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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무덥고 건조한 날들이 계속되더니 정작 여행을 떠날 무렵이 되니 날마다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를 보게 되었다. 이과수 강이나, 파라나 주의 나무들과 동물들, 농부들과 기타의 사람들을 위해서는 좋은 소식이겠지만, 여행을 하려는 내게는 기분이 좀 스산하다. 집에 있는 평소 같으면, 비가 오는 모습이 한없이 좋았으련만, 장장 650 킬로미터의 거리를 자동차를 몰고 가야 하는데, 비가 내린다면 도로 노면의 상태는 물론이고 시각 장애까지 걸리는 것이 하나 둘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날씨라도 추워진다면? 브라질이 열대의 나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겨울 며칠동안의 추위를 웃어 넘길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미 겨울철에 브라질을 여행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체험한 나로서는 그것도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이번에는 아내와 둘이서 떠나는 오붓한 여행이 아닌 것이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오신 두 분의 할머니와 조카까지 데리고 떠나는 여행이다. 이것 저것 걱정거리가 머릿속에서 계속 꼬물꼬물대고 있었지만, 뭐..... 별일 있으랴~! 하는 생각으로 여행을 떠난다.

언제나 그렇듯이 여행을 떠날때의 설레임은 내 마음을 들뜨게 한다. 이번 여행을 통해 보고 싶은 것들을 하나 하나 꼼꼼이 챙겨 보면서 여행중에 어떤 일이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상상을 해 보았다. 꾸리찌바 시내에서 내가 보고 싶은 것이 무엇이 있나? 블로그에 포스팅하고 싶은 내용으로는 무엇이 있지? 이과수 강을 따라 내려오는 동안 별일은 없을까? 등등....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아내는 또 아내대로 식사 준비도 하고 이것 저것 챙기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보조 운전사이자 할머니들의 말동무이고, 동시에 조카의 친구이기도 한 아내의 역할을 살펴보며 든든한 마음을 가지게 된다. 자~! 드디어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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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예보가 적중한 모습이다. 하늘에 짙게 드리운 비구름은 가는 동안 내내, 자그마치 9시간 이상을 우리 차 위에 드리우고 있다. BR-277번은 포즈에서 꾸리찌바로 가는 가장 직선의 길이다. BR-277로 가는 동안 만나게 되는 큰 도시들은 Cascavel, Laranjeiras do Sul, Guarapuava, Irati 들이다. 길은 좋지만 구불구불하고 무엇보다 톨게이트가 9개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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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비도 뿌려대고, 슬슬 추워지고 있다. 여행 초반부터, 뭔가 일이 잘못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의 나 답지 않게 겨울동안의 여행 준비가 소홀했던 것이다. 좀 더 두꺼운 옷을 가져왔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젠 이미 늦었다. 그냥 가지고 있는 옷들로 이번 여행을 견뎌야 한다. 할머니들이 추우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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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설명했지만, 포즈에서부터 꾸리찌바까지 톨게이트는 자그마치 9개나 된다. 도로 통행료만 자그마치 35불 정도를 지불해야 한다. 헤알로는 66.20 헤알이 된다. 도로를 정비하는 것이나 그것을 위해 약간의 통행료를 징수하는 것은 반대하지 않지만, 통행료가 정말 비싸다. 이 정도라면, 돈 없는 사람들은 정말 여행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여행자를 위한 배려가 없는 나라에 살고 있으니, 참, 내가 불쌍하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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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게 출발해서인지 조금 더 가서 점심을 먹자라고 생각한게 오후 2시나 되어서야 한 허름한 주유소에 들어가게 되었다. 집에서 출발한지 3시간이 지났고, Cascavel 을 지난지 1시간 가량이 지난 곳이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 위해 주차를 시켰다. 계속 흐렸던 하늘에서 한 두 방울씩 눈물같은 빗물이 떨어지는 가운데, 허허 벌판이라 그런지 정말 추운 환경에서 도시락을 꺼내고 김치와 가지고 온 반찬으로 점심을 먹는다. 앉을 곳도 마땅치 않아서 그냥 서서 먹는데, 배가 고파서였는지 공기밥 한 그릇이 마파람에 게눈감추듯 뱃속으로 사라졌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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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아내는 쌀쌀함을 느꼈는데, 그래도 부에노스 아이레스 출신들은 추위에 좀 더 강한 모양이다. 심지어 이 순간, 조카는 반팔로 견디고 있다. 쌀쌀함 속에서 먹은 점심 후에 뜨거운 차를 한 잔 마셨는데, 그것이 그래도 좋았다. 앉아서 먹은것도 아니고 서서 먹었는데도 점심 한끼를 훌륭하게 보낸 기분이다. 느긋한 마음에서 이제 남은 여정을 따라 갈 마음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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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골 지역에서 잠깐 차를 세웠다. 양 옆으로 피어있는 유채꽃이 너무 아름다워서였는데, 빗속에 펼쳐져있는 푸른 들판과 들판들 뒤로 피어있는 유채꽃이 너무나 싱그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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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지금이 유채꽃이 필 무렵인가? 아무튼 어떠랴? 오고 가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물해 주는 유채꽃의 모습에서 여행을 나온 사람의 여유같은 것을 느끼며 다시금 차를 타고 앞으로 전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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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즈에서 꾸리찌바로 향하는 650킬로미터의 길은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꾸불꾸불 오르락 내리락의 연속길이다. 가끔씩 너무 아름다운 경관이 나올때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데, 비가 오고 날씨가 흐려서인지 조금 우중충해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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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많이 보이는 나무는 사진의 주인공, 피뇽이었다. 하긴 한때 이 나무는 브라질 남부 전역을 뒤덮고 있었다고 한다. 그것이 개간과 무지로 인한 벌목때문에 지금은 몇몇 군락만을 이루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우리가 가고 있던 꾸리찌바 라는 도시의 이름도 사실 이 아라우카리아 나무와 관련이 있는 이름이다. 꾸리(마을) 뚜바(아라우카리아 소나무)라는 이름이 시간이 지나면서 Curituba -> Curitvba -> Curityba -> Curitiba로 변했다고 한다.
여행이 힘들지는 않지만, Irati를 지나 꾸리찌바를 50여 킬로미터를 남겨놓고 급커브가 많은 급경사의 내리막길이 있다. 이 지역은 거의 항상 짙은 안개가 끼는 지역이기 때문에 특별히 운전에 조심해야 한다. 또 하나, 꾸리찌바는 브라질에서도 잘 사는 도시이기 때문인지, 통행하는 차량들의 속도를 감시하기 위한 카메라가 그 어느 도시보다 많이 설치되어 있다. 따라서 꾸리찌바 인근에서는 속도에 특히 민감해야 한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차는 650 킬로미터를 달려서 꾸리찌바에 도착한다. 도착한 시간은 저녁 9시경. 각자의 숙소에 내려주고 우리 역시 친구 집 앞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넣은 후 숙소로 들어간다. 이곳에서 주말을 지낼 예정이다. 주말동안에는 꾸리찌바에 있는 공원들과 인근의 계곡을 방문할 생각이다. 집주인인 친구 부부가 바깥에 나가면서 아파트 관리인에게 열쇠를 맡기고 간 모양이다. 열쇠로 열고 들어가서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나니 피곤이 좀 가시는 기분이다. 손님방으로 꾸민, 딸 아이의 방에 들어가서 이불을 덮으니 잠이 소르륵 온다. 잠깐만 자야지.... 라는 생각과는 달리 몸이 피곤했었나 보다. 주인 부부가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깊은 잠에 빠져 그 다음날 아침까지 잘 자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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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an 의 라틴 아메리카 이야기
이 블로그는 이과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에 더해서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게 되었습니다. 남미는 더이상 신비의 땅이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보가 부족합니다. 이 방에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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