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페스타(잔치) - 현지인 집에서

생활 2009. 7. 28. 20:57 Posted by juanshpark

포즈 두 이과수에 거주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알게된 친구 하나가 있다. 처음에 축구를 하러 가서 알게되었고, 그때 이후로도 여러번 함께 식사를 했던 친구인데, 이 친구가 저녁 식사를 초대하고 싶다고 한다. 게다가 알고 보니 이 친구, 좀 더 어렸을 때 Lanchonete라고 불리는 조그만 간이 음식점을 했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인지 메뉴는 버거라고 한다. 하지만 음식보다 아무튼 초대해주는 성의가 고마워서 참석하기로 했다. 몇 명이나 오는지를 물었더니 25명 정도라고 한다. 뭐, 준비해 갈게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냥 오라고 한다. 그냥 오라면 그냥 간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물었더니 탄산음료나 하나 큰 걸루 사오라고 한다. 그래서 3.3리터짜리 패트병에 든 콜라를 하나 사가지고 가 보았다.

이곳 현지인들 가운데는 단층이나 이층집에서 사는 사람들도 많지만, 일부는 고층 아파트에서 살기도 한다. 필자 역시 19층 아파트건물의 7층에 거주하고 있다. 땅은 넓은데 아파트들은 조그마해서 손님들을 초대하고 싶어도 많이 초대할 수 없다. 그래서, (모든 아파트에 다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개) 아파트마다 손님을 접대하기 위한 공간이 있다. 미리 예약을 해야 하지만, 예약을 하면 아무튼 그 날 저녁은 예약한 사람이 손님들을 접대할 수 있는 것이다. 조그마한 응접실과 주방이 있고, 화장실이 있고, 냉장고와 식기들도 마련되어 있다. 언제든 음식도 해 먹을 수 있지만, 원한다면 다른 도구들을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시간에 맞춰 가보니, 다른 손님들은 아직 오지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이윽고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한다. 대부분 아는 얼굴들이다. 관광 가이드로 일하시는 독일 아저씨도 오셨고, 시내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친구도 왔다. 또 자동차 엔진을 보링하는 친구도 왔다. 식당과 카센타의 친구들은 축구를 함께 하는 친구들이다. 또 최근에 포즈 두 이과수로 이사를 온 스페인 친구 부부도 왔다. 아직은 포르투갈어가 서툴지만 워낙에 성격들이 좋아서 잘 어울리는 친구들이다. 그리고 우리를 초대해 준 친구가 음식 재료를 들고 나타났다. 몇몇은 거들어서 음식을 만들기도 하고 또 몇몇은 그냥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어린이들과 몇몇 아가씨들-초대한 집 딸의 친구들-은 놀이기구를 꺼내놓고 낱말맞추기를 하면서 놀기도 한다.

대개 이런 소규모 잔치를 가보면, 한국처럼 무대가 있고 노래나 춤을 추는 경우는 좀 드물어 보인다. 노래를 부르는 경우도 있고, 춤을 추는 경우도 있지만, 모두가 함께 하는 경우보다는 일부가 그렇게 한다. 마찬가지로 놀이를 하는 경우도 모두가 하지 않고 일부가 그렇게 한다.
일부는 여기서 잡담하고, 일부는 저기서 게임을 하고 일부는 바깥에서 노래를 부르는 식이다. 하지만, 누구도 다른 사람들에게 뭐라 하는 사람이 없고, 모두 먹고 마시고 자유롭게 노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의 잔치를 여러번 가 보았지만, 색다르게 보이지는 않는다. 함께 모여서 먹고 마시고 놀면서 그냥 한때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이 이 나라 사람들의 특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놀고 있는 사이에 한 사람 또 한 사람 접시에 음식을 담아 먹기 시작한다. 버거를 만드는 게 시간이 걸려서인지 모두가 함께 먹지는 못한다. 여기서 한국과 좀 다른 문화를 본다. 한국의 경로사상이 여기서는 안 통한다. 레이디 퍼스트(스페인어나 포어로 다마스 쁘리메로)가 오히려 좀 더 적용이 되어 보인다. 어린이들은 어른들보다 조금 더 우선한다. 그러고보니 예전에 아르헨티나에 살 때 들었던 우스개 소리가 생각난다. 아르헨티나에서 남자는 사람 대접도 못 받는다. 첫째 여자, 둘째 아애, 셋째 애완동물,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자의 순서라고 들었다. 순서대로라면 성인 남자는 애완동물보다 순서가 늦는 셈이다. 대부분의 서양 문화에서는 확실히 여자를 남자보다 우선적으로 공대를 한다. 기사도 정신이니 뭐니 말들하겠지만, 그게 꼭 기사도 정신때문은 아닌것 같고, 그런 배려가 관습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아이들과 여자들이 먹고, 남자들이 먹다보니 요리를 한 요리사 부부는 제일 늦게 먹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 부부가 먹고 나자 잔치 끝~! 한바탕 요리사 친구에게 박수갈채를 안겨주고 자리를 치운다음 모두 해산을 했다. 그렇게 해서 또 한 주말을 재밌게 보낸다.

특별한 이벤트도 아니고, 특별한 음식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특별한 놀이나 특별한 사항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친구들과 만나 담소를 하면서 재밌게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사는 것이 또 하나의 재미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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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an 의 라틴 아메리카 이야기
이 블로그는 이과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에 더해서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게 되었습니다. 남미는 더이상 신비의 땅이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보가 부족합니다. 이 방에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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