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tomba(삐똠바)를 처음 만났던 것은 지난해 초 였습니다. 당시 포르탈레자 남쪽의 에우세비오 라는 곳에서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었을 때였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친구 하나가 집에서 보내온 삐똠바를 바구니에 담아서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맛을 보게 되었는데, 크기는 너무 작고, 맛은 시금털털한게 그다지 당기지 않는 맛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곳으로 이주를 해 온 다음에도 삐똠바는 관심밖의 과일이었습니다.
그런데요, 얼마전에 브라질 현지 친구집에 갔다가 그곳에서 삐똠바 나무를 보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과일이 제가 기억하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크더군요. 뭐, 커 봐야 거기서 거기겠지만, 그래도 조금 큰 삐똠바를 보니 다시 관심이 생겼습니다. 제가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더니 집주인이 제게 한 봉투를 따서 건넵니다. 그걸 집으로 올 때 가지고 와서 시식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제 손안에 몇 개가 들어갈 정도의 크기더군요. 그런데, 껍질을 깨보니, 껍질이 상당히 두껍습니다. 그리고 속에서 엷은 갈색의 과육이 보입니다. 그것을 입에 넣고 보니 또 상당히 큰 씨가 있네요. 그러니, 결국 먹을 것이라고는 별로 없는 과일이라고 하겠지요? ㅎㅎㅎ
정말 먹을게 별로 없는 과일임에는 맞습니다. 하지만 맛은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처음 먹어보았던 시금털털이 아니라 과일의 새콤함이 들어 있었습니다. 먹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기는 했지만, 남쪽 브라질 사람들이 잘 먹는 자부치카바와 많은 면에서 비슷했습니다. 자부치카바가 뭔지 궁금하시면 <여기>를 눌러서 살펴보시구요.^^ 실제로 브라질 토속 과일 사이트에서 찾아보니 자부치카바와 삐똠바는 같은 패밀리군에 속해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동양의 여지, 람부탄, 롱안이 모두 같은 과일군에 속해 있습니다. 제 블로그에서는 여지와 람부탄 그리고 롱안 역시 포스팅을 했었는데요. 그 글을 보시고 싶다면 <여기>를 보시구요.
삐똠바의 다른 이름으로는 소눈깔 (Olho de boi), 혹은 까루이리 Caruiri 라고 합니다. 쎄아라에서는 그냥 삐똠바라고 하고요. 삐똠바라는 과일명은 지역 인디언 언어인 뚜삐어로 "한대 치다"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아마도 생긴거와는 달리 먹을게 없어서 그냥 뺨 한대 때린것 같다는 생각에 붙인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삐똠바는 아마존부터 브라질 북동쪽과 히오까지 고르게 분포하고 있습니다. 다 자랐을 때 최고 높이가 12미터까지 성장한다고 하네요. 워낙에 작아서 음식에 사용하는 경우는 없고, 그냥 날로 먹거나 리쿼르를 만들때 쓴다고 합니다. 쎄아라에서는 모르겠지만, 바이아 주에서는 삐똠바를 재래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고 하니 브라질 북쪽으로 오시는 분들은 맛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삐똠바는 아무튼 먹을게 별로 없는 과일이라는 생각에 좀 더 찾아보았더니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껌 같은 거라고 합니다. (포어로는 chiclete de pobre) 또한 삐똠바의 잎과 껍질에는 타닌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가죽제품이 부패되는 것을 보호하는 데 사용한다고 합니다. 또한 그 크기가 커서 과육이 별로 없는 씨는 민간에서 심한 설사를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고 합니다.
서민들 사이에서 사용이 되는 과일이다보니 브라질의 속담과 일상표현 속에서도 삐똠바가 발견이 되네요. 예를 들어 정말 쓸모없는 사람을 가리켜 브라질 속담에 "그는 삐똠바만큼도 값어치가 없다" (Ele nao vale nem uma pitomba) 라는 말이 있습니다. 또 고생스럽다는 표현을 할 때 "이없는 노인 입속의 삐똠바보다 더 고생스럽다" (sofre mais do que pitomba em boca de velho banguela) 라는 표현도 있네요. 그 외에도 눈 주위가 돌출한 사람을 가리켜 Olho de pitomba 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 또 눈썹이 별로 없는 사람을 가리킬때도 Olho de pitomba lambida 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삐똠바의 약리 작용은 어떨까요? 삐똠바 각 100g 당 영양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칼로리는 34kcal 이구요. 탄수화물 8.8g, 섬유질 2g, 또 칼슘과 인과 비타민C가 상당한 분량 들어있습니다. 조그만 과일 삐똠바를 먹으면서 이것저것 생각할 필요는 없어 보이네요. 그냥 심심풀이 땅콩이나 껌처럼 그냥 부담없이 입 속에 넣고 우물우물하면서 빨아 보는 것도 재밌을 듯 합니다. 혹시라도 브라질 북쪽으로 오시게 되면, 한번 시식해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참, 이 과일은 한 여름에만, 즉 1월~4월에만 있는 과일이라는 것만 기억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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