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 파스(La Paz) 즉 평화를 의미하는 도시에서의 며칠은 흥미로운 것들을 관찰하며 보냈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고산지대의 어지러움이 있기는 했지만, 당시 관찰했던 흥미로운 것들 몇 가지를 여기 기술합니다.



1) 라 파스의 대중 교통


라파스에는 다른 나라에서 보지 못했던 몇 종류의 특이한 대중 교통 시스템이 발견됩니다. 이 포스트에서는 그 중 트루피, 일반 택시, 일반 버스 그리고 미니 버스를 소개합니다. 


ㄱ. 트루피

트루피는 택시이기도 하지만, 노선이 정해져 있는 승합택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비용은 먼곳을 가나 가까운 곳을 가나 노선안에 있는 모든 곳이 동일한 비용을 냅니다. 제가 방문을 하고 있었던 2003년의 당시 트루피 택시의 비용은 1인당 3 볼리비아노 였습니다. 


트루피 택시에는 운전사를 포함해서 총 6명이 타게 됩니다. 트루피 택시가 일반 승용차를 가지고 운행을 하다보니 뒷좌석과 앞좌석에 각각 3명씩이 타게 됩니다. 당연히 처음 타는 사람들이 뒷자리에 탑니다. 그리고 4번째와 5번째 손님은 앞좌석에 타게 되지요. 


제가 경험했던 한가지 웃기는 일은, 저희가 라 파스 중심가에서 숙소로 오기 위해서 트루피를 탔을 때 벌어졌습니다. 우리 둘이 뒷 자리를 잡았고, 잠시 후 한 아가씨가 세번째 손님으로 집사람 옆에 앉았습니다. 네 번째 손님은 몸이 상당히 비대했는데, 앞 좌석에, 운전사 옆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다섯번째 손님이 탔는데, 이 사람 역시 운전사 옆으로 들어갔습니다. 상대적으로 몸집이 왜소했던 운전사는 두 사람 덕에 거의 창문에 몸이 붙어서 운전을 하게 되더군요.


ㄴ. 일반 택시

일반 택시는 서구의 다른 나라들에서 볼 수 있는 일반적인 택시입니다. 다른것이 있다면 외관에 택시라고 쓴 차들도 있지만, 그냥 승용차로 운행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 즉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겠죠. 하지만 그보다 정말 다른 것은 요금이 부과되는 미터기가 없고 모든 것을 흥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흥정을 하지 못한다면 바가지를 쓰는 것은 기본이 되겠지요? 흥정을 계속하다보면 반값으로도 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일반 택시를 탈 경우 타기 전에 언제나 흥정이 기본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ㄷ. 일반 버스

일반 버스는 꼴렉띠보 Colectivo 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덩치가 큰 버스를 말합니다. 제가 볼리비아를 방문하고 있었던 때에 비용은 시간대에 따라 1 혹은 2 볼리비아노를 받고 있었습니다. 물론 노선 버스를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볼리비아에 사는 친구의 이야기로는 손님이 별로 없을 경우, 손님이 원하면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괜찮은 자가용이지요? ㅎㅎㅎ


ㄹ. 미니 버스

미니 버스는 한국의 베스타 같은 차량들이 버스로 쓰이는 것입니다. 운전사를 포함해서 정원이 15명인데, 흥미로운 것은 한국의 옛날 안내양과 같은 보조자가 한 명 탄다는 것입니다. 손님이 꽉 차게 된다면 총 16명이 버스에 타게 되겠지요? 그렇게 되면 보조자는 앉지 않고, 문 옆에 서게 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타고 내리는 방식입니다. 내릴 사람이 있으면 신호를 합니다. 잠시후 차가 정차하고 문이 열리면 그 앞쪽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줄줄이 내립니다. 그리고 목적지에 내릴 사람이 내리면, 다시 줄줄이 타는 일이 반복됩니다. 


미니 버스로 사용되는 차량들에는 거의 대부분 뒤쪽에 OO회사, 혹은 XX상사 같은 말들이 한자(漢字)로 붙어 있습니다. 볼리비아에서 사용되는 차량들의 많은 부분이 일본에서 사용되던 중고차량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합니다.



2) 볼리비아의 물가


볼리비아의 물가는 아주 저렴합니다. 혹시 파라과이를 가 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파라과이 물가가 저렴하다는 것을 잘 기억하실 것입니다. 하지만 볼리비아는 파라과이에 댈게 아닙니다. 볼리비아의 물가는 보통 일반 부부가 한달에 200불 (한화 220000원 정도)이면 거뜬히 생존(?)할 수 있습니다. 이제 소개하는 경우는 극단적인 경우입니다.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지만, 아무튼 볼리비아의 물가를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 친구중 하나가 볼리비아에는 메르까도 데 낀또 Mercado de Quinto 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메르까도는 스페인어로, 영어의 마켇에 해당되는 것입니다. 낀또라는 것은 "제 5, 제 5의" 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말인데, 이 경우에는 운 낀또 un quinto 즉 1볼리비아노의 1/5, 다시 말해 20센트를 말하는 것입니다. 제가 방문했을 당시 미화 1 불은 7.6 볼리비아노 였습니다. 그렇다면 20센트 볼리비아노는 미화 1불의 1/38 이 되는 것입니다. 미화로 2.5센트, 한국돈으로 28원인데, 여러분은 한국돈 28원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입니까?


근데, 그 메르까도 데 낀또라는 곳에서 볼리비아의 극서민들은 그 돈으로 하루를 생활할 수 있는 식품을 살 수 있다고 합니다. 볼리비아의 물가를 짐작할 수 있겠습니까?


앞서 포스트에서 밝힌 것처럼, 볼리비아에는 부자들도 상당합니다. 저희가 라 파스에서 묵었던 집은 상상을 초월하는 부자집이었습니다. 그런 집들에서는 한달에 수천불 혹은 수만불씩을 생활비로 쓰고 있습니다. 반면에 서민들은 메르까도 데 낀또에서 자신들의 생필품을 구입하고 있습니다. 정말 아이러니하지요?



3) 볼리비아의 일반 위생 상태


앞서 볼리비아로 들어오자마자 화장실 상태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제 위의 볼리비아의 물가를 생각해보면서 왜 위생상태가 형편없는지를 생각해 보시면 될 듯 합니다. 일반 공중 화장실이 없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사용료는 1볼리비아노였습니다. 화장실의 상태도 그리 훌륭하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그 비용이 일반 볼리비아 사람들에게는 엄청 비싼 것으로 느껴집니다. 따라서 거리에 나와서 생활하는 일반 사람들은 공중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냥 거리에서, 으슥한 곳에서, 또는 담 벼락을 놓아두고 볼 일을 봅니다. 그리고 배설물은 그냥 공중에 방치해 둡니다.


배설물을 방치해 둘 정도의 사람들이 손을 씻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그 손으로 음식도 만지고... 아무튼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희를 만나는 사람들은 - 그게 볼리비아 사람이든 외국인이든 - 길거리 음식은 먹지 말라고 조언을 해 주었습니다. 모처럼 여행을 와서 병원에 실려가는 불행을 경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여러분도 볼리비아로 여행하실 때는 길에서 음식을 사 드시지 않도록 주의 하시기 바랍니다.



4) 볼리비아의 맥주 빠쎄냐


볼리비아의 물은 아주 훌륭합니다. 그래서인지 볼리비아의 맥주 빠쎄냐 Paceña 는 남미 맥주들 가운데 맛있는 맥주 중 하나로 꼽힙니다. (누가? 그냥 제 맘입니다. ㅋㅋㅋ) 빠쎄냐라고 해서 모두가 같은 산지에서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빠쎄냐 병의 목 부분에 보면 산지가 표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빠쎄냐 라 파스 Paceña La Paz, 빠쎄냐 우아리 Paceña Huari 또는 빠쎄냐 오루로 Paceña Oruro 라는 식으로 분류가 된다고 하네요. 그래서 볼리비아 사람들 가운데도 빠쎄냐 중에 우아리 것만을 마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빠쎄냐 우아리가 제일 맛있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저는 그 맛을 보지 못했습니다. 우아리를 마셔보시는 분들이 있다면 제 글 아래 댓글로 좀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5) 볼리비아의 목이 긴 낙타과 동물들


볼리비아가 아니라 안데스 전역에 이 낙타과 동물들이 존재합니다. 언젠가 제 블로그에서 간단하게 소개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여기서 다시 전체를 소개합니다. 당시 알아보았던 내용에 약간 부정확한 부분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적어 봅니다.


"아마도 목이 긴 이들 동물에 대해서 조금 묘사해야겠다. 안데스에서 서식하는 이들 목이 긴 가축들은 네 가지 종류가 있다. 먼저 제일 많이 알려진 야마 혹은 라마 Llama가 있다. 그 다음으로 몸집이 조금 작으면서 털이 긴 알파카 Alphaca가 있는 데 이들 두 동물들은 2년에 한 번씩 털을 깎아 준다고 한다. 야마의 털은 굵어서 망토 같은 것은 만들지 않고 주로 카페트 같은 것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알파카의 경우는 좀 더 고급이어서 볼리비아 사람들의 모자나 의복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두 동물 다 한 번 털을 깎을 때마다 3kg 정도의 털이 나온다고 한다. 세 번째 동물로 비꾸냐 Vicuña 가 있다. 이 동물은 털이 별로 없다. 사슴 크기 정도인데 날렵하게 생겼다. 사진으로만 보았을 뿐, 실제 모습은 보지 못했다. 이 동물은 4년에 한 번 털을 깎아 준다. 그런데 이 동물에게서는 털을 깎을 때마다 200~300g의 털만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당연히 이 동물의 털 가격은 상당히 비싸다. 비꾸냐의 털은 자연계에서 존재하는 실로는 누에고치의 명주실 다음으로 가늘다고 하니 이것으로 만든 모직물의 곱기를 상상할 수 있다. 이 털로는 볼리비아에서 생산되는 최고가의 물건들이 만들어진다. 모자 하나가 미화 800불에서 1000불 정도이고 망토는 1000불에서 심지어 만불까지 호가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동물들 가운데 전혀 생긴구실을 못하는 동물도 하나 있다. 그것은 과나꼬 Guanaco 라고 하는 동물이다. 이 동물은 얼마나 천대를 받는지 우리가 돌아다니는 곳에서마다 볼 수 있었다. 이 동물의 털은 저급이어서 어디에서도 쓰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이 과나꼬라는 동물은 고기도 먹지 않는다고 한다. 이들 동물들 앞에서는 조심해야 한다. 성나면 이들은 산성 침을 뱉기 때문이다. 이들 동물들의 고기 맛은 양고기 비슷하다고 한다."


당시 기록한 노트에는 "왜 이런 동물이 있지?" 뭐, 이런 표현도 있었는데, 그것은 생략했습니다. ^^



6) 흥정, 정말 중요한 볼리비아의 일상


앞에서도 택시 이야기를 하면서 흥정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만, 볼리비아에서는 흥정이 일반화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택시만 흥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물건 역시 흥정을 잘 해야 합니다. 일단 반값은 몰라도 60% 정도선에서부터 서로 흥정을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저희들 역시 물건을 사러 돌아다니면서 볼리비아 사람들과 흥정을 많이 해 보았습니다. 물론 순박해서 나중에는 원가까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아무튼 흥정은 아주 중요합니다.


그래서인지 볼리비아의 어떤 도시들에는 슈퍼마켇이 없는 곳도 있습니다. 이게 왠 소린고 하면, 슈퍼마켇이 없는 상황을 보고 어디선가 슈퍼마켇을 보고 온 사람이 보기 좋게 슈퍼를 차립니다. 슈퍼는 시장하고는 달리 가격들이 정찰제로 운영되지 않습니까? 정찰제는 아니더라도 아무튼 물건마다 고유의 가격이 붙어 있습니다. 문제는 물건을 사러 들어오는 사람들이 흥정에 익숙하다는 것입니다. 상상하실 수 있습니까? 계산대 앞에 서서 흥정하는 사람들의 모습을요?


슈퍼마켇에서는 가격을 깎아주지 않습니다. 따라서 흥정하는 맛이 없습니다. 주민들은 하나 둘 씩 더 이상 슈퍼마켇을 가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느날 슈퍼는 반절만 남고 나머지 반절은 다른 목적의 상가로 세를 놓습니다. 얼마가 지나면 남은 반절의 슈퍼마켇이 또 반절로 줄어듭니다. 그리고 언젠가 슈퍼가 사라집니다. 이 모든것이 사실상 흥정에 익숙한 볼리비아이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정말 재밌지 않나요?



블로그가 좋았다면 댓글 한줄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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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알토 El Alto 에 도착해서 라 파스 La Paz 의 친구네까지 가는 길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엘 알토는 해발 4100M에 위치한 도시인데, 우리가 가야할 라 파스 남쪽의 깔라꼬또 Calacoto 라고 하는 지역은 해발 3100M에 위치해 있다고 하네요. 당시에는 그게 뭘 의미하는 것인지 몰랐기에 더욱 당황스러웠습니다. 아무튼 엘 알토에서 라 파스로 들어가는 관문에는 톨게이트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2 볼리비아노 Bolivianos (미화 25센트정도)를 통행세로 주고는 그때부터 꾸불꾸불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위 아래가 1000M 가 차이나는 분지를 상상하실 수 있습니까? 지도상으로는 분명히 옆 길인데, 평행을 이루는 그 옆길이 제가 가고 있는 길과 높이가 50미터 정도 차이가 난다면 어떤 생각이 드실려는지요? 그런 길을 구불구불 정말 끝도 없이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위 지도에서 볼 수 있듯이 제가 가고 있는 지역은 라 파스 아래 Distrito 1 이라고 되어 있는 지역에서 지도 오른쪽 Distrito Sur 라고 되어 있는 지역입니다.



Distrito Sur 지역을 좀 더 확대해 보면 깔라꼬또 Calacoto 라는 동네 이름이 나옵니다. 이곳까지 찾아가는 길이 정말 말도 아니었습니다. 첫째는 초행길인데다 저녁이라서 그랬구요. 둘째는 꾸불꾸불 끝없이 내려가는 길인데 얼마나 가야 하는지, 당시에는 네비게이션같은 장비들도 없었기 때문에 정말 끝없는 길이었습니다. 게다가 볼리비아에는 이정표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더군요. 한참을 가다보니 제가 제대로 가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워서 몇번이나 세워서 길을 물어야 했습니다. 물론 동일한 대답을 들었지만요, 계속 가라고 말입니다.



라 파스의 첫인상은 혼돈 그 자체였습니다. 정말이지 어떻게 이런 곳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 혼돈 속에서도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나름대로 질서가 있는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어떤 흐름이 있는지는 짐작도 못하고 말았지만요. 아무튼 제가 가고 있었던 깔라꼬또에는 한참 내려가서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목적했던 동네는 깔라꼬또의 이르빠비 마을 Barrio Irpavi 이었습니다. 그곳에 도착해서 친구집에 들어갑니다. 우리 부부의 친구는 주인 아주머니인데, 라 파스의 한 고등학교의 교장 선생님입니다. 남편은 건축가이고 딸은 TV 프로듀서, 또 아들은 컴퓨터 전산 시스템 관리인입니다. 볼리비아 사회에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생활을 영위하시는 분들인 셈이지요?


이 포스트에 사용된 사진들은 모두 구글 이미지(Google Image)에서 캡쳐한 것입니다


깔라꼬또의 집들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십니까? 몇 장의 사진들을 보시면 제가 묵었던 이르빠비 마을과 그 지역을 포함하는 깔라꼬또의 수준을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자 이렇게만 보시면 볼리비아라는 나라가 생각했던 것보다 좋구나~! 라는 생각이 드시지요? 하지만 여기 보여드린 사진들은 깔라꼬또 지역과 라파스의 일부 부촌들의 사진이라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볼리비아는 남미 12개 나라 가운데 가장 가난한 나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가난한 나라에도 집권층에 있는 일부 특권층은 부를 누리고 사는 거죠. 그리고 제가 찾아갔던 이르빠비의 친구 가족도 그런 특권층의 일부인 분들이다보니 이런 저택에서 살고 있었던 겁니다.


이제 볼리비아에서의 처음 몇일동안의 잡스런 생각을 소개해 드리지요.


첫째는 집들을 찾기가 아주 어렵다는 것입니다. 도로는 구불구불한데다 이정표가 거의 없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요) 게다가 동네 동네가 길 이름을 표기하는 방법이 다릅니다. 제가 갔던 이르빠비 마을은 한쪽으로는 길 이름이 있고 다른쪽으로는 길 번호가 있었습니다. 예컨대 제가 묵었던 집은 Av. VeraCalle 2 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옆 동네를 가 보았더니 그곳은 가로나 세로가 모두 번호로 된 길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의 동네에서는 길 이름은 없고 구획을 A구획 Block A, B구획 Block B 식으로 분류를 해 놓았더군요. 동네마다 다른 일관성없는 행정은 길찾기가 더 어렵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둘째는 고산지대라 여러가지 기 현상이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라파스의 아래쪽에 거주하시는 분들은 위로 잘 안가시더군요. 3100미터에서 생활하시는 것이 익숙한 분들은 엘 알토 곧 4100미터로 가면 머리가 아프다고 하시네요. 또 시내 중심가 (3600미터)에서 생활하시는 분들은 교회들이 위치해있는 남쪽으로는 잘 가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심지어 교회도 안간다고 하더군요. 갔다오시면 사나흘은 머리가 아프다고 합니다. 그런거 보면 참, 인간의 적응력이 멋지기도 하고 골치도 아프고 하네요.


라파스는 고원 지대이다보니 하늘은 거의 항상 맑습니다. 파랗구요. 대신 기압이 현저하게 낮습니다. 그래서 자동차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어렵습니다. 일단 디젤차는 시동이 꺼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휘발유 차라면 에어필터를 제거하고 다니는 것이 더 좋습니다. 디젤차의 경우 시동이 꺼지지는 않지만 아침에 시동을 걸기가 아주 어렵습니다. 이런 점들은 상식으로 아셔야 할 듯 하네요.


고원 지대가 어려우신 분들은 라 파스는 안 오시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하지만 그냥 그냥 적응하실 수 있는 분들이라면 와이프가 마셨던 코카차(Coca 茶)를 드시는 것이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코카인의 원료인 코카잎파리인데 고산지대에서의 어지러움을 조금이나마 완화시켜 줄 것입니다. 제 경우는 한 잔도 마시지 않았지만 와이프는 이틀을 마시고 나더니 적응을 하더군요.


셋째, 볼리비아의 물은 아주 매끈매끈하더군요. 칠레에서의 무거운 물만 보름동안 보아왔던 나에게는 정말이지 너무 좋았습니다. 비누를 묻혀가며 샤워를 하면서 비누를 사용할 수 있는 볼리비아의 물이 너무 고마웠다면 웃으려나요? 아무튼 볼리비아의 물이 아주 좋다보니 다음번에 포스트하겠지만 볼리비아의 맥주도 아주 맛있다는 거, 알아두시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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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볼리비아 국경을 수월하게 통과합니다. 국경에 근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친절하던지, 기억이 새롭네요. 아마 그들은 브라질 번호판을 달고 있는 동양인들이 신기했을 것이지만, 제게는 아무튼 얼마나 친절했는지만 기억에 남습니다.


이 포스트에서 사용한 사진들은 모두 구글 이미지 (google images)에서 캡쳐한 것입니다.


칠레/볼리비아 국경에서부터 볼리비아의 실질적 수도로 알려져 있는 라 파스 (La Paz: 스페인어로 평화를 의미함. 행정 수도는 남쪽에 있는 Sucre 임) 까지는 300km 정도의 거리입니다. 그렇게 짧은 거리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먼 거리도 아니어서 "일단 들어왔으니 언젠가는 도착하겠지..."라는 느긋한 마음으로 여행을 계속하게 했습니다. 


국경을 넘자마자 한 일은 환전이었습니다. 2003년 당시 미화 1 달러당 볼리비아 화폐가치는 7.6 볼리비아노스. 또 칠레 페소는 10.5 칠레페소가 1 볼리비아노였습니다. 환전을 하는 곳이 따로 있지 않고, 볼리비아 전통의상을 입고 아기들을 업고 있는 아주머니들이 환전을 해 주더군요. (2012년 8월 현재 볼리비아의 화폐 가치는 미화 1불당 6.9 볼리비아노스입니다.)



가지고 있던 칠레 페소는 모두, 그리고 일부 미국 달러를 환전해서 소지하고는 바로 주유소를 찾았습니다. 주유소에서 디젤을 주유했는데, 디젤과 휘발유의 가격이 거의 비슷합니다. 리터당 휘발유는 3.144볼리비아노스, 디젤은 3.014볼리비아노스였습니다. 지금도 아마 달라졌다고 해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렇게 차이가 없으니 디젤차가 인기가 별로 없을 듯 합니다.


주유를 마치고 달리기 시작하는데, 이상하고 신기한 것을 경험합니다. 칠레에서 안데스 산맥을 올라올 때는 올라오는 길이니만큼 차가 달리지 못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는데, 여기서는 내리막길인데도 차가 계속 뒤로 당겨지고 시원하게 달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확실히 일반 차량은 고도 3000미터 이상에서은 운행이 쉽지 않은 듯 합니다.


국경을 통과하면 볼리비아 관광 지도상으로는 오른편으로 사자마 국립공원 (Parque Nacional Sajama)이 있다고 되어 있는데, 별다른 표지판 하나가 없습니다. 다만 길옆으로 우뚝 우뚝 솟아있는 바위 덩어리들이 정말 기기묘묘하게 서 있어서 눈길을 끌게 됩니다. 눈길을 잡아끄는 그 외의 풍경은 없이 그냥 알티플라노를 달려갑니다. 주변에 흔하게 보이는 것은 낮게 자라는 관목들과 간간히 보이는 사람의 손으로 만든 검은 네모들 - 집들조차 주변 환경과 비슷해서 눈에 띄지 않습니다만, 창문만큼은 네모나서 인간의 손으로 만든 것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 이 눈을 끕니다.




차가 꾸라우아라 데 차랑가스 Curahuara de Charangas 라는 곳에 도착했을 무렵에는 해발 3000미터 정도였는지 그다지 어렵지 않게 차가 달리고 있었습니다. 주변의 경관들은 이제 사자마와는 달리 북미의 그랜드 캐년에 비슷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런 풍경들은 록키 산맥은 물론 남미의 안데스까지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입니다.


중간에 파타카마야 Patacamaya 에 도착하기 전에 통행료를 받는 곳이 하나 있습니다. 8 볼리비아노스가 좀 비싸 보이기는 하지만 주변 나라들과 비교하면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게다가 정말 다행인 것은 볼리비아의 도로가 생각보다 좋다는 것입니다. 간혹 벗겨진 아스팔트가 있기는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메꾸어 놓았는지, 패인 곳들은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브라질 남쪽의 도로들보다 훨씬 더 좋았습니다.


파타가마야에 도착해서 주유소에 잠시 들렀습니다. 주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화장실에서 일을 보기 위해서였는데, 화장실을 다녀온 와이프는 차라리 길에서 일을 보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저도 나중에 한 주유소의 화장실을 들어가 보고 나서 동일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볼리비아에 있는 동안 계속 길에서 일을 보았습니다. 이 정도면 볼리비아의 위생 환경이 어떤지 짐작을 하실 수 있을까요?



파타카마야에서 라 파스까지는 100여 킬로만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때쯤에는 해가 져서 헤드라이트를 켜고 운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동차의 계기판이 다시 100여 킬로미터를 왔다고 알려주고 있었는데, 희한하게도 대도시의 불빛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었을까요?



게다가 라 파스로 들어가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지나야 하는 도시인 엘 알토 El Alto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3차선 도로의 제일 안쪽에서 주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건물이 나타나면서 사람들이 많아지고, 1차선이고, 2차선이고, 3차선이고간에 차들이 정차하고 사람들이 잡아타는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우리 생각에는 분명 무슨일이 일어난 것으로 보였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경찰들이 길 한가운데 있었음에도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는 거죠.


아무튼 계속 주행을 하고보니 엘 알토를 지나 라파스로 내려가는 관문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다시 톨게이트 비용으로 2 볼리비아노를 냅니다. 게이트를 통과하고 나서야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이라니!





라 파스의 외곽은 해발 4100미터입니다. 그리고 제일 안쪽 낮은 곳은 해발 3100미터입니다. 도시 외곽과 안쪽의 높이가 무려 1000미터가 차이가 나는 대도시를 상상할 수 있을까요? 라 파스는 그 이름의 의미가 "평화" 입니다. 역사상 그 어떤 민족에게도 침략을 당한 적이 없다는 곳이죠. 하긴 4100미터 고지를 진격해서 이 도시로 쳐들어올 민족이 얼마나 될까요?


아무튼 그 평화의 도시에서 우리 부부는 정말 특이한 광경을 보게 됩니다. 그냥 걸어다녀도 힘든 고지대, 그 고지대에서 조깅을 하는 시민들을 보며 우리 부부는 정말 황당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럭 저럭해서 결국 라 파스를 도착하게 됩니다. 하지만 엘 알토에서부터 목적지까지 가는 길은 정말 힘들었습니다. 뭐가 그리 힘들었냐구요? 다음 포스트에서 알려드리겠습니다.


댓글, 추천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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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따까마 지역을 방문하고는 돌아와서 길 떠날 준비를 합니다. 깔라마에서 도시를 가로질러 북쪽으로 있는 길을 따라 도시를 벗어난 후에 정서로 쭉 내려뻗은 길을 따라 내려가면 태평양 상에 있는 항구 도시 또꼬삐쟈가 나옵니다. 또꼬삐쟈가 무슨 뜻일까요? 아무튼 삐쟈 Pilla 가 현지 인디오 언어로 "악마"를 의미하는 것이니만큼 좋은 뜻처럼 들리지는 않습니다.

또고삐쟈는 칠레 정부로 보아서는 중요한 도시일지 모르겠지만, 제 눈에 비친 모습이 그다지 매력적인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방문했을 시점에는 구름이 잔뜩 끼어서, 바닷색도 파란색이 아니었던데다가 또꼬삐쟈 시 자체에 나무가 없더군요. 황량한 사막의 도시를 보는 것 같아서 그냥 주유만 하고 지나칩니다.

위의 지도에서 볼 수 있듯이 또꼬삐쟈에서부터 북쪽으로 240km 구간은 태평양을 끼고 있습니다. 최근에 길이 닦여서인지 노면의 상태는 훌륭했습니다만, 급커브가 많은 도로였습니다. 따라서 운전을 하시면서 간다면 주의를 요하는 곳이라고 하겠네요.

이 포스트의 사진들은 모두 구글 이미지 google image 에서 캡쳐한 것임을 밝힙니다.

해변도로의 모습은 장관입니다. 북쪽으로 갈 경우, 왼쪽으로는 해가 지는 석양의 태평양을 볼 수 있고, 오른쪽으로는 높이 1000m가 넘는 알티플라노가 펼쳐져 있습니다. 그렇게 240km 정도를 가면 이끼께 Iquique 라는 도시가 나옵니다. 이 도시는 칠레의 면세지구로 유명한데,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해가 지고 난 다음이었습니다. 이끼께라는 도시 전경을 좀 보여드릴께요.


해발 1000미터 이상의 맥켄지 산맥의 알티플라노로 올라가는 길에서 본 이끼께입니다. 저 아래 성냥갑처럼 보이는 도시가 바로 이끼께죠. ㅎㅎㅎ


환한 가로등불이 도시 전체를 밝혀주는 것처럼 현대화된 시설과 스카이라인이 존재하는 도시입니다. 도시의 북쪽으로는 쏘나 프랑까 Zona Franca 라고 하는 면세 지구가 있고, 각종 창고와 매점들이 존재하는데, 저희가 방문했던 2003년에는 얼마전 있었던 남미의 경제 위기 덕에 많은 상점들이 문을 닫았던 상태였습니다.

저희 부부는 이끼께에 도착한 이튿날 시내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불경기의 여파로 활기가 없어서인지, 그렇게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면세지구였기 때문에, 타이완제 공구를 하나 샀는데, 그게 지금까지 각종 작업을 할 때 효자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참, 아따까마 지역으로 돌아다니다 보면 땅에 돌로 그린 그림들을 자주 보게 됩니다. 땅이라고 해서 그냥 평평한 땅이 아니라 산자락에 경사가 진 곳에 모래로만 되어 있는 곳에 돌로 만든 그림들을 보게 됩니다. 이름하여 헤오글리포 Geoglifo 라고 하는데, 누가 그렸는지는 모르지만, 정말 신비한 그림들이죠. 페루쪽으로는 나스카 라인 Nazca Lines 이 유명하지만, 그것은 평지에 그려진 그림이고, 비행기를 타야만 볼 수 있는 그림인데 반해, 헤오글리포는 길에서도 그냥 볼 수가 있는 그림입니다.



구글에서 캡쳐한 헤오글리포의 그림입니다. 당시 저도 한 두장을 찍었더랬는데, 인화 상태가 별로 좋지를 않아서 여기서 공개를 못합니다. ^^

아무튼 이렇게 경사진 모래밭을 캔버스 삼아 돌로 그린 그림을 보면, 이곳에 원주민으로 살던 사람들의 스케일을 짐작하게 합니다. 나중에 이끼께에서 더 북쪽의 칠레 최북단의 도시 아리까 Arica 를 들어가보면, 국도에서 아리까 시내로 진입하는 곳에서 한가지 헤오글리포를 더 보게 됩니다. 이건 좀 더 최근에 그려진 것인데요. 바로 아래 사진입니다. ㅎㅎㅎ


아마도, 이 광고는 수백년 혹은 수천년을 더 가지 않을까 싶군요. ^^


이끼께에서 아리까로 가는 길은 해변이 아니라 알티플라노를 통해서 가게 됩니다. 알티플라노를 달리다 계곡이 나타나면 1500미터 정도를 구불구불 내려가서 평지를 달리다가 구불구불 올라가서 알티플라노를 달리는 식으로 가야 도착하게 됩니다.


아리까는 주변의 계곡에서 싱싱한 채소를 재배하는 곳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리까에서는 그 이남의 여러 도시들, 이끼께, 안토파가스타, 깔라마와 같은 도시들에 비해 물가가 싸고 야채와 과일이 값이 쌉니다. 그래서 생활이 좀 더 여유있는 곳이기도 하죠.

게다가 이곳을 들어서는 순간 방문자들은 Bienvenido a ARICA "Una Ciudad Eterna Primavera" (영원한 봄의 도시 아리까로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를 볼 수 있듯이 기후 또한 온화하다는 것 역시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룻저녁을 지내며 살펴보니 정말 기후가 좋더군요. 게다가 길을 잃어서 지나가는 아가씨에게 길을 물었더니, 친절하게 내 차를 타고 목적지 부근까지 길 안내를 하는 것을 보고, 정말 인심도 좋구나 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이렇게 멋진 도시이기는 하지만, 식수 사정은 상당히 좋지 않았습니다. 수돗물에도 석회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숙소에서 주전자를 보았는데, 바닥에 흰 결정이 깔려 있더군요. 처음에는 우유를 데웠나 생각했더랬는데, 알고 보니 결정이 된 석회질이었습니다. 이 지역의 식수 사정을 알 수 있게 해 주더군요. 또, 물이 얼마나 무거운지 씻을 때 비누를 칠하는 것이 겁날 지경이었습니다. 이래저래 산티아고를 떠난 이후 10여일 동안 비눗칠을 하지 않고 그냥 물로만 씻었더니 꾀죄죄해지는 폼이 이 지역 아이마라 인디언처럼 되더군요. (아이마라 인디오들을 격하시키고자 한 말은 아닙니다.^^)

이튿날 다시 볼리비아 국경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자동차로 끝 없이 고도를 올라가는 경험을 합니다. 어느 순간 차가 산속 마을을 볼 수 있는 곳에서 정차를 합니다. 그 위에 뽄쵸를 걸친 한 인디오 여인이 장사를 하고 있더군요. 간단하게 사탕 한봉지를 샀는데, 그 사탕에 대해서 영수증을 발급해주는 것을 보고 정말 놀랐던 경험이 기억납니다.


뿌뜨레 Putre 라고 하는 마을인데, 과거에는 이 부근의 금광과 해변을 잇는 중요 거점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금광의 쇠락과 함께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마을이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맥켄지 산맥의 중심에 있어서, 그 옆에 있는 안데스 산맥과는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곳의 고도는 해발 3000미터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도 제 몸은 고도의 조건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얼마후 라스 꾸에바스 Las Cuevas 라고 부르는 검문소가 있는 지점에 도달합니다. 이 지점의 검문소에 내렸을 때, 한쪽으로 4300mts s.n.m. 이라는 간판을 보았는데, 그 의미가 해발 (sobre nivel del mar) 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차가 검은 연기를 내뿜으며 달리고 있었지만, 시동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디젤의 경우는 그런 문제는 없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가솔린 차의 경우는 산소의 부족때문에 시동이 꺼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높은 지역을 다니다보면 길에 세워놓은 차들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가솔린차를 가지고 계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칠레 여행 가이드 북에서는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 줍니다.

고산 지대를 여행하는 경우 권고 사항:
1. 고산지대에서는 산소의 부족으로 자동차의 힘이 딸리거나 시동이 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고산지대로 출발하기 전에 근처의 카센터를 들러 잠시 손을 보기 바랍니다. 가장 흔하게 조정하는 방법은 일시적으로 에어필터를 꺼내는 것입니다.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도움이 될 것입니다.
2. 국도를 벗어나 비포장으로 갈 계획이 있거나 가게 된다면, 꼭 공원 관리 사무소에 목적지를 보고하고 가도록 하십시오. 만약의 경우 조난을 당한다면 라디오를 통해 도움을 받게 될 것입니다.
3. 1월과 2월의 우기에는 쏟아지는 비의 양때문에 길이 사라지거나 급류를 만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국도 외의 비포장 도로로 가게 된다면 사륜 구동 자동차로 다니기 바랍니다.
4. 미리 고지대의 상태를 알아보고 가시기 바랍니다. 가장 좋은 계절은 3월과 4월, 그리고 9월로 12월입니다.
5.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 비상식량(물과 음식)을 가지고 다니기 바랍니다. 또한 겨울이라면 라디에이터에 부동액을 넣고 오시기 바랍니다.
6. 의복은 잘 갖추고 오시기 바랍니다. 저녁에는 기온이 떨어지기 때문에 파카나 따뜻한 옷을 준비하십시오. 낮에 사용할 선크림과 선글라스 또 입술에 바를 립스틱을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고산지대는 무척 건조합니다.
7. 고지대에서는 뛰거나 급격한 활동을 하지 마십시오.
8. 차가 고장났더라도 차를 버려두지 마십시오. 꼭 필요한 경우라면 도로를 이용해서 걷되, 대로변의 다른 길로 다니지 마십시오.

산티아고에서 준비를 해 온 컵라면을 하나 끓여먹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희한한 것은 주변의 시냇물이 얼어서 얼음이 보이는데도 날씨가 춥지 않습니다. 아마도 건조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화장실을 보고 싶어서 검문소의 경비에게 화장실을 좀 쓰고 싶다고 했는데, 쓸 수 없다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배관이 모두 얼어 있어서 사용할 수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좀 떨어진 들판에 가서 좀 실례를 합니다.

들판에는 과나꼬 Guanaco 들과 리에블레 (토끼처럼 생겼는데 꼬리가 없습니다)들이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재밌는것은, 고산지대라서 그런지 이 녀석들도 뛰어다니지를 않더군요. 사진기를 들고 가까이 가 보았는데, 도망을 치면서도 뛰지를 않았습니다.


차를 끌고 더 앞으로 갑니다. 이제 차는 충가라 국립공원 Parque Nacional de Lago Chungara의 제일 멋진 부분인 충가라 호수 Lago Chungara 에 도착합니다. 뒤로 있는 산 봉우리는 해발 5600미터에 달하고 앞의 호수 수면은 해발 4700미터 정도가 됩니다. 이 지경까지 올라오니 고산병의 징후가 나타납니다. 눈이 빠질 것 같고, 토할 것 같습니다. 옆자리에 쌩쌩하던 와이프가 누워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저도 너무 힘이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운전을 하고 있었습니다.

충가라 호수가 나타나는 곳에 칠레 국경이 있었습니다. 출국 도장을 받아야 하기에 와이프를 차에 뉘여놓고 여권을 들고 내렸습니다. 그런데 저역시 정신이 없었나 봅니다. 앞 건물에 가서 도장을 받으라는 말을 차를 타고 앞으로 가라는 소리로 듣고 떠났습니다. 다시 건물이 나타나는 곳에서 물어보았더니 볼리비아 국경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뒤로 돌아와서 출국 도장을 받았습니다. 평지에 사는 사람들이 이 지역에 오면 이런 증상이 흔한가 봅니다. 양국의 관리들은 저희들에게 의자를 내어 주고는 자기들이 도장을 찍고 보내주었습니다.

지금은 후회가 많이 되지만, 당시에는 정말 정신이 없었고, 어서 빨리 그 지역을 떠나야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멋진 국립공원에 가서 겨우 사진 1장만을 찍었습니다. 그 기분을 이해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때 찍은 충가라 호수의 모습을 공개합니다.


그 흔한 홍학 한마리, 과나꼬나 야마 한마리가 없는 사진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겐 충가라 호수를 갔다는 인증 사진이 되겠네요. ^^;; 그리고 이제 볼리비아로 들어갑니다. 남미에서 제일 못사는 나라, 그리고 고원의 도시 라 파스 La Paz,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시죠? 함께 살펴보도록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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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자동차로 지구 반바퀴" 시리즈를 접습니다. 한국을 갔다왔기 때문에, 지금은 한국을 방문한 이야기를 쓰는데 시간을 좀 할애해야 할 듯 합니다. 그래서 "자동차로 지구 반바퀴" 대신에 "남미 촌놈의 한국방문 이야기"를 포스트할 것입니다. 많이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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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an 의 라틴 아메리카 이야기
이 블로그는 이과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에 더해서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게 되었습니다. 남미는 더이상 신비의 땅이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보가 부족합니다. 이 방에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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