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a Bariloche 예찬

교통 2010. 8. 12. 11:12 Posted by juanshpark

예전에 어떤 블로그에선가 남미 여행을 하면서 경험한 것을 올린 글을 보다가 아르헨티나 장거리 버스 중에 가장 저렴한 버스를 추천한 글을 본 적이 있습니다. 비용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겠지만, 남미에 와서 장거리 버스이용을 통해 새로운 무엇인가를 느껴보고 싶다면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미, 아니 아르헨티나에서 장거리 버스는 그냥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교통 수단에 불과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한국과는 달리 국토가 횡으로 1500킬로미터에 달하고 종으로 5000킬로미터가 넘는 나라이다보니, 장거리 버스는 교통 수단일 뿐 아니라 여러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편의를 제공하는 일종의 옵션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하다면, 언제나 조금 더 주고라도 Cama Suite 라고 불리는 First Class를 애용하고 있습니다. 이번 부에노스 아이레스 여행에서 돌아올 때도, 와이프와 어머니와 함께 Via Bariloche 라고 불리는 회사의 First Class를 타고 돌아왔습니다.

Via Bariloche는 아르헨티나의 장거리 버스 중에 몇 번째 순위에 오르는 대형 버스 회사입니다. 몇 개의 제휴회사와 함께 아마도 아르헨티나 전국을 누비고 다니는 회사이지만, Cama Suite 서비스는 이과수에서 부에노스 아이레스까지, 그리고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바릴로체까지만 운행을 하고 있습니다.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비아 바릴로체 회사는 컨벤셔널(좌측)이라고 불리는 Semi Cama와 아르헨티나 고속 버스들의 기본이 되어버린 중간의 Cama 그리고 제일 오른쪽의 Cama Suite를 손님들에게 제공합니다.


다시 제일 오른쪽에 보였던 Cama Suite의 내부 모습입니다. 일반적인 Cama 보다 훨씬 더 뒤로 눞혀지고, 다리쪽은 올라와서 거의 180˚ 가 눞혀집니다. 움직이는 침대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두둑한 담요와 베게가 주어집니다. 식사도 기내식으로 제공됩니다. 그외에도 승무원이 따로 승차해서 여러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필요한 편의를 제공합니다. 미리 예약을 할 경우 음식 역시 채식 주의자식 식사도 제공해 줍니다. 그리고 차가 서 있는 경우에는 WIFI로 인터넷도 할 수 있지만, 달리는 경우에는 안 되더군요. T^T


레띠로(Retiro) 고속 버스 터미널 입니다. 플랫포옴이 75개가 되어서 멋진 건물이고, 겉 보기에는 남미에서 제일 커 보입니다. 상파울로의 치에떼(Tiete) 고속버스 터미널이 플랫포옴이 더 많아 보이는데, 규모면으로는 레띠로가 더 커 보입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치에떼의 경우 근거리 시외버스들도 많이 들어오는데 반해 레띠로는 주로 더 먼 장거리만을 운행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브라질이 국토가 더 넓은 것은 사실이지만, 주요 노선이 한 두 회사만이 운행하는데 반해 아르헨티나는 같은 노선을 몇 개~열 몇개 회사가 운행하기 때문에 더 많은 차량으로 붐비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붐비는 레띠로에서 비아 바릴로체가 승하차 하는 플랫포옴은 37번부터 55번까지 달하는 상당한 분량을 점하고 있었습니다.


일단 승차를 했습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사진에 잘 나오지 않았지만, 와이프와 어머니 사이에는 커텐이 하나 있습니다. 아마도 부부나 일행이 아닐 경우(남남일경우) 가운데에 커텐을 치라는 의미이겠지요. 또 하나 의자 뒤에는 칸막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앞 뒤로 칸막이가 있기 때문에 자기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 모든 시설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리고 이전 어느 글에서 썼듯이 브라질에서 만들어 졌습니다.


180도로 눕히는 방법입니다. 각 좌석의 칸막이 앞에 그림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짐은 수화물칸에 놓게 되어 있지만, 그림에서 보시는 것처럼 각 사람의 좌석 아래에도 상당한 양의 짐을 놓아둘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조그마한 짐들이라면 가지고 타셔도 무방합니다. 그림에서처럼 180도를 눕히고 여행을 하며 잠을 잘 수 있도록 마련되었다는 것이 한국에서 오시는 분들에게는, 아니 미국에서 오시는 분들이나 다른 곳에서 오시는 분들에게까지 큰 경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만큼은 아르헨티나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실내 공간입니다. 좌석의 뒷 부분, 그러니까 자리에 앉은 앞 부분에는 매 좌석의 앞마다 14인치 정도의 모니터가 하나씩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그 모니터에서 서너개의 영화를 상영해 줍니다. 이번에 올 때는 총 3개를 틀어주더군요. 화질은 선명합니다. 출발하자마자 사탕을 하나씩 나눠주고 DVD를 틀어주었습니다. 영화가 하나 끝날 즈음이 되자 좌석 옆에 있는 개인용 상을 좌석에 끼워주었습니다. 좌석에는 상을 끼울 수 있는 공간이 있습니다.


제 앞에 놓여있던 모니터 입니다. 왼쪽으로 녹색과 붉은 빛이 보일 것입니다. 녹색은 비스듬히 앉은 앞 좌석의 모니터입니다. 그리고 붉은 색은 평소에는 실내 온도와 시간을 가르쳐줍니다. 하지만 아래층에 위치한 화장실에 사람이 들어갈 경우 "WC OCUPADO(화장실 사용중)"라는 문구가 뜹니다. 화장실에는 물론 변기와 수도꼭지, 화장지와 비누가 있습니다. 여행중 언제나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사파타가 음식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일단은 전채를 나눠 줍니다. 샐러드와 빵, 그리고 디저트까지 들어있는 팩을 개인용 상 위에 하나씩 나눠줍니다. 그리고 손님의 기호에 따라 물이나 음료수, 와인, 혹은 맥주를 나눠줍니다. 승객이 샐러드를 먹고 빵을 먹고나면 다시 따뜻한 음식을 가져다 줍니다.


전채의 모습입니다. 오른쪽 아래에 있는 것이 플란 이라고 계란으로 만든 디저트입니다. 위쪽의 샐러드와 익히지 않은 햄이 나왔네요. 빵 한조각과 왼쪽 아래 있는 것이 토스트한 빵 입니다.


샐러드를 먹고 난뒤 샐러드 자리에 놓아준 저녁 식사 입니다. 오늘 메뉴는 닭고기 한쪽과 함께 파스타가 치즈소스와 함께 나왔습니다. 맛이 쫄깃쫄깃하고 고소합니다. 양이 좀 적었지만, 가만히 앉아서 여행하시는 분들의 위에 무리가 가는 것보다는 좋을 것입니다. 제게 양이 좀 적었지만, 어머니와 와이프는 맛있게 잘 드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일 위에 적포도주 한 잔을 마셨습니다. 확실히 아르헨티나산 와인은 이렇게 버스에서 주는 것도 맛있습니다.


내친김에 이건 아침 식사로 준 쟁반입니다. 메디아루나 두쪽하고 잼과 치즈, 그리고 토스트한 빵이 두개 있습니다. 커피가 놓이면 오른쪽 위에 있는 가루 우유를 섞어 카페꼰레체를 만들어 먹습니다.


제가 비아 바릴로체를 예찬하게 만든 사건이 이과수를 150여킬로미터 남기고 엘도라도라고 하는 도시에서 일어났습니다. 반정부 시위대가 고속도로를 막고 시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차량들의 정차현상은 물론 일부 차량들은 비포장도로로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비아 바릴로체의 몇몇 버스들도 비포장 도로로 길을 가기로 했습니다. 제가 탄 버스 앞쪽으로 차량들이 가는 길이 보입니다. 상태가 그냥 비포장이 아닙니다. 이런 버스가 가기에 아주 부적합한 도로였습니다.


당연히 뿌에르또 이과수 고속 버스 터미널로 나오기로 약속한 처남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원래 전날 19시 40분에 출발한 버스가 오늘 12시 15분에 도착하기로 되어 있었거든요. 운행 시간은 16시간 35분으로 되어 있지만, 1400킬로미터에 달하는 장거리입니다. 한 두 시간 지연되는 것은 왕왕 있는 일입니다. 실제로 멘도싸 발 이과수 도착 안데스 마르(Andes Mar)라는 회사의 경우 1970킬로미터의 거리를 32시간에 약속하지만 실제로는 4시간 이상 연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따라서 1400km를 한 두시간 연착되는 것은 봐줄만한 일입니다. 게다가 오늘은 엘도라도에서 차량이 정차되어 샛길로 엉금엉금 기어가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어렵게 어렵게 처남에게로 연락을 해서 오후 2시나 3시정도에 나와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 절대 무리가 아니었습니다. 이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일부 사람들은 앞차에서 내려서 앞을 보고 있습니다. 상당히 많은 차량들이 이 좁은 시골길 위에서 그냥 서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정차가 되어 있었고, 시간을 허비했음에도 비아 바릴로체 버스가 이과수 시내의 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정확히 12시 15분이었습니다. 중간의 정차로 시간을 허비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30분~1시간 정도 일찍 도착하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대개 그럴 경우 일찍 도착하지 않죠. 천천히 운행을 하면서 배차 시간을 맞추곤 합니다)

이번 버스뿐 아니라 비아 바릴로체 버스는 시간을 그런대로 잘 지키기로 유명합니다. 한 두 시간씩 연착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1000킬로미터가 넘는 장거리의 경우 그냥 이해해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령 브라질의 플루마같은 경우였다면 어떠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플루마는 32시간 약속에 40시간이 걸린 경우도 있었으니 말입니다. 아무튼 남미로, 아르헨티나로 오시는 분들이라면, 그냥 앉아서 오는 버스가 아니가 특별한 서비스도 제공을 하는 비아 바릴로체를 타 보시도록 권해 드립니다. 참고로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뿌에르또 이과수까지의 Cama Suite의 가격은 337페소 였습니다. 미화로는 80불 선입니다. 한화로는 9만 5천원 정도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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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an 의 라틴 아메리카 이야기
이 블로그는 이과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에 더해서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게 되었습니다. 남미는 더이상 신비의 땅이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보가 부족합니다. 이 방에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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