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파울로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이과수를 방문한 날은 추적추적 비도 살살 내리고 아무튼 기후가 별로 좋지 않았다. 그래도 멀리서 이과수 폭포를 보기 위해 온 친구들이니 옵션이 없다. 그래서 나가기 싫은 날이었지만, 이과수 폭포를 가 보았다. 그런데 우째~!!!! 폭포로 가는 길에서 산마르틴 폭포가 보여야 하는 곳까지 걸어갔지만 너무 짙은 안개 때문에 폭포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ㅇㅎㅎㅎ~!!!! 원, 이런.... 30여번 폭포를 가 보았지만 이렇게 안 보이기는 처음이다. 차라리 비가 좀 더 오면 나아지려나?
난간에 가까이 가서 보니 눈에 띄는 광경이 너무 엄청났다. 물이 얼마나 불었는지, 산마르틴 섬 아래쪽은 모두 물 바다다. 눈에 힘을 주고 응시를 했더니 산마르틴 섬에 예전에 보이지 않던 폭포가 생겼다. 우~씨! 물이 얼마나 많아졌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와~ 이 정도면 악마의 목구멍은 정말 볼 만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보이기만 한다면 말이다.
물이 얼마나 불었는지 생전 처음보는 광경들이 연출되고 있었다. 사진에 보이는 폭포는 이전에는 아주 작은 물줄기만 내려오던 곳이다. 이게 거의 주 폭포마냥 물이 흘러넘치는 것이다. 게다가 강물이 얼마나 불었는지, 바로 눈 앞에서 흐르는 것처럼 가깝게 보이고, 흙탕물이 되어 흘러가는 급류를 보니, 이럴때 물에 빠지면 그냥 죽겠다 싶다. ㅎㄷㄷㄷ
리바다비아 폭포와 삼총사 폭포의 모습이다. 삼총사가 다 합쳐져서 한 덩이가 되어 흐른다. 리바다비아도 고고한 모습을 버리고 아주 엄청난 물을 흘려보내고 있다. 게다가 평소에 물 한방울이 없어서 감추어져 있던 에스꼰디도 역시 얼마나 많은 물이 흘러넘치는지 이제 다 벗겨져 버렸다.
안개간 낀 산책로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시야가 더 넓어진다. 그러면서 보게되는 광경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이과수라는 말 자체가 "큰 물"인데, 이제는 그냥 큰 물이 아니다. 큰 물이 홍수가 난 것처럼 보인다. 정말 이과수과수라고 불려야 할 것 같다.
아직은 그래도 안개가 온전히 걷히지 않아서 안개 사이로 보이는 폭포의 모습도 있다. 하지만 평소에 보던 모습과는 아주 다르다. 평소에 조그만 물줄기에 불과하던 폭포들이 모두 세찬 폭포들로 변해있다. 그러니 평소에 세차게 흘러내리던 줄기들은 어떨지 상상이 되려나?
마지막 전망대가 보이는 곳에 이르러 광경을 보니 이거 장난이 아니다. 저러다 다리가 다 떠내려가지 싶기도 하고, 이런 광경을 이번에 보지 못한다면, 평생 못보게 될 것 같기도 하다. 물이 얼마나 많은지 다리 바로 아래까지 물이 차 올라오고 있다. 일부 다리부분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이미 구실을 못하고 통행이 제한되고 있다. 게다가 물보라가 엄청 치는지 다리 위로 사람이 별로 없다. 나는 집에서 준비를 한 비옷을 입고, 우산까지 꺼내 든 상태이니 끝까지 가 볼 생각이다.
다리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물의 수위가 아직 다리를 삼킬 정도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다리 위에서 물을 보면 또 어떨지 모르겠다.
평소에 보이던 바위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니 수위가 적어도 2미터는 더 늘어났다는 뜻일게다. 전체적인 수위는 얼마나 늘어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물이 흘러 내리는 모습은 정말 보기 힘들 것 같다. 이보다 더 물이 많아진다면, 아마도 국립공원측에서 안전을 위해 공원을 폐쇄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날 악마의 목구멍은 구경도 못했다. 그쪽으로는 짙은 안개가 낀데다가 물보라가 엄청 세차서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고, 카메라를 꺼낸다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었을 정도다. 게다가 내가 워낙에 겁이 많아서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리에 급류가 부딪히는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져왔다. 그리고 눈 앞으로 덮쳐드는 황토색의 큰 물이라니..... 정말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이런 광경이 너무나 웅장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전망대의 끝 부분에 잠시 눈을 감고 서 있으려니 웅장한 급류와 낙수하는 음향이 정말 장난이 아닌 것이다. 그대로 그냥 내 몸이 자연의 일부가 되어서 함께 흘러가는 느낌을 받고서야 당황해서 눈을 뜰 수 있었다. 그 잠깐 사이 내 옷은 속옷까지 모두 젖어버렸고, 함께 있던 친구들은 모두 다리 저편으로 돌아가 버렸다.
전망대로 돌아와서 마지막으로 한 컷을 찍어본다. 우산을 받치고 있었기에 그나마 사진을 찍을 수 있었지만, 매번 이렇게 비가 많이 온다면 정말 방수팩이라도 하나 구입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정말 훌륭한 자연의 광경을 볼 수 있어서 기뻤다. 그리고 자연 앞에 서 있자니 정말로 작아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웅장한 광경속에서 인간의 위치는 어디일까? 한없이 겸손해지는 느낌을 가졌는데, 폭포를 등뒤로 두고 나오면 왜 그렇게 다시 우쭐대게 되는지 모르겠다. ^^;;
주) 위의 폭포들 이름이 어디인지 궁금하다면
를 눌러보세요. 아름다운 이과수 폭포 사진이 여러장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각 줄기의 이름이 부분별로 설명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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