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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13 정신 질환자 노인들을 위한 요양원 방문 8

이번 여행중에, 지난번에 만났던 독일인 부부 클라우스와 빌마를 다시 만났습니다. (지난번에 클라우스 부부를 만나게 된 일에 대한 글은 여기를 눌러보세요) 그리고 빌마의 어머니, 그러니까 클라우스의 장모님 브랑까가 입원해 계시는 요양원을 방문하게 되었지요. 클라우스와 빌마 부부는 이미 60대의 노인들입니다. 그러니 장모님인 브랑까의 나이는 80을 넘으셨습니다.

클라우스의 장모님은 현재 편집증의 일종으로 여겨지는 망상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부면에서는 정상적으로 보이는데, 몇몇 증상은 아주 비정상적으로 보여집니다. 또 망상을 보시는데, 그걸 현실과 혼동하시기도 합니다. 감지되는 증상이 보이기 시작한지가 5,6년이 된다고 하는데, 그 동안 클라우스와 빌마가 겪은 일을 들어보니 동정이 되더군요. 결국 클라우스 부부의 생활을 지속하기 위해서 요양원에 입원을 시켰습니다. 브랑까 아주머니는 다행스럽게도 이곳이 자기 집인 것처럼 알고 계시더군요. 아무튼 그래서 이 요양원을 빌마 아주머니와 함께 동행해 보았습니다. 위 사진에 요양원 입구에서 신분을 밝히고 계시는 빌마 아주머니의 뒷 모습이 보입니다.


안으로 들어가서 처음 인상은 조용하다 였습니다. 늦 겨울의 을씨년 스런 날씨에 노인들이 여기 저기 앉아있었습니다. 일부는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조용히 음악을 듣고 있었고, 일부는 부축을 받으며 걸어다니고 계셨습니다. 미리 인터폰을 통해 딸의 방문을 통지받은 브랑까 아주머니는 간호사의 부축을 받으며 현관까지 나오셨다가 빌마 아주머니와 함께 다시 안으로 들어가셨고, 우리 부부와 어머니는 그 뒤를 따라 함께 들어갔습니다. 아참, 저는 제일 뒤에 남아서 요양원 풍경을 좀 담기도 했습니다.


요양원 입구로 들어가는 모습입니다. 제일 뒤에 어머니가 계시고, 그 앞에 제 와이프, 그리고 그 앞에 빌마 아주머니의 핸드백이 보입니다. 그리고 그 앞에는.... 뭐, 브랑까 아주머니와 간호사가 있겠지요. 정신질환이 있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다보니 모두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도 곧 안으로 들어갑니다.


빌마 아주머니의 어머니인 브랑까 옆에 앉아서 와이프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알아듣지 못하는 언어이기 때문에, 관심은 있지만, 그냥 옆에 앉아 계시고, 그 옆에 빌마 아주머니가 계십니다. 또 중간에는 빌마 아주머니가 아는 젊은 부인이 있는데, 이 부인의 할머니가 이 요양원에 요양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이 부인의 할머니는 90세가 훨씬 넘으셨습니다. 그동안 70대의 어머니가 병을 돌봐드리고 있었는데, 이 부인의 생각에 할머니 병구완을 하시다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실 것처럼 보여서 결국 요양원으로 모셨다고 합니다. 사연이 하나씩이겠지만, 하나 하나가 아주 슬픈 이야기들이더군요.


브랑까 할머니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와이프입니다. 옆에서 좀 들어보았는데, 이곳을 집이라고 생각하시는 것을 빼고는 아주 정상적으로 보입니다. 이야기도 잘 하시고, 기억력도 참 좋으시대요. 들어보니, 망상장애가 계속 되는 것은 아니고, 가끔씩 정상으로 돌아오기도 한다고 합니다. 지금같은 경우는 정상이라고 보입니다. 물론 요양원을 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상이 아니지만요.


간호사들이 상대하고 있는 할머니가 앞서 언급한 90대 할머니입니다. 어떤 질환이 있으신지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이야기를 들으니 망상장애보다는 정신분열증이 있어 보입니다. 아무튼 환자도 괴롭겠지만, 옆에서 간호를 하는 가족들은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이 정신 질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를 따라서 침실로 가 보았습니다. 대부분 70이 넘으신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계시는 까닭에 거동이 불편해서인지 휠체어와 보행을 위한 보조기구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있는데, 70이 훨씬 넘으신 할머니 한 분이 저를 붙잡고 제 볼에다 자꾸 뽀뽀를 하시더군요. 저보고 귀엽다고 하시면서, 자기하고 함께 있자고 하십니다. 그래서 여기서 있을 수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그냥 차우~!(안녕~!) 하시더니 방으로 들어가시더군요. 정상이 아니어서인지, 할머니의 모습이 참 안쓰러웠습니다. 간호사 한명을 붙잡고 이곳의 노인들이 모두 정신질환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손가락으로 4를 만들면서 4명을 빼고는 모두 정신질환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브랑까 아주머니의 침실 문에 붙어있는 차트입니다. 매일 아침 브랑까 아주머니의 상태에서 검사해야 할 사항들이 적혀 있습니다. 할머니들이 이걸 보시면서 추리하실리는 없을테니, 의료 관계자들에게 주는 사항들이겠지요. 행동을 살피도록 지시하고 있고, 육체적인 행동을 하도록 권고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브랑까 할머니 옆에서 앉아 계시던 노인입니다. 거동이 불편하신데, 지팡이를 짚고서 그래도 혼자 돌아다니시는군요. 연로한 사람들의 정신 질환이 어제 오늘의 일은 분명 아닐텐데, 현대 사회가 이런 노인들을 집에서 돌볼 수 있는 여력을 없애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 아팠습니다. 이런 요양원에 보내는 것이 훈련받은 의료 관계자들이 더 잘 돌볼 수 있도록 하는 배려임은 분명하고, 또 남은 가족들이 좀 더 자신의 삶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임에는 틀림없겠지만, 아무튼 노인들의 요양원이 밝은 색은 아니었습니다.


할아버지들과 할머니들이 거실에 앉아서 티비를 보고 계십니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카메라를 들고 있는 저를 보며 신경도 안 쓰고 계시더군요. 이분들이 티비는 신경을 쓰시는지 모르겠더군요.


담벼락에 기대어놓은 휠체어 하나가 을씨년스럽게 있었습니다. 담 너머로 옆집의 지붕과 그 뒤로 아라우까리아 나무의 울창한 숲이 이어져있어서 더욱 대조가 되어 보이더군요.

살면서 늙는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겠지만, 씁쓸한 부면의 극단적인 모습을 보게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빌마 아주머니를 잠시나마 동행하면서 클라우스와 빌마의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동시에 우리 역시 나이가 들어가지만, 또한 더욱 연로해지는 부모님들과 그 세대들을 잠시나마 생각할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을 한번 더 돌아보는 그런 사람이 되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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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an 의 라틴 아메리카 이야기
이 블로그는 이과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에 더해서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게 되었습니다. 남미는 더이상 신비의 땅이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보가 부족합니다. 이 방에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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