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보리우를 떠나 꾸리찌바에 도착해 있었을 무렵에는 내가 앓고 있던 감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였습니다. 만사가 귀찮아진 나는 단지 하루 저녁만 친구의 집에서 자고 그 다음날 이과수로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쉬더라도 집에 가서 쉬어야지~ 하는 생각에 말이죠. 그래도 꾸리찌바에 왔으니 기념으로라도 사진 몇 장은 찍기로 했습니다. 시내로 나가서... 오늘은 꾸리찌바의 명물을 하나쯤 보려나?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말이죠. ^^
와이프의 단것에 대한 취향은 여전합니다. 시내의 보도 전용 도로에 들어서자마자 밀크쉐이크 비슷한 오보마우치니 Ovo Maltine 를 주문해서 손에 들고다니며 먹습니다. 에휴~
근데, 꾸리찌바 시민들 보세요. 맥도널드 앞에 줄을 서가며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습니다. 다른 서구의 나라들에서는 맥도널드가 정크푸드라고 해서 인기가 뚝 떨어졌는데, 남미에서는 아직도 맥도널드는 고급 식당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옆 나라 아르헨티나에서 젊은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장래 희망이 "맥도널드 같은 곳에서 식사를 하는 직장을 다니고 싶다"일 정도이니 오죽할까요!
보도 전용 도로의 한쪽에는 식당들이 있어서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있습니다. 그곳에 두 명의 광대가 지나가는 사람들의 흉내를 내며 사람들을 웃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광대가 쫓아다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뻘줌한 일인지 모릅니다. 광대처럼 할 수도 없고, 화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웃자니 그것도 그렇고.... 저두 당해봤지만 표정 관리가 잘 안되더군요.
아, 드디어 보게 되었네요. 꾸리찌바의 명물 중 하나인 미친 교수님~! 이전에 철학과 교수였다는 분인데, 어느 순간에 정신을 잃고 여름이나 겨울이나 이렇게 팬티만 하나 걸친채 자전거를 끌고 다니는 분입니다. 사람들 이야기로는 질문을 하면 대답을 하는데, 그게 아주 정상적이라고 하네요. 하지만, 이런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분이니 정상이라 하기는 좀 그렇군요. 언젠가 꾸리찌바의 방송에서 이 양반을 꾸리찌바의 명물 중 하나로 선정한 적이 있는 분이니 유명(?) 한 분이라고 해야 할려나요?
역시 돈이 많은 도시라서 관광 정보를 제공해주는 터치스크린 패널까지 거리에 등장했네요. 거기에 공공질서를 잘 모르고 또 잘 안지키는 애들의 장난이나 훼손도 눈에 띕니다. 꾸리찌바가 이런 정도면 다른 도시는 더 하겠지요?
꽃의 거리 Rua das Flores 뒤 쪽으로는 예전 꾸리찌바의 시청 Prefeitura 건물이 있습니다. 이전에 제가 꾸리찌바에 살 때는 언제나 문이 잠겨 있었는데, 지금은 열려있고, 두 명의 경관이 지키고 있더군요. 그래서 이 건물이 어찌된 연유냐고 물었더니 지금은 SESC 건물로 쓰인다고 합니다. SESC는 주민들에게 이런 저런 기술을 가르쳐주는 교육 기관입니다. 옛 건물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쓰이고 있다고 하는군요.
또 SESC 앞쪽의 광장을 둘러싸고는 옛날 건물들이 몇개 있습니다. 오래된 건물들을 보존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아래층은 상업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한 건물의 위쪽에 붙어있는 부조를 보니 1879라고 쓰여 있습니다. 132년이 지난 건물이라는 뜻이네요. 한국처럼 수천년의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는 오래된 건물이라고 하면 적어도 몇 백년이겠지만, 실제로 사용이 되는 건물에서 백여년짜리를 찾기는 쉽지 않겠죠. 여기서는 그래서 오래된 건물이 귀한가 봅니다.
꾸리찌바 시내를 한 바퀴 돌고는 으슬으슬한 몸을 끌고 친구네 집으로 들어가서 잠을 청합니다. 내일 아침 일찍이 이과수로 돌아갈 생각이었으니 말이죠.
여러분의 댓글 한줄이 제게 얼마나 소중한지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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