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남미에 산다고 하면 인터넷을 통해 제일 많이 질문을 하는 것중에 하나가 거기서는 어떻게 한국 음식을 먹느냐 하는 것이더군요. 하긴 제가 이민을 왔던 1980년대 중반에는 한국의 문물을 경험하는 것이 아주 어려웠습니다. 가끔 귀한 손님이 와야 한국의 삼양 라면 하나를 끓여 내왔고, 어쩌다가 이웃에 한국사람이 새로 이민을 오면 가져온 한국 물건을 아주 새삼스럽게 귀하게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21세기가 시작하고도 한참을 지나간 지금은 전 세계를 상대로 한국산 제품들이 홍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거기에 일조를 하고 있는 분들 가운데, 일명 보따리 상인이라고 부르는 분들이 있습니다. 지금은 남미의 각 나라에서 한국 상품을 대대적으로 취급하시는 분들도 많고, 또 컨테이너로 가지고 들어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일부 사람들은 한국까지 여행을 하셔서 물건을 고르고 보따리로 가지고 들어오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경로가 어떻든, 그렇게 해서 지금은 한국의 많은 물건들이 남미 각국에 골고루 퍼져 있습니다.


세월, 참 많이 좋아졌다고 해야 할까요? 예전에는 귀한 손님에게나 대접하던 라면이, 지금은 종류대로 식품점에 쌓여 있습니다. 그리고 지방에 살고 있는 가정이라면, 적어도 한 상자씩은 라면박스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집에도 지방에 사는 관계로 상파울로나 부에노스 아이레스를 방문할 때마다 라면을 가져오다 보니, 라면이 떨어지는 때가 없네요. 정말 세상 참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한국 제품이 라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이 포스트에 실린 사진들을 살펴보시면 알겠지만, 각종 통조림과 과자 종류, 간장, 고추장, 된장같은 양념들과 심지어 커피믹스까지 아주 다양합니다. 처음에 커피믹스가 들어왔을 때는 거들떠도 보지 않았던 교포들이 -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커피 생산 국가들이다보니 원두 커피는 물론 상당한 양의 인스탄트 커피까지 많습니다. - 지금은 언제나 마실 수 있는 인스턴트 커피로 많은 한국인 교포들이 선호하는 커피가 되었습니다.


옛날부터 알고 있던 스낵류와 최근에 알게된 빙과류도 있고, 어떤때는 심지어 옥수수나 참외와 같은 채소류와 과일류까지 냉동창고를 통해 수입이 되기도 합니다. 또, 식기류와 전자제품들, 특히 전기 밥솥같은 제품들과 한국식 식기세척기는 물론 진공청소기, 또 뭐 이런 저런 것들이 모두 남미에 들어와 있습니다. 아~ 참! 심지어 세탁기와 냉장고도 삼성, LG, 대우 제품들이 들어와 있습니다. 자동차는 물론 예전부터 들어와 있구요.


이정도면 거의 모든 한국의 상품들이 남미에 들어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교포들에게 한국의 제품은 어떤 이미지일까요? 비슷한 제품이 현지에 있음에도 많은 수의 한국인 교포들은 물론 그들과 관계된 일을 하는 많은 현지인들도 한국의 제품들을 상당히 선호하는 편입니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퍼져있는 중국제 상품들의 조악한 품질에 비교할 때, 한국의 제품들이 신뢰를 얻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나날이 늘어가는 한국산 상품들의 판매장 숫자는 이 부면의 상업이 앞으로도 상당한 기간동안 성장세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서로 경쟁을 하는 사이다보니 들여오는 상품을 다변화 하려고 여러 상품들을 들여온 결과 지금은 엄청난 물량과 종류의 상품들이 들여져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 보면 정말 좋은 일이지요. 그리고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앞으로는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다 구할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바야흐로 지구촌이 된 상황에서 물류의 유통이 간소화가 됨에 따라 한국에 있는 것 중에 여기 있는 것이 아니라, 여기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보는 일이 더 일반적이 될 수도 있겠다 생각이 듭니다.


한국인 교포들에게 있어서는 한국산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한계점에 달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들 식품점들과 상품점들이 더더욱 확장을 하고 싶다면, 이제는 현지인 시장으로 진출을 해야 할 것입니다. 물론 문제는 산재해 있습니다. 수입품이기 때문에 가격면에서도 일단 부담을 안고 있습니다. 게다가 수입 창구의 불안정은 상품의 공급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현지 사회에서의 인지도 역시 문제입니다. 대규모 광고를 해야 하는 상품들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하려고 하는 상인들은 전무합니다. 따라서 앞으로도 한동안 현지 시장으로 진출하지 못하는 고만고만한 상인들끼리 피터지고 박터지게 가격으로 승부를 가르려고 할 것입니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어부지리를 얻게 되겠지요.


하지만 한정된 소비자들이 아무리 어부지리라고 하지만 끝없이 물건을 사 줄리는 없습니다. 식료품처럼 먹어 없어지는 제품이라면 몰라도 식기류와 전자제품같은 것들을 계속 끝없이 사줄리는 없겠지요? 따라서 앞으로는 이들 상인들도 현지 시장으로의 진출을 꾀하면서 무엇인가 타개책을 찾아 나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일단 현지 시장으로 진출을 해서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가지게 된다면, 그때는 한국산 제품의 남미로의 러시가 이루어 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아직까지는 한국산 제품이 남미의 그 어느 나라 제품들과 비교해서도 월등한 수준을 가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서두에서 꺼냈던 이야기가 옆으로 무지 무지 흘러갔군요. 쓰고 싶은 이야기의 향방을 정해놓고 쓰지 않으면 항상 이렇게 삼천포로 빠지게 되더군요. 아무튼 그래서 어떤 분들이 남미에서 어떻게 한국음식을 먹느냐고 물으시면 거의 항상 이렇게 대답하게 됩니다. "한국에서보다 더 한국적으로 먹고 삽니다~!" 라고 말이죠. ㅎㅎㅎ


여러분도 묻고 싶습니까? ㅎㅎㅎ


한국산 제품들이 전세계를 누비고 있다는 것은 한편 아주 행복한 일입니다. 적어도 언어가 안되는 곳에서 먹거리와 기타 제품들은 어떤 것들인지 속은 알 수 있으니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지금 이민을 오시는 분들은 예전의 저희에 비해서 엄청 편리한 생활을 하고 계신다고 할 수 있겠네요.

비단 남미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외국에 나오면 자연스레 애국자가 된다고 합니다. 국산을 좋아하고 국산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되어서만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아무튼 지구 반대편까지 와서 한국어가 쓰여진 상품을 쓰고 있다는 거.... 생각해보면 엄청 신기한 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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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ressa de Areia를 지나 30여 킬로미터를 가자 Pinhao 이라는 도시가 나왔다. 도시라고 하기는 좀 작았지만, 그래도 들어가는 입구에 호텔이 하나 있었다. 그 호텔에 들어가기 전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었더니 이 도시에는 호텔이 딱 두개밖에 없다고 한다. 그래서 들어가서 살펴보고 쭉 내려가서 다른 호텔에 들어가서 살펴보고 두 번째 호텔에서 하루를 지내기로 했다. 가격은 같았지만, 두번째 호텔이 첫번째 호텔에 비해 더 현대식 건물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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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우리가 묵은 호텔의 전망인데, 저녁에 도착했을 때는 찍지 않고, 그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사진을 찍었다. 방을 잡고, 저녁 식사를 하지 않았던 터라 한국 음식을 좀 먹겠다고 허락을 받았다. (한국인이 방문한 적이 없어서인지, 한국 음식을 방에서 먹겠다는 의미를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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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일행들이 샤워를 하고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위층에 있는 복도의 간이 응접실에서 지도를 펴 놓고 오늘 온 길과 내일 가야 할 길을 체크해 보았다. Navigation 이나 GPS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했고, 지도마저 엉성해서 좀 힘들었지만, 아무튼 그래도 어느 정도 계획을 짜고 모르는 것은 호텔측에 물어보면서 노트를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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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층의 복도인데, 시골 구석치고는 상당히 큰 규모의 호텔이다. 관광객이 많으냐고 물었더니 Zero 라고 대답한다. 그럼 누가 여기에 묵느냐고 물었더니 대부분 바이어들이 온다고 한다. 임업이 활발한 지역이라 그렇고, 또 각종 전력이나 기타 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방문한다고 한다. 관광객은 눈씻고 찾아봐도 없어 보인다. 하긴, 이런데 왜 오겠나, 관광객이.....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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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도 자그마하기는 했지만, 깨끗했다. 물은 전기로 데워서 나오기 때문에 뜨겁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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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저것을 묻고 있는 모습에 흥미가 있었는지, 주인까지 나와서 인사를 했다. 저기 가죽점퍼에 머리가 좀 벗어진 사람이 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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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친절하게 리셉션 부근에 있는 가스레인지에서 물을 끓일 수 있도록 해 주어서 그것으로 라면을 준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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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안에서는 뜨겁게 끓인 물로 컵라면을 끓이고, 낮에 먹다남은 밥과 밑반찬을 꺼내놓고 식사를 준비한다. 그래도 양심이 있어서(?) 김치는 꺼내놓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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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중인 일행들. 컵라면에 식은 밥을 말아서 먹고, 양이 좀 부족했기에 전기밥솥에 라면을 넣고 또 끓여서 먹었다. 확실히, 브라질을 여행하려면 전기밥솥 하나는 준비해야 하겠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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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아침 식사를 위해 나왔는데, 추위가 장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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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에 낀 성에가 바깥 날씨가 얼마나 추운지를 설명해준다. 그래봐야 5도 남짓되어있을텐데.... 한국으로 치면 가을 날씨가 여기는 참 으슬으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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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려져있는 아침 식사. 이것 저것 잘 먹고 또 뜨거운 물도 챙기고 하면서 출발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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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식사를 하고 있는 필자와 할머니들.

잠시후 출발을 하려는데 차가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추워서 그런지 끼릭끼릭소리만 나고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넓은 호텔 앞마당에 저쪽으로 디젤반트럭하나, 이쪽으로 내 차. 두 대 모두 시동이 안걸려서 끼릭끼릭끼릭소리만 내고 있다. 그러다가 부다다당~ 하면서 내 차가 먼저 시동이 걸리고 검은 연기가 폴폴 나왔다. 악셀레이터를 좀 더 밟아서 엔진을 덥히고 나서 출발을 했다.

둘째날 오전의 첫 코스는 지도에도 없는 길로 가야 한다. 물론 비포장이다. 이번 여행중에 가장 안 좋았던 코스를 오전에 가 보았다. 다음 포스트에서 사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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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an 의 라틴 아메리카 이야기
이 블로그는 이과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에 더해서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게 되었습니다. 남미는 더이상 신비의 땅이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보가 부족합니다. 이 방에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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