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sil 북쪽의 과일들 - Pitomba

자연/식물 2014. 2. 10. 22:00 Posted by juanshpark


Pitomba(삐똠바)를 처음 만났던 것은 지난해 초 였습니다. 당시 포르탈레자 남쪽의 에우세비오 라는 곳에서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었을 때였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친구 하나가 집에서 보내온 삐똠바를 바구니에 담아서 가져왔습니다. 그래서 맛을 보게 되었는데, 크기는 너무 작고, 맛은 시금털털한게 그다지 당기지 않는 맛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곳으로 이주를 해 온 다음에도 삐똠바는 관심밖의 과일이었습니다.



그런데요, 얼마전에 브라질 현지 친구집에 갔다가 그곳에서 삐똠바 나무를 보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과일이 제가 기억하고 있었던 것보다 훨씬 크더군요. 뭐, 커 봐야 거기서 거기겠지만, 그래도 조금 큰 삐똠바를 보니 다시 관심이 생겼습니다. 제가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더니 집주인이 제게 한 봉투를 따서 건넵니다. 그걸 집으로 올 때 가지고 와서 시식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제 손안에 몇 개가 들어갈 정도의 크기더군요. 그런데, 껍질을 깨보니, 껍질이 상당히 두껍습니다. 그리고 속에서 엷은 갈색의 과육이 보입니다. 그것을 입에 넣고 보니 또 상당히 큰 씨가 있네요. 그러니, 결국 먹을 것이라고는 별로 없는 과일이라고 하겠지요? ㅎㅎㅎ



정말 먹을게 별로 없는 과일임에는 맞습니다. 하지만 맛은 그런대로 괜찮았습니다. 처음 먹어보았던 시금털털이 아니라 과일의 새콤함이 들어 있었습니다. 먹기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기는 했지만, 남쪽 브라질 사람들이 잘 먹는 자부치카바와 많은 면에서 비슷했습니다. 자부치카바가 뭔지 궁금하시면 <여기>를 눌러서 살펴보시구요.^^ 실제로 브라질 토속 과일 사이트에서 찾아보니 자부치카바와 삐똠바는 같은 패밀리군에 속해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동양의 여지, 람부탄, 롱안이 모두 같은 과일군에 속해 있습니다. 제 블로그에서는 여지와 람부탄 그리고 롱안 역시 포스팅을 했었는데요. 그 글을 보시고 싶다면 <여기>를 보시구요.


삐똠바의 다른 이름으로는 소눈깔 (Olho de boi), 혹은 까루이리 Caruiri 라고 합니다. 쎄아라에서는 그냥 삐똠바라고 하고요. 삐똠바라는 과일명은 지역 인디언 언어인 뚜삐어로 "한대 치다"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왜 이런 이름이 붙었을까 생각해 보았는데, 아마도 생긴거와는 달리 먹을게 없어서 그냥 뺨 한대 때린것 같다는 생각에 붙인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삐똠바는 아마존부터 브라질 북동쪽과 히오까지 고르게 분포하고 있습니다. 다 자랐을 때 최고 높이가 12미터까지 성장한다고 하네요. 워낙에 작아서 음식에 사용하는 경우는 없고, 그냥 날로 먹거나 리쿼르를 만들때 쓴다고 합니다. 쎄아라에서는 모르겠지만, 바이아 주에서는 삐똠바를 재래 시장에서 구입할 수 있다고 하니 브라질 북쪽으로 오시는 분들은 맛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삐똠바는 아무튼 먹을게 별로 없는 과일이라는 생각에 좀 더 찾아보았더니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껌 같은 거라고 합니다. (포어로는 chiclete de pobre) 또한 삐똠바의 잎과 껍질에는 타닌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서 가죽제품이 부패되는 것을 보호하는 데 사용한다고 합니다. 또한 그 크기가 커서 과육이 별로 없는 씨는 민간에서 심한 설사를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고 합니다.


서민들 사이에서 사용이 되는 과일이다보니 브라질의 속담과 일상표현 속에서도 삐똠바가 발견이 되네요. 예를 들어 정말 쓸모없는 사람을 가리켜 브라질 속담에 "그는 삐똠바만큼도 값어치가 없다" (Ele nao vale nem uma pitomba) 라는 말이 있습니다. 또 고생스럽다는 표현을 할 때 "이없는 노인 입속의 삐똠바보다 더 고생스럽다" (sofre mais do que pitomba em boca de velho banguela) 라는 표현도 있네요. 그 외에도 눈 주위가 돌출한 사람을 가리켜 Olho de pitomba 라는 말을 하기도 하고 또 눈썹이 별로 없는 사람을 가리킬때도 Olho de pitomba lambida 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삐똠바의 약리 작용은 어떨까요? 삐똠바 각 100g 당 영양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칼로리는 34kcal 이구요. 탄수화물 8.8g, 섬유질 2g, 또 칼슘과 인과 비타민C가 상당한 분량 들어있습니다. 조그만 과일 삐똠바를 먹으면서 이것저것 생각할 필요는 없어 보이네요. 그냥 심심풀이 땅콩이나 껌처럼 그냥 부담없이 입 속에 넣고 우물우물하면서 빨아 보는 것도 재밌을 듯 합니다. 혹시라도 브라질 북쪽으로 오시게 되면, 한번 시식해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참, 이 과일은 한 여름에만, 즉 1월~4월에만 있는 과일이라는 것만 기억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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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수 변두리에 사는 우루과이 사람 호세네를 가 보았습니다. 이 집에는 브라질 사람들이 집에서 가장 많이 키우는 자부치카바 Jabuticaba 가 두 그루가 있습니다. 집주인 할머니인 테레지냐 Terezinha 가 이 나무는 암수를 키워야 열매가 많이 열린다고 말해 줍니다. 그런데, 잠깐요. 나무에도 암수가 있나요? 어떻게 암수를 구별하죠? 라고 질문을 했더니 할머니는 묵묵부답입니다. 아마 평소에 이렇게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나 봅니다. 그래서 그냥 패스 ㅡ.


자부치카바 나무는 원산지가 브라질로 보입니다. 대부분의 사전에서는 자부치카바가 대서양 연안에서 잘 자라며 남미에서는 브라질에 많이 있다고 알려주고 있습니다. 자부치카바의 외관은 미끈한데, 밝은 색을 띄고 있지만, 또한 중간 중간에 벗겨진 부분이 많아서 얼룩진 나무로 보입니다.

자부치카바는 다 자란 나무도 10미터가 넘지 않습니다. 굵어봐야 지름이 40센티미터를 넘지 않는 자그마한 나무이지만 다년생이고 수없이 많은 열매를 맺습니다. 학명을 찾아 보았더니 적어도 4종류의 자부치카바가 있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종류에 따라서 과일의 크기와 맺히는 과일의 수가 달라지지만 대부분 모양과 맛은 동일합니다.

대개 봄과 초 여름에 꽃이 피는데, 꽃이 필때 신기한 것은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줄기와 가지에 그냥 꽃이 피게 됩니다. 또 꽃이 피는 동안 열매가 맺어지기도 하는데, 열매 역시 줄기와 가지위에 그냥 앵두만하게 열매가 맺힙니다. 열매는 시간이 흐르면서 적갈색 혹은 흑색으로 변하게 되며 짙은 색이 되면 바로 따서 먹을 수 있습니다.


구글에서 캡쳐한 사진을 하나 더 게재합니다. 자부치카바가 많이 열리는 종류인 듯 한데, 그 앞의 사진과는 달리 척 보기에도 꽃이 많으니 열매도 많이 맺힐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꽃이 지고 그 자리에 열매가 맺히면 사진에서처럼 녹색의 방울들이 매달리게 됩니다. 이 상태에서는 아직 먹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하지만 여름의 뜨거운 햇살과 습한 기운은 자부치카바가 익도록 도움을 줍니다. 이른 초 여름에 벌써 익기 시작하는 열매도 있습니다. 그때부터 겨울이 다 오기까지 자부치카바를 따 먹을 수 있습니다.


검은 색 혹은 짙은 갈색의 자부치카바는 어떻게 먹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그냥 따서 입속에 넣고 우물우물 먹는 것이 좋습니다. 맛은 달콤합니다. 하나의 씨를 둘러싸고 흰 과육이 있는데, 이것이 잘 벗겨지지 않기 때문에 단물만 빨아먹고 껍질과 함께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조사 연구에 의하면 이 껍질 속에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 Antocianin 이 엄청 많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1그램의 자부치카바에 314mg이 들어있습니다. (자부치카바에 비해 포도는 같은 무게당 227mg이 들어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영양 학자들은 껍질도 그냥 삼키면 좋다고 합니다. 물론 껍질채 먹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요. ^^


자부치카바는 안토시아닌 외에도 펙틴이라는 용해섬유질이 많이 들어 있습니다. 펙틴은 활성 산소를 없애주는 요소라고 합니다. 자부치카바는 또한 소화를 도우며 체내의 독성을 제거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자부치카바는 끓이거나 익히면 과일의 효소들을 상실하게 되기 때문에 생으로, 혹은 쥬스나 잼으로 만들어서 먹으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정말 특이한 과일 아닙니까! 위키피디어에 의하면 브라질의 일반 가정집에서 가장 많이 키우는 나무라고 합니다. 물론 세본 적은 없지만, 이정도라면 브라질을 대표하는 과일 나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나저나 브라질에 오신다면 이 과일을 한번쯤 맛보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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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의 단상 - 이과수, 브라질

생활 2010. 7. 12. 02:00 Posted by juanshpark

1. 마몽, 파파야. 친구가 그러는데, 오염물질이 주변에 있으면 죽어버린다는 과일입니다. 그래서 깨끗하기 때문에 마음껏 먹어도 된다고 하는데, 점점 그 말의 신빙성이 믿겨지지 않습니다. 지저분한 델에스떼의 다운타운에서도 이 나무를 본 적이 있거든요. 그래도 여전히 맛은 좋습니다. 파파야의 꽃을 보기가 쉽지 않은데, 마침 한 친구의 집 뒷마당에 꽃이 핀 것을 보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과일은 그 아래 주렁 주렁 달렸더군요. 다음 사진처럼요.


우람하지 않습니까? 저렇게 주렁주렁 달려 있으니, 몇 그루만 있어도 상당히 많은 파파야를 먹을 수 있을 듯 합니다. 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 길러보고 싶군요. ㅎㅎㅎ;;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점 땅이 소중해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2. 자부치카바. 브라질에 처음 와서 나무 줄기에 달려있는 포도알같은 과일을 보고, 기생하는 과일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꽃을 보니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정말, 자연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모르고 사는 걸까요? 새삼 자연의 신비함이 느껴집니다.




3. 아루미따(Arumita)라고 불리는 꽃 나무입니다. 다자란 나무라고 해봐야 3미터가 채 안되고, 가냘픈 가지위에 어렸을 때 먹었던 눈깔사탕보다 작은 노란색 꽃이 핀다는 거 외에는 큰 특징이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꽃의 향기는 정말 대단합니다. 쟈스민보다 라벤더보다 훨씬 더 멋있고 달콤합니다. 그렇다고해서 질릴 정도는 또 아닙니다. 아루미따만의 향기가 기분을 상쾌하게 해 줍니다. 가끔은 이름없는 꽃이나 풀이라도 새삼 생을 즐겁게 해 줄 수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4. 페르시안 아카시아(Acacia Persiana). 빨갛고 탐스런 페르시안 아카시아가 친구네 집의 정원에 가득 찼습니다. 이 꽃을 보여주고 싶어서 안달을 하던 친구는 제게 자랑스럽게 꽃을 보여주고 친절하게 사진을 찍도록 줄기를 잡아 줍니다. 가끔은 친구에게 자신의 좋은 것들을 보여주고 자랑하며 지내는 것도 생활속에 여유를 주는 것 같습니다.


5. 버섯. 용설란의 밑둥을 살펴보다가 탄성을 지르고 맙니다. 분홍색의 예쁘장한 버섯들이 요정들의 집처럼, 아니 연립주택처럼 늘어서 있습니다. 어쩌면 조그만 우산들처럼 보이는 버섯의 모습에 갑자기 소년시절의 장난꾸러기같은 마음으로 돌아가게 해 줍니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잊고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것은 비교적 소소한 것들일 것인데 말이죠.


7. 이름모를 들꽃. 들판에 지천으로 펴 있는 들꽃들 중의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이름모를 들꽃이라고해서 별볼일 없지는 않습니다. 조그마하고 내 손톱보다도 작지만 화려하기가 대단해 보입니다. 얼마나 작은지, 그러면서도 얼마나 화려한지.... 어쩌면 이런 들꽃은 우리 주변의 이름모를 사람들과 비슷해 보입니다. 드러나지 않지만, 가까이가서 살펴보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주의를 기울여야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을 보면서, 서로에게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7. 키아보(Quiavo). 이웃을 방문하던 중, 고추가 달려있는 모습을 봅니다. 키가 상당히 큰 나무 끝에 고추가 달려있어서, 고추라고 생각하다가 고추 나무는 내 키보다 작다는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물어보았더니 고추가 아니라 키아보라고 하는 채소입니다. 고추처럼 매운 맛은 없지만, 속의 구조는 고추처럼 생겼습니다. 삶아서 채 썰어서 다른 채소와 함께 샐러드로 먹을 수 있다고 합니다. 정말, 우리 주변에는 모르는게 아는 것보다 많아 보입니다. 우리는 얼마나 겸손해져야 할까요?




8. 옆집에 자부치카바 비슷한 나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자부치카바가 아니라고 하는군요. 그러면서도 나무의 이름을 모릅니다. 열매는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꽃은 자부치카바와 조금은 유사해 보입니다. 아무튼 이과수에는 신기한 나무도 참 많습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신기한게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러고보면 주변의 사물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어차피 수백년을 사는 사람들도 아닌데, 좀 여유있게 사는것이 정말 불가능할까요?




9. 오로쿰, 콜로랄, 우루쿰(Orocum, Coloral, Urucum). 밤송이처럼 생긴 열매가 달려있길래 물어보았습니다. 과일의 이름은 오로쿰 이라고 하더군요. 반으로 쪼개 속을 봅니다. 알직 익지 않은 열매 속에는 씨들이 들어있고, 겉껍질에 붉은 색 가루가 묻어 있습니다. 이 붉은 색 가루는 천연 염료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빵에도 사용하고, 밥에도 사용합니다. 비타민 A가 다량 포함되어 있고, 천연 선크림이라고 설명합니다. 또 갈적색 천연 화장품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하는군요. 게다가 갈적색 페인트로도 사용한다고 하니 쓸모가 많은 과일 같습니다. 시장에서도 붉은 색 가루를 만들어서 판다고 하니, 참 재밌는 과일로 보입니다.

이과수, 제가 사는 지역을 어슬렁 거리며 살펴보다보니, 신기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자연 속에서 살고있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들을 보게 되는지도 모르겠군요. 아무튼 자연의 신비한 것들을 살펴보니, 새삼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을 더욱 느끼게 됩니다. 이래서 자연 속에서 살면 더욱 겸허해 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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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an 의 라틴 아메리카 이야기
이 블로그는 이과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에 더해서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게 되었습니다. 남미는 더이상 신비의 땅이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보가 부족합니다. 이 방에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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