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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공 월드컵 한국 vs. 아르헨티나 전에 대한 단상

아르헨티나와 대한민국의 월드컵 2차전이 열리던 날 아침, 필자는 국경 너머 아르헨티나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결국 국경을 넘지는 못했습니다. 그날따라 아르헨티나 국경에서 국제 자동차 보험을 요구하고 있었거든요. 국제 자동차 보험은 남미 나라들을 다닐 때 필요한 보험인데, 일반적인 자동차 보험과는 달라서 따로 신청을 해야 하는 보험입니다. 까르따 베르데라고 부르는 것으로 3일, 일주일, 보름, 한달, 석달 단위로 신청할 수 있는 보험서류인데, 자국 바깥에서만 효력이 있는 서류지요. 아무튼 이 지역이 국경 지역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그런 서류가 없이도 다닐 수 있었는데, 그날 아침은 공교롭게도 까르따 베르데가 없는 이웃 나라 차량은 모두 국경에서 돌려보내는 바람에 국경을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국경에서 차를 돌리며 마지막으로 TV에서 본 장면은 아르헨티나 축구 선수가 앉아 있는 장면이었죠.


아무튼 그래서 집으로 돌아와 아르헨티나 국적의 조카들과 함께 TV를 보았습니다. ㅎㅎㅎ;; 이미 전반전의 상당 부분을 길에서 보낸 까닭에 TV앞에 왔을 때에는 박주영 선수의 자책골이 들어간 시점이었습니다. 그리고 필자가 앉고 나서 얼마 안 있어 아르헨티나의 이과인 선수에 의해서 두 번째 골이 들어갔지요. 좋아라하는 아르헨티나 조카들을 보면서 86년 멕시코 월드컵이 오버랩이 되더군요. 결국 전반전이 끝날 무렵에 이청용 선수의 만회골이 들어갔고, 잠깐의 휴식을 즐겼습니다.


후반 들어서, 경기 초반에 한국팀이 좀 활발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가면서 열세가 심화되더군요. 계속되는 실패와 우왕좌왕을 보면서 한국 대표팀의 한계를 느꼈다고 해야 할까요? 아르헨티나의 우세와 확실히 아르헨티나 팀이 잘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비교를 해서 미안하지만, 심지어 북한 팀보다 잘 뛰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나저나 이제 4-1로 졌으니, 당분간 아르헨티나 사람들로부터 놀림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86년에 3-1로 졌을 때, 길을 다니며 동양인만 보면 "뜨레스 아 우노(3-1)"이라고 외쳐대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을 경험하며 은근히 짜증이 났었거든요. 이제 앞으로 당분간 "꽈뜨로 아 우노"를 경험할 생각을 하니 은근히 짜증이 납니다. 그래서 앞서 포스트에서도 이야기를 했지만, 한국이 이기거나 지더라도 강한 인상을 심어주길 바랬는데, 정말 아쉽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패배는 당분간 아르헨티나에 거주하는 교민들에게 짜증의 원인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아르헨티나 팀, 아니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처음에 기세를 잡아야 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축구 관계지들에 나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처음 20여분간 아르헨티나 축구팀은 아주 활발합니다. 하지만 상대편이 만만치 않을 경우 그 다음부터는 피곤해하는 경향이 있지요. 그러다가 승기를 잡았다고 하면, 느긋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승세를 탑니다. 그때부터는 상대편이 정말 피곤해지는 거죠. 그래서 내심 아르헨티나와 경기를 하는 한국이 처음부터 팽팽하게 나서기를 바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경기의 결과에 만족은 하지 못하더라도, 결과는 인정해야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아르헨티나는 축제 분위기일 것입니다. 아르헨티나로 넘어가지 못했으니 사진도 없습니다. 제 블로그에 게재한 사진은 모두 아르헨티나 일간지들의 인터넷판에서 캡쳐한 사진들입니다. 아르헨티나는 이제 그리스와의 한 판을 남겨놓고 있습니다. 한국이 나이지리아를 이기고 그리스가 아르헨티나를 이겨서 한국과 아르헨티나 그리스 이렇게 세 나라가 2승 1패로 골득실로 떨어지지 않는 한, 아르헨티나는 무난하게 16강으로 들어가게 될 것입니다. 물론 제가 언급한 비정상적인 상황이 벌어질 경우는 별로 없겠지만요.


그러니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지금 어떤 광경이 벌어지고 있을지 짐작이 갑니다. 아마도 엄청난 인파가 경기 직후에 7월 9일가의 오벨리스크가 있는 광장에 모여서 환호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들의 환호하는 소리가 이곳 포즈 두 이과수까지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여기 날짜로 22일 오후 3시 30분에 나이지리아와의 마지막 경기를 갖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새벽이라 보기 힘들겠군요. 아무튼 마지막 경기에서는 한국팀이 선방하기를 바랍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비행기를 일찍 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필자만 하고 있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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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an 의 라틴 아메리카 이야기
이 블로그는 이과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에 더해서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게 되었습니다. 남미는 더이상 신비의 땅이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보가 부족합니다. 이 방에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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