 칠레 친구 의사를 하나 만났습니다. 심장 전문의라고 하는데, 아무튼 칠레에서는 아주 잘 알려진 의사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그 의사로부터 의외의 선물을 받게 됩니다. 그것이 무엇이냐면, 칠레를 떠날 때까지의 숙소를 선물로 받은 것입니다. 숙소를 선물로? 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있을 것 같아 설명을 좀 해 드리죠.


칠레는 당시 물가가 무지 비쌌습니다. 브라질보다 거의 3배가 비쌌을 정도이니 짐작이 가시겠습니까? 실제로 제가 여행을 했던 70일 동안 쓴 비용의 1/2을 칠레에서 썼습니다. 그런데 칠레에서는 총 20일밖에 없었다는 거죠. 게다가 산티아고에서는 친구 집에서 얹혀 지냈는데도 그랬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비싼 것일까요!

비용도 비용이지만, 칠레의 일반 가정들을 보니 손님을 치르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집이 비좁았습니다. 이런 형편이니 민박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터였습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도 산티아고를 떠나 북쪽으로 여행하면서 주요 도시마다 숙박할 곳을 여기 저기 타진하고 알아보고 있는 중이었거든요. 그런데, 이 의사가 자신의 환자들 가운데 잘 아는 사람들로 자신도 여행을 가면 묵는 숙소들이 있다고 하는 거였습니다. 그러면서 일단 안토파가스따 Antofagasta 까지만 가면, 거기서부터는 숙소를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정말 믿기 힘든 일이었지만, 산티아고를 떠난 이후 정말 안토파가스타 이후부터 칠레를 떠날 때까지 숙소가 계속 마련되었습니다. 대단한 행운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는 칠레의 전체 인구중 1/3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공기가 참 안 좋더군요. 언제나 스모그가 낮게 깔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맑은 하늘을 본다는 것이 정말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날씨가 아주 맑은, 그래서 멋진 하늘을 볼 수 있는 날도 있었습니다. 바로 비가온 다음날의 산티아고는 진주처럼 영롱한 도시가 되더군요. 저는 체류중에 그런 날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날 칠레의 한인들이 남산이라고 부르는 산에 놀러갔고, 서두에 나온 한국인 가족을 만나 특이한 음료를 대접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도 감사를 표했지만, 지금 블로그를 쓰면서 생각해보니 정말 멋진 추억을 선물받은 것 같습니다. 이름이 김대석씨라고 밝힌, 낯선 여행자들에게 친절을 베풀어 주신 분입니다. 블로그 포스팅 속에서나마 다시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김대석씨, 그리고 그 가족분들!


산티아고는 재밌는 점이 많았습니다. 재밌게 보냈다는 의미가 아니라 (아니, 재밌게 보내기도 했습니다만) 산티아고 시 자체가 재밌는 게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제가 포스트에 올려보내는 사진들의 대부분은 시내 남쪽(이던가?)에 위치한 라스 꼰데스 Las Condes 라는 지역입니다. 2003년에 처음 차를 끌고 갔을 때에는 북쪽에 위치한 레꼴레따 Recoleta 지역에서 머물렀습니다.

한국은 경상도와 전라도 사이에 지역 감정이 있지요? 그런데 칠레는 레꼴레따 지역을 중심으로 한 시내 북부와 라스꼰데스와 비따꾸라 지역을 중심으로 한 시내 남부와 지역 감정이 있더군요. 레꼴레따 쪽은 윗 동네라고 부르고 라스 꼰데스 쪽은 아랫동네라고 합니다. 윗동네와 아랫동네 사이에는 서로 라이벌 의식 같은 것들이 있고, 서로 상종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맥도널드같은 프렌차이징 업소들도 두 지역의 서비스가 다르다고 하니, 정말 희한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산티아고 하면,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은 물이 무척 강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남쪽에서부터 훝어왔기 때문에 남쪽의 물이 아주 매끈매끈 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산티아고에 도착한 첫날 목욕을 하러 다 벗고 들어갔는데, 비누거품이 물에 닿자마자 굳어버리는 것을 경험하고 엄청 황당해 했습니다.

숙소를 제공한 친구의 부인은 칠레 전국에서 산티아고의 물이 제일 나쁘다고 하더군요. 그게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제 경험으로는 산티아고 북쪽으로는 볼리비아를 만날 때까지 물 사정이 똑 같았습니다. 산티아고의 물 문제는 제게는 아주 안 좋았습니다. 그리고 미안한 말이지만, 산티아고에 사는 (제 친구들을 포함해서) 교민들이 좀 불쌍하게 느껴지게 하더군요. ㅎㅎㅎ


하지만 칠레, 특히 산티아고의 발전 정도는 정말 눈이 부셨습니다. 시내가 잘 정돈되어 있었고, 또 환경이 아주 깨끗했습니다. 게다가 남미에서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가장 좋은 나라라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실제로 바깥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동양인인 저희들에게 ?Es usted coreano? 라고 묻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먼저 치노 Chino 가 나오고, 그 다음에 하뽀네스 Japones가 나오고 그 다음에 나오거나, 아니면 그럼 어느나라 사람이냐고 묻기가 일반적이었는데 말이죠. 현지인들이 인식하는 한국에 대한 이미지 때문에 칠레 사람들에 대한 선입견이 좋아졌습니다.

게다가 칠레에서 좋았던 것 한 가지는 칠레의 와인이었습니다. 칠레의 와인은 현재 한국에도 유명하지만, 산지에서 마시는 칠레 와인이 정말 맛있더군요. 싸면 싼데로, 비싸면 비싼대로 정말 좋았습니다. 10여일 산티아고에 체류하는 동안 친구를 따라 15가지 이상의 와인을 마셔 보았는데, 모두, 정말이지 모두, 맛이 좋았습니다. 여러분도 칠레에 가시면 맛있는 와인을 많이 드셔 보시기 바랍니다.


열흘동안 산티아고의 이곳 저곳을 배회하고 구경을 하면서 볼리비아로 갈 생각이었기 때문에 볼리비아 비자를 받으러 갔습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볼리비아 영사관을 갔을 때 느꼈던 볼리비아 사람들의 특유의 냄새가 칠레의 볼리비아 영사관에는 없는 것을 보고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게다가 사람들이 얼마나 친절하든지, 영사관의 직원들처럼 외국인들도 현지의 주민들을 닮아가는 모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볼리비아 영사관은 산티아고 시내를 가로지르는 마뽀초 강 Rio Mapocho 가에 있습니다. 비자를 신청하면, 비자대를 지불해야 하는데, 강 건너 은행에서 낼 수 있습니다. 비자대를 지불하고 왔더니 비자가 여권에 찍여 있더군요. 이제 볼리비아로 들어가는 필요한 증명은 모두 습득한 셈이네요. 그럼, 출발해야겠죠?

산티아고에서 드셔 보셔야 할 원주민 토속 음식: 소빠이삐쟈 Sopaypilla
산티아고에 있는 동안 그곳에서 알게된 한 지인으로부터 소빠이삐쟈라는 빵을 선물받았습니다. 그것을 입에 넣고 우물거려보니 쫄깃한게 아주 구수하더군요. 재료가 무엇일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그 지인에게 물어보았더니 글쎄, 재료가 호박이라고 하네요. (맞는지 틀리는지 모릅니다. 칠레에 계신 분들이라면 좀 댓글 남겨 주세요)
그런데, 소빠이삐쟈가 무슨 뜻일까요? 처음 들었을 때 Sopa y Pizza 라고 들었기 때문에 스페인어로 "국물과 피자"라고 연상을 했는데, 남미에서 짬밥수가 늘어나면서 그게 아니라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칠레의 아이마라어와 파라과이의 과라니어 사이에는 공통점이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소빠 라는 단어는 공통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과라니어로도, 또 아이마라어로도 소빠는 "빵" 혹은 "떡"을 의미합니다. 그럼 삐쟈 pilla 는요? 라고 묻는 분이 계실 것입니다. 나중에 알게 된 바로는 삐쟈라는 단어는 "악마"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소빠이삐쟈는 무슨 뜻일까요? "악마의 빵"이라고 한다네요. 좀 섬뜩한데, 이 맛있는 빵에 왜 그런 이름을 붙였는지 정말 모르겠더군요.
칠레 지도를 보면 지명에도 "악마"라는 단어가 많이 들어있습니다. 예를 들어 산티아고에서 해변으로 내려가는 길에 아름다운 산골짜기 마을의 이름이 멜리삐쟈 Mellipilla 였습니다. 또, 제가 지나친 북쪽의 한 해변가 마을의 이름은 또꼬삐쟈 Tocopilla 였습니다. 칠레의 아이마라 인디언들과 악마는 어떤 관계였을까요?


산티아고에서 생각이 나는 또 다른 것은 쇼핑몰이 몰려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다른 남미 나라들과는 달리 쇼핑몰이 몰려있고, 주차장을 가운데에 두고 함께 쓰고 있더군요. 미국에서는 그렇게 많이 한다던대, 남미에서 그것을 보니 아주 신기했습니다.

아무튼 우여곡절 속에 거의 10일을 보내고 산티아고를 출발한 날짜는 6월 20일 금요일이었습니다. 출발을 축하해 주려는 듯이 날씨도 아주 좋았습니다. 산티아고를 출발하자마자 나타난 주유소에서 주유를 하고 있는데, 자동차가 조금 흔들리더군요. 자동차 안에서 와이프가 물건을 좀 정리하고 있겠거니 했는데, 주유를 하는 직원들이 자기들끼리 하는 말이 얼핏 들려왔습니다. 시스모 (미진)가 어쩌구 저쩌구 해서.... 주위를 둘러보았는데, 저 앞의 주유소 사무실의 유리창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러구보니 제 발아래 땅 역시 흔들림이 느껴지더군요. 우아~ 이게 지진이라는 거구나~! 하는 생각에 덜컥 겁이 나더군요. 빨리 칠레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칠레의 건물들과 내진 설계
칠레는 환 태평양 조산대에 속해 있기 때문에 지진과 화산활동이 빈번한 곳들이 많습니다. 2010년에도 대지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진의 규모에 비해서 피해는 비교적 적습니다. 그 이유가 건물의 내진설계에 있다고 합니다. 건축도가 아니기 때문에 잘은 모르겠지만, 칠레의 건축 현장을 한번 가 본적이 있었습니다. 기초속에 거대한 기차바퀴처럼 생긴 바퀴와 레일이 들어간 것을 보고 흥미로웠던 것을 기억합니다. 설명해 준 사람에 의하면, 그런식으로 건물을 올리면 건물 자체가 유격이 생겨서 왠만한 미진에는 피해가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칠레의 건축은 동 지진대에 속한 많은 나라들에서 꽤나 유명하다고 합니다.

아무튼, 저는 지진이 많은 곳에서는 겁나서 못 살겠더군요.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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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an 의 라틴 아메리카 이야기
이 블로그는 이과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에 더해서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게 되었습니다. 남미는 더이상 신비의 땅이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보가 부족합니다. 이 방에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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