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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0.06 해외에서 고생하는 한국어 10

해외에서 고생하는 한국어

생활 2010. 10. 6. 20:52 Posted by juanshpark

이민을 와서 언어가 통하지 않아서 고생을 한 경험은 저만의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언어 문제가 제기가 되면 해외에서 사는 한국인들은 누구나 한마디쯤은 경험을 보태기 마련입니다. 그렇지만 그 경험이 시간이 지나면 재밌는 일로 기억되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사시는 분들이라면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르는 이야기들, 그 이야기들에 한번쯤 주의를 기울여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다음에 전개되는 이야기들은 이민 생활이든 해외에서 생활해 본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본 이야기들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어에도 한 단어가 여러 의미를 갖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의 경우를 생각해보죠. 물론 장음인지 단음인지 또 강세나 문장속의 의미에 따라서 배는 곱절을 의미하기도 하도 운송 수단을 의미하기도 하고, 과일을 의미하기도 하고 또 신체의 일부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한국어를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한, 배를 구분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 뜻을 잘 모를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합니까? 바로 그런 문제가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를 처음 접하고 또 그 언어를 배워가는 경우에도 종종 벌어지게 됩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주로 스페인어로 예를 들겠습니다.

한국어로 이발을 하러 간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발을 하러 간다고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머리 깎으러 간다고 하기도 하죠. 스페인어로는 Cortar cabello 라고 합니다. 문자적으로 머리카락을 자른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대화를 할 때 "응, 나 머리카락 자르러 가"라고 하는게 아니라 "응, 나 머리 자르러 가"라고 하게 됩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엄청 이상한(?) 뜻으로 들리게 되죠. 틀린말은 아니지만, 아주 이상하게 들릴때가 많습니다.


계란 프라이를 한국말로 하지 않죠. 프라이는 기름에 튀기는 것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계란 튀김은 일반적으로 한국인들이 아는 프라이를 뜻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볶음밥이나 기타 음식에 들어가는 계란 프라이는 계란 튀김이라 부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한국어를 배운 청소년들이나 외국인들에게 Huevo frito는 계란 튀김입니다. 그래서 가끔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는 거죠. "아줌마, 여기 계란 하나 튀겨 주세요~"라고 말입니다.


언젠가 어떤 어린아이와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옆에 있는 한국인이 노인을 뜻하는 백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린아이는 어른들의 대화 중에 끼어들고 있지는 않았지만, 함께 앉아 있었고, 고개를 까닥까닥 하고 있었기 때문에 물어보게 되었지요. "너 혹시 백발이 무슨 뜻인지 아니?" 하고 말입니다. 그랬더니, 자신있게 안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말의 뜻을 물어보았더니 아주 당연한 듯이 이야기를 하더군요. Cien pies (백발, 즉 백개의 발: 지네)이라고 말입니다. 대답을 듣고 뒤집어진 사람들을 상상해 볼 수 있을까요? 아마도 어린아이는 노인이 아니라 다족류 동물인 지네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한번은 일을 수주받으러 어떤 가게를 간 적이 있었습니다. 데코레이션을 위한 작업이었는데, 그 작업을 지시한 사람은 남미에서 태어난 사람이었죠. 겉은 한국인이었고, 나름 한국어도 꽤 잘했습니다. 하지만 글자쪽으로는 부족한게 많았습니다. 한국어를 하는 외국인이라고 보시면 되겠지요? 작업 지시를 하는 종이에는 여러 색채의 이름이 주욱 적혀있었습니다. 대부분 스페인어로 적혀 있었는데, 그 중 몇개는 한국어로 되어 있더군요. 그 중 하나에 쓰여있는 색채 이름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부농" 예, 분홍색을 발음나는대로 부농색이라고 했더군요. 이정도면 애교지만, 아무튼 한국어가 외국에 나와서 고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참 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님 잘 계시냐고 묻는 어른에게 부모님이 싱싱 하시다고 하는 아이가 있어서 웃기도 합니다. 생선 가게를 하고 있는 아이였을 것입니다. 그렇게치면, 채소가게집 아이는 부모님이 신선하다고 해야 하려나요? 또 어떤 경우에는 자신의 부모님에게 칭찬을 해 드린다고 말하기를 기특하다고 말을 해서 부모님들이 웃어버린 경우도 있습니다. 그 말이 손 윗 사람이 손 아랫 사람에게 쓰는 말이라는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겠지요?


한글을 배우는 것은 외국에서 태어나 자란 사람들에게는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것은 설사 글을 깨우쳤다고 하더라도 잘 사용하지 않기에, 그 뜻을 모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번은 한국인학교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한 젊은이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바로 "금연"이라는 문구가 적힌 벽 앞에서 그렇게 피우고 있었지요. 그래서 지나가던 분이 주의를 주었습니다. 이게 뭐라고 쓴 거냐?고 묻는 어른에게 젊은이는 또렸하게 "금" "연" 이라고 말했습니다. 여전히 담배를 피우면서요.... 젊은이는 금연이라는 말이 담배를 피우면 안된다는 뜻인줄을 몰랐답니다. 차라리 그런 경우에는 금연이라는 단어보다는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그림이 더 효과가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한글 단어의 의미를 잘 모르고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그런데 외국에서 오랫동안 살다보니 이젠 한국에서 사용하는 한국어의 의미를 도통 모르겠는 경우가 참 많아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 들어가서 살펴보면 종종 발견하게 되는 "훈남" "엄친아" "된장녀"와 같은 단어들은 한국어를 왠만큼 안다고 하는 저 조차도 잘 모르겠더군요. 더더욱 잘 이해가 안 가는 단어들은 영어의 이니셜만을 다른 설명 없이 기재한 경우 상당한 혼란을 가져오게 됩니다.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의 경우에도 요즘 많이 등장하는 "타진요" "남격" "원걸" "소시"등의 단어가 나오면 한국의 현재 정서에 민감하지 못한 해외 한인들의 경우에는 "이게 뭔 소린감?" 이라고 하게 됩니다.

언어는 진화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간과 함께 계속 변해하는 거죠. 언젠가는 한국어를 사용하는 해외의 한인들과 본토의 한인들이 대화가 안될때가 올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처럼 동떨어진 한국어를 계속 사용하게 된다면 말이죠. 해외의 한인들이 본토의 한국어와 동일한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과 지지가 아쉬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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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an 의 라틴 아메리카 이야기
이 블로그는 이과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에 더해서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게 되었습니다. 남미는 더이상 신비의 땅이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보가 부족합니다. 이 방에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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