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올리는 글

문화 2009. 8. 4. 23:07 Posted by juanshpark
갑작스런 연락을 받고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왔습니다. 지난 주 금요일 저녁에 좀 늦게 돌아왔는데,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계시는 아버지가 위독하시다는 전화를 받게 되었습니다. 여러가지 스케줄이 있었지만 모두 취소, 대치시켜놓고 몇몇 친구들에게 연락만을 해 놓고는 바로 비행기 표를 알아보았습니다. 마침 아르헨티나 공휴일과 겹치는 바람에 비행기표를 구할 수 없었지요. 하루밤을 거의 꼬박 지새면서 짐을 챙기고 있었는데, 토요일 새벽에 다시 큰 형수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가능하면 아내와 함께 오라고 말이죠. 그래서 토요일 새벽에 부랴부랴 짐을 챙기고 무작정 공항으로 갔습니다. 공항에서 두 장의 비행기 표를 어렵게 구해서 바로 출발을 했는데, 도착하게 된 시간이 정오가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아주 좋으시더군요. 아버지의 건강 상태가. 정신도 온전하시고 평소에 보아왔던 모습과 같았습니다. 다만 병원에 계시다는 것만이 달랐습니다. 그렇지만, 호탕한 웃음이나 역정을 내시는 모습이 평소와 같았습니다. 그래서 언제나처럼 위독하셨다가 다시 회복이 되셨구나 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는 1994년과 2004년에도 비슷하게 사경을 헤메시다가 회복되셨습니다.) 그런데 잠시후 만나게 된 형들과 동생, 또 병원의 의사들.... 설명으로는 현재로서는 아버지의 상태가 기적이 일어나기만을 기대해야 한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저렇게 멀쩡한데 무슨 소리를.... 이라고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오랫동안 당뇨가 있었고, 신장이 기능을 못하기 때문에 혈액 투석을 받아오셨습니다. 올해로 11년째 투석을 받아오셨는데, 그 사이 다른 장기들이 점점 기능을 잃어간 듯 합니다. 현재 아버지의 간이 기능을 못해서 혈액이 식도 부근에서 모여 식도의 혈관을 찢고 내출혈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제가 도착하기전의 아버지는 위로는 피를 토하고 아래로는 계속 혈변이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의사들은 현재의 상태에서 유일한 가능성은 간을 이식하는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아버지의 건강 상태가 수술을, 아니 마취를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는 거죠. 결국은 의사들의 말대로 기적이 일어나 아버지의 간이 회복이 되지 않는 한, 이런 상황은 계속 재발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번에 다시 내출혈을 일으키게 되면 생명을 잃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의료진의 처방으로 지혈이 되었고, 각종 혈액 수치가 느리지만 정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언제 다시 내출혈이 될 것이냐는 것인데, 가족들이 아버지 옆에서 지키고 있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답답합니다.

그래서, 당분간 제 블로그를 돌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예약되어 있던 글들만 몇 개 올라갈 것입니다. 혹시 제가 활동이 뜸하더라도 그런 사유가 있다는 것을 아셨으면 하는 생각에서 이 글을 올립니다.

이 블로그를 방문하시는 모든 분들의 가정이 평화롭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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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an 의 라틴 아메리카 이야기
이 블로그는 이과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에 더해서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게 되었습니다. 남미는 더이상 신비의 땅이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보가 부족합니다. 이 방에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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