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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수(브라질)시 아파트 풍경

생활 2010. 5. 20. 08:09 Posted by juanshpark

인구 30만이 넘는 도시이다 보니 포즈 두 이과수에도 나날이 아파트들이 건설되고 있습니다. 아파트 안에서 사는 사람들이야 어느 나라나 어느 도시나 비슷비슷하겠지만, 포즈 두 이과수의 세입자들이 직면하는 빈집은 아주 생소합니다. 이제 이곳에 처음 왔을 때 겪었던 상황을 좀 알려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이 지역으로 이사를 오시는 분들도 이 포스트를 보고 준비를 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

2006년에 이 지역을 와서는 보고 아주 마음에 들어서 이주를 결심합니다. 여태까지 아순시온을 비롯해서 부에노스 아이레스와 꾸리찌바 그리고 상파울로에서 거주를 해 보았고, 수 차례 이사를 해 왔기 때문에 포즈에서도 비슷할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2007년 중반에 와서 집을 얻으려고 하면서 보게 된 아파트들은 좀 특이했습니다. 뭐가 그리 특이했냐구요? 어쩌면 다른 곳에서도 비슷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살아왔던 도시들과는 너무 다른 환경..... ㅎㅎㅎ;; 이제 포즈의 아파트 중 한 곳을 살펴보며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마음에 들 것 같은 조건의 아파트에 ALUGA (알루가, 즉 세놓습니다) 표지판이 붙어있는 곳이 있다면 연락을 하거나 관리하고 있는 부동산 회사에 연락해서 열쇠를 받아 들어갑니다. 회사에 가실 때는 열쇠대신에 놓고 와야 할 증명을 하나 가져가셔야 합니다.^^


그 중 한 아파트를 보았습니다. 아파트는 중심가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 있습니다. 뒤쪽에서 찍은 사진인데, 아파트에서 한 두 블록 뒤에는 이렇게 생긴 집들이 꽤 있습니다. 저 앞에 고층 (실제로는 20층) 아파트를 들어가 볼 것입니다. 아파트는 방이 3개와 거실이 있습니다. 화장실이 3개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 봅니다. 아파트의 로비와 서비스 시설이 있는 부분은 찍지 않았습니다. 어차피 그게 이 포스팅 주제가 아니니까요.


들어가자마자 오른쪽으로 있는 주방의 모습입니다. 음, 그래도 이 아파트는 꽤나 갖추어 놓았군요. 제가 2007년에 와이프와 함께 돌아다녔던 아파트들의 대부분은 주방에 가구도 없었고, 싱크대도 없었습니다. 그냥 말 그대로 빈 상자였습니다. 예외라구요? 아닙니다. 이 지역에서는 이사갈 때 싱크대와 가구를 모두 빼 갑니다. 말 그대로 빈 깡통만 남겨놓습니다.


아마도 이 벽이 가구가 걸려있던 벽 같습니다. 수십군데 구멍의 흔적은 붙어있던 붙박이 장을 띄어 냈다는 증거가 될 것입니다. 이렇게 그냥 벽 자체로 주인에게 돌려줍니다. 그러면 새로운 세입자는 새로 자기의 가구를 붙여넣어야죠? ㅎㅎㅎ;; 이렇게 벽이 흉하지 않은, 정말 매끈한 벽에 칠까지 칠해진 집들도 있습니다. 그 경우에 세입자는 집을 나갈 경우 원래처럼 해 놓아야 합니다.


가스 오븐이 있는 자리입니다. 보시다시피 아무것도 없습니다. 옆 나라 아르헨티나에서는 아무리 안 좋은 집이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가스 오븐은 챙겨가지 않습니다. 즉 집에다 놓아둡니다. 그건 기본으로 붙어있는데, 포즈 두 이과수에서는 이것 마져도 떼어 갑니다.


아, 그래도 뜨거운 물을 쓸 수 있도록 가스로 물을 데우는 기계는 남아 있군요. 스페인어로는 깔레폰(Calefon) 이라고 하고 포르투갈어로는 아께세도르(Aquecedor)라고 하는데, 아무튼 이 기계가 있다는 것은 겨울철이 조금 더 견디기 쉽다는 뜻이 되겠네요. (나중에 알고보니 이 기계는 아파트 측에서 건설때부터 달아놓았다고 합니다. 좀 오래 되었지만, 뜯어가지 않은 이유를 알겠군요.)


거실의 한 벽입니다. 역시 아무것도 없는 모습입니다. 물론 거실에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여기서는 이렇게 한 점 흔적을 남기지 않고 가져가는 것이 미덕인 듯 싶습니다. ㅎㅎㅎ;; 완벽하게 깡통만 남겨놓습니다. ^^


이 지역에서는 화장실이 딸린 방을 스윗(Suite)이라고 부릅니다. 사진의 빨간 벽이 있는 방이 스윗입니다. 역시 벽에 아무것도 없음을 볼 수 있습니다. 에어컨을 달던 공간에 구멍만 뚫려있습니다.^^


스윗을 반대편에서 찍어봅니다. 저 멀리 건넌방이 보입니다. 역시 그곳도 아무것도 없어 보입니다. 천장에 램프가 달려있지만, 살펴보니 램프집 뿐입니다. 램프는 역시 없습니다. ^^


화장실입니다. 오~! 그래도 거울은 하나 달려있군요. 그리고 변기와 세면대가 있습니다. 벽에는 역시 아무것도, 아무 장식도 달려있지 않습니다. 텅빈 공간이군요. ㅎㅎㅎ


마지막 방을 보니 벽에 책장이 하나 놓였습니다. 와우~ 이정도면 상당합니다. 월세를 알아보고 아파트를 계약을 합니다. 그리고 열쇠를 건네받은 후로 짐을 옮겨놓습니다. 이것 저것으로 집을 꾸미고 나면 이제 이 빈공간이 세입자의 집이 될 것입니다.

2007년에 와이프와 함께 집을 얻기 위해 돌아다닌 아파트는 줄잡아 20채가 넘습니다. 당시 돌아다니며 아무것도 없는 휑한 공간을 보며 와이프와 얼마나 황당해 했는지 모릅니다. 그렇게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돌아다니고 나서 상파울로로 돌아갔는데, 그곳에서 저희들이 본 것을 이야기하자 아무도 믿지 않더군요. 심지어 어떤 어르신은 저희들보고 "아마 브라질이 아니라 아프리카 어떤 나라를 갔다 온게 아니냐?"며 비아냥 거리기까지 했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희들도 황당했으니까요. ㅎㅎㅎ;;

하지만 포즈 두 이과수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아파트에 새로 입주하시는 분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자기가 시설을 하고 자기 입맛에 맞게 치장을 해야 합니다. 혹여라도 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신다면 오산입니다. 간혹 가구가 딸린 집이 있기도 하지만, 그런 경우 아무것도 없는 집들에 비해 상당히 가격이 비쌀 것입니다.

포즈 두 이과수로 이사를 오고 싶으십니까? 그렇다면 지금 쓰고 계시는 것을 하나도 버리지 말고 가져오시기 바랍니다. 아마도 새로 얻게되는 집에서 그 모든것이 쓰임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좋구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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