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에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출발합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북서쪽에 위치한 리오 온도 Rio Hondo 라는 온천지대입니다. 그곳까지의 거리는 약 1200km. 아르헨티나의 도로가 편평하고 또 직선으로 뻗어있기 때문에 시간당 100km를 달릴 수 있는 곳들이 많습니다만, 아무튼 12시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생각됩니다. 게다가 중간 중간 식사와 휴식을 위해 쉬어야 하고, 경찰들과 실랑이도 해야 하는만큼, 실제로는 15시간 이상이 걸릴 것입니다. 출발 후 9번 국도 중간에서 주유와 아침 식사를 위해 잠깐 선 다음 차 안에서 일출을 보았습니다. 



산타페 Santa Fe 주의 두 번째 도시이지만, 실제로 이나라 아르헨티나의 두 번째 도시이기도 한 로사리오 Rosario 에서 34번 국도를 잡아타고 다시 북서쪽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로사리오의 순환 도로에서 34번 국도로 통하는 곳이 바뀌었다고 인간 GPS 큰 형님(실제 형님이 아니 젤 연세가 많다는 이유로...)이 설명하시는군요. 이 분은 아르헨티나 생활 40여년 동안 실제로 아르헨티나의 곳곳을 수도 없이 여행한 끝에, 전국의 대중소도시는 물론 도시라고 불리기조차 뭐한 곳까지 숙박 시설은 물론 볼 거리들을 꿰어차고 계십니다. 저도 아르헨티나 여행이라면 한가닥 한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데, 이분에 비하면 발가락의 때보다 못하더군요. 쩝....



34번 국도로 신나게 달려가지만 주변의 풍광은 그리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넓디넓은 평원 속으로, 사방을 둘러봐도 지평선이 보이는 길입니다. 한국인들에게는 신기하겠지만, 수십년을 살아온 이민자들의 입장에서는 볼게 정말이지 "하나도"없는 풍경입니다.



산타페 주와 산티아고 델 에스떼로 Santiago del Estero 주의 경계선이 가까워지는 순찰레스 Sunchales 라는 지역에 왔을 때는 점심 식사 시간이 되었습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출발한지 벌써 7시간이 되어 가고 있었으므로 상당히 출출해졌습니다. 그래서 그 부근에서 식사를 할 수 있을만한 곳을 찾아 들어갑니다. 사거리에 위치한 YPF 주유소의 한쪽으로 식당이 있네요. 그리로 들어갑니다.



이름하여 FADI 라는 식당인데, 뭔 뜻인줄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빠리샤 Parrilla 를 한다니 그리로 들어갔습니다. 들어가보니 한산하군요. 1인당 50뻬소에 흥정을 하고 식사를 했습니다. 이 정도 가격이면 상당히 훌륭하군요. 생각보다 식비가 적어서 아주 좋았습니다. 가격에 비해 고기는 훌륭하게 계속 리필이 되더군요. 한번쯤 들러서 식사를 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언젠가도 이 블로그에 소개를 한 빠리샤 꼼쁠레또 Parrilla Completo 입니다. 여러 종류의 고기를 숯불 판에 올려놓고 먹는 요리인데, (뭐, 요리라고 할 것까지도 없이 그냥 소금구이입니다) 저희는 젤 뒷부분의 검은색 소시지(피가 들은 소시지인데 모르실랴 Morsilla 라고 합니다)는 먹지 않기 때문에 다른 것으로 바꾸어 먹었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길을 달려갑니다. 먼저 산티아고 델 에스떼로 주의 주도시인 산티아고 델 에스떼로까지 간 다음, 다시 9번 국도를 잡아타고 리오 온도로 향합니다. 산티아고 델 에스떼로에서 9번 국도를 잡아타는 것이 좀 어렵군요. 네비게이션이 있다면 상당히 도움이 될 듯 합니다. 하지만 차 안에 식품 담당하는 형 친구가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계속 알려주어서 어려움 없이 9번 국도를 잡아 탈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리오 온도에 이르렀을 때는 캄캄한 밤중이었습니다. 늦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아무튼 해가 졌고, 주말이 연휴여서인지 방을 구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이곳 저곳을 기웃 기웃하다가 떼를 써서 숙박을 할 수 있게 되었네요. ACA Automobil Club Argentina 라고 아르헨티나 자동차 클럽에 속한 시설의 아파트 하나를 빌려서 (아주 비싼 가격에) 들어갔습니다. 온천장이 딸려 있기는 하지만 숙박 시설은 아주 형편 없네요. 사진을 보시겠습니까?



아무튼 이렇게 벽에 습기가 차 있고 방도 거지같고, 침대와 침구도 거지같은 곳에서 첫날밤을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가릴 지붕이 있으니 감사해야겠지요? 짐을 정리하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온천장으로 가서 늦게까지 온천을 즐긴 다음 방으로 돌아와서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저녁 메뉴는 컵라면에 밥과 반찬. 그리고 특별 메뉴는 짜잔~



아르헨티나 북서쪽에서 파는 맥주입니다. 이름하여 노르떼 Norte 라고 하는데, 맛을 보기 위해 화이트 맥주와 흑맥주를 사 왔습니다. 흑맥주의 쌉싸름함과 고소함이 입안에 가득 차더군요. 기분좋게 한잔씩을 즐기고 잠을 청해 보았습니다. 여러분도 좋은 저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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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가루에 물을 넣어서 주물럭 주물럭 반죽을 해서 멸치를 우려낸 국물에 뚝뚝 끊어서 만드는 우리네 수제비와 비슷한 파스타가 있습니다. 바로 뇨끼(Nhoqui)라고 하는 것인데, 이탈리아와 스페인사람들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는 아르헨티나이니 뇨끼 역시 상당히 많이 먹는 음식 중 하나입니다. 여태까지 제가 먹어보았던 뇨끼는 전분을 가지고 반죽을 한 다음 연필 모양으로 길다랗게 뽑아서 숟가락을 가지고 뭉텅뭉텅 끊어서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모양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반적으로 비슷한 모양들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 쪽에 사진을 찍으러 넘어갔다가 출출해서 들린 단골집 아쿠와 AQVA에서 먹은 뇨끼는 파스타 같은 느낌은 없이 수제비 같았습니다. 오늘은 그 수제비 즉 뇨끼를 먹은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언젠가 이 식당을 포스트 한 적이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퓨전 음식점이라고 소개를 했었는데, 퓨전이라고 해서 모든 음식이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고, 일부는 정통 아르헨티나식 음식도 선보이고 있는 곳이지요. 뿌에르또 이과수 Puerto Iguazu 시내의 고속 버스 터미널 주변에 위치한 이 식당은 그래도 매년 이과수 지역의 10대 음식점 중에 끼이는 유명 레스토랑을 하나 입니다.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서 들어간 시간은 아직 점심 시간 전인 11시 정도. 그래서 식당이 한산한데, 매니저인 호르헤 안토니오 Jorge Antonio 씨의 이야기로는 요즘은 성수기가 아니어서 주말에나 좀 벅적벅적하지 평일에는 한산하다고 알려줍니다.


보이죠? 한 사람도 없습니다. 실은 창가쪽으로는 몇 명이 앉아서 음료수들을 마시고 있었지만, 그쪽으로는 카메라를 들이대기가 좀 뻘쭘해서 사람이 없는 쪽을 찍었습니다. ㅋㅋㅋ


계산대 앞에 앉아있는 매니저 입니다. 멋지게 생긴 아르헨티나 사람인데, 밥맛없이 건방을 떠는 사람이 아니라 온순하고 신사적인 사람입니다. 이전에도 제게 몇 가지 정보를 준 적이 있었는데, 오늘은 수제비 땜에 또 한번 말을 건네게 됩니다. 나중에 말이죠.


뇨끼를 시켜놓고 와인을 하나 할까 생각하다가, 아직 낮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그냥 관둡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낮부터 와인을 한잔씩 걸치는 분들이 많지만, 아무래도 낮부터는 좀 쑥스럽죠. ㅎㅎㅎ;; 게다가 혼자서 마셔야 하는데 말입니다.


일반적인 상차림으로 갓 구워낸 빵과 만떼까 Manteca: 버터 를 가지고 나왔습니다. 이전에도 말한 바 있지만, 아르헨티나 빵들, 참 맛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참 좋아하기도 하구 말입니다. 아직 음식이 나오기 전이어서 빵을 몇개 조각내서 버터를 발라 먹어봅니다. 자연 출출한 배가 좀 괜찮아 지는군요.


그리고 와인 대신에 소다수를 시켜서 마십니다. 뇨끼란게 좀 느끼할 수도 있죠. 게다가 소스를 4종류 치즈로 만든 소스를 주문했기 때문에 탄산가스가 들어간 소다수가 느끼함을 좀 없애줄 수 있을거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소다수는 제가 제일 선호하는 음료수죠. ㅎㅎㅎ


가져온 뇨끼를 처음 본 느낌은.....

좀 지저분해 보인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전에 먹어보았던 뇨끼들은 그래도 모양이 일정했으니까요. 그냥 손으로 뚝뚝 뜯어내서 만든 뇨끼는 뇨끼라기보다는 수제비에 가까웠습니다. 4가지 치즈로 만든 소스위에 치즈가루를 뿌려주며 종업원은 이제 5가지 치즈가 되었다며 농담을 합니다. 받아서 한마디 더 농담을 던지고 식사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오~!!! 정말 맛있는 뇨끼더군요. 모양이 수제비같았지만 맛은 정말 훌륭했습니다. 게다가 네가지, 아니 다섯가지 치즈로 만든 소스는 정말 입에 착착 붙는 것 같았습니다. 조금 느끼한 맛이 있었지만, 소다수로 반주를 하니 좋았습니다. 와인으로 반주를 했더라면 훨씬 더 훌륭했을 것 같지만, 지나간 버스니 뭐....


식사를 마치고 계산서를 가져오라 했습니다. 뇨끼가 20페소 (미화 5불), 소스가 14페소 (미화 3.5불), 그리고 음료수가 8페소 (미화 2불)이었습니다. 총 42페소였는데, 6페소 DC를 해서 (아마 매니저와 잘 안다고 해 준 디씨겠죠? ㅎㅎㅎ) 36페소 (미화 9불)를 지불했습니다.

계산까지 마치고 매니저인 호르헤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손으로 뚝뚝 뜯는 법을 너네 주방장은 어디서 배웠냐고 물었습니다. 그건 한국에서나 하는건데.... 라면서 말이죠. 매니저는 실실 웃으며 자기네 주방장이 숟가락으로 자르는 것을 싫어한다고 응수를 하더군요. 그래서 주방장좀 만나게 해 달라고 했더니, 지금은 안된답니다. ㅎㅎㅎ;; 아무튼 그래도 맛있는 식사에 디씨까지 받고, 괜찮은 점심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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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an 의 라틴 아메리카 이야기
이 블로그는 이과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에 더해서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게 되었습니다. 남미는 더이상 신비의 땅이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보가 부족합니다. 이 방에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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