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을 갔던 날이었습니다. 서울 시청 앞, 덕수궁 입구 앞에서 경찰에 둘러싸인 한 무리의 사람들, 시끄럽게 마이크를 들고 항의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무슨 일인지 궁금해진 저는 벽에 붙은 플랭카드를 보고야 그것이 쌍용 자동차 노조들의 시위 현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포스트에서 쌍용 자동차 노조의 이런 시위에 대해서 가타부타 이야기를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아무튼 아침 나절에 보았던 시위 현장은 오전 내내 한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그나마 긍정적으로 보였다면, 구타와 연행으로 대응하지 않고 그냥 둘러싸고만 있었던 경관들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는 것 정도 였습니다. 


그렇기는 했지만, 여전히 한국의 인권 의식은 그렇게 높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소수에 대한 인권의식은 아주 낮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지내는 동안, 인터넷 문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 웹 브라우저문제도 그랬고, 인터넷 속에서 외국인 혹은 외국 교포들은 아주 많이 불편을 느끼게 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점들이 그대로 버젓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소수에 대한 대우가 앞으로도 계속 발전해야 할 수준이라는 것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결정적인 사건이 제주도에서 있었습니다.



저희 일행이 제주도를 갔던 날 다음날은 날이 아직 좀 쌀쌀했던 4월 후반기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마침 유채꽃 축제가 제주도 동부의 구좌에서 열리는 날이었는데, 30여년 전에 서울에 살때 친하게 지냈던 누님이 제주도에 살고 계셔서 그곳 유채꽃 축제장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누님을 알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30년 전이나 모습이 비슷해서 쉽게 알아보았지요. 그런데 누님의 옆에 장애인 친구분이 하나 계셨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계셨는데, 행사장 주차장에서부터 비포장 흙길을 한 300미터 정도 휠체어를 밀고 가야 했습니다.


보다못해, 주차를 안내하는 관리인에게 장애자가 있으니 행사장 입구까지 차를 몰고가서 내려놓고 나오겠다고 사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완강하게 거절을 하더군요. 관계자 외에는 행사장까지 차를 몰고갈 수 없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그냥 수긍할 수는 없더군요. 함께 갔던 일행의 한 분과 함께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장애인의 경우는 가능하지 않느냐고 한사코 버텨보았습니다. 그런데도 계속 안된다고 주장하시더군요. 뭐, 행사를 돕는 관리인이 안된다는데에야.... 라고 생각하고 결국 비포장 흙길을 휠체어를 밀고 갔습니다.



앉아계신 누님의 친구분입니다. 그 주변으로 누님과 우리 일행이 보일 겁니다. 그런데요, 주차장에서 관리가 장애자라 할지라도 차에타고 들어갈 수 없다고 주장한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제주도 부지사가 그날 아침에 오셨던 모양입니다. (저는 그분이 누군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주차장 관리인은 "부지사님도 그냥 걸어서 가셨는데요..." 라고 하더군요. 그러니까 부지사님도 걸어가셨는데 어떻게 장애인이 차를 타고 들어가느냐? 라는 뜻이겠지요? 저와 또 함께 항의를 했던 일행분은, 부지사는 설사 걸어들어갔더라도 장애인은 차를 타고 가야 한다고 말을 했는데, 결국 거절당했습니다.


그러니까 부지사라는 높은 양반은 혹 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지만, 일반 평민이라면 설사 장애자라 할지라도 차를 놓고 휠체어를 밀고 들어가야 하는 거지요? 비포장 흙길을 휠체어를 미는 일이 그렇게 쉽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날씨마져 추워서 상당히 고생스러웠지요. 하지만 무엇보다 쌀쌀했던 것은 장애인에 대한 배려의 부족때문이었습니다. 


글쎄요. 이건 어쩌면 극단적인, 혹은 단편적인 한 예에 불과할지 모르겠습니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하지 않을거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주 작은 한 부분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사무치는 대우일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이슈화되고 있는 몇몇 경우들을 살펴보면, 이렇게 표출된 소수자에 대한 인권 상황이나 인권 의식은 아직도 후진국 수준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가령 예를 들어, 외국인 근로자들에 대한 처우나 착취, 인종 차별, 그리고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에 대한 태도와 같은 경우들은 대한민국이 소수자들에 대한 의식 수준이 일반 세계의 평준화 이하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을 오르락 내리락하는 경제 대국입니다. 땅 덩어리로 보면 100위권안에나 들어가는지 모르겠지만, 경제면으로나 세계를 선도하는 지식면에서는 단연 첨단을 걷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의식의 수준은 끝에서부터 세는게 더 빠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의식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이 21세기 대한민국이 풀어야 할 가장 큰 문제중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단지 저의 생각 뿐일까요?


댓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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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브라질, 아르헨티나 비교 - 2

생활 2010. 3. 25. 10:21 Posted by juanshpark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까페 또르또니


이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조금씩 다른 부면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하죠? 이야기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서 이미 이전에 이야기를 했던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 그리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몇 가지 습관에 대해서는 기술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지난번 포스트했던 글 속에 링크를 걸어 놓으신 글들은 한번씩 읽어 보시면 좋을 듯 하네요. ^^

      지난번 포스트: 내가 본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비교 - 1 ==> 보기

상파울로의 전자 상가, 산타 이피제니아


언뜻 생각나는 다른 점은 먼저 의식주부터 생각해보게 하네요. 일단 아르헨티나는 주식이 밀입니다. 그래서 아르헨티나 가정의 식탁에는 어디에서나 빵이 등장을 합니다. 이들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먹는 빵은 한국에서 바게트 라고 하는 빵들이 주를 이루지만, 식빵이든 또 다른 빵이든 아무튼 빵이 있어야 합니다. 아침에는 데사주노라는 공복 면함용 식사를 할 때 반달처럼 생긴 메디알루나(Media Luna)를 먹고, 점심부터는 음식으로 뭘 먹든지 함께 빵을 먹습니다. 또한 밀이 주식이니만큼 밀가루로 만든 국수 종류도 참 많이 먹습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7월 9일가(街)에 우뚝 서 있는 오벨리스크


브라질의 경우는 주식이 쌀이죠. 밀가루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브라질에서 소비하는 밀가루의 75%를 아르헨티나에서 수입을 한다니 밀 생산이 별로 없음을 의미하는 거 아닐까요? 하지만 브라질의 쌀 소비량은 정말 엄청나고 어느 가정집을 가보나 쌀밥이 식탁에 오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흔히 브라질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음식이 검은 콩으로 만든 페이정 이라는 음식을 밥에 부어 먹는 것입니다. 한국식으로 밥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브라질은 전역을 돌아다녀보아도 한국인들이 밥을 그리워 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브라질의 한없이 펼쳐져 있는 콩밭


기왕 먹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아주 잘 먹는 고기에 대해서도 언급을 해야 할 듯 합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모두 육류 소비량이 엄청납니다. 하지만 소비하는 육류가 주로 쇠고기인 아르헨티나에 비해 브라질에서는 쇠고기와 필적하거나 혹은 더 많이 소비하는 것이 닭고기입니다. (아르헨티나는 쇠고기 vs. 닭고기 비율이 20/1 정도 된다고 언젠가 신문에서 본적이 있습니다) 그렇게 육류를 많이 소비하는 나라들이다 보니 육류를 사용해 음식을 만드는 경우도 많습니다만, 그 둘의 조리 방법이 조금 다릅니다.

고기를 굽기 위해 숯불을 피우고 있는 광경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의 경우는 소의 각 부분을 굽는 경우가 젤 흔합니다. 물론 요리를 만들기도 합니다만, 가장 흔한 방법은 역시 숯불에 굽는 것입니다. 아르헨티나의 갈비를 굽는 장면을 살펴보죠. 숯을 피워서 숯이 활활 타오르면 그것을 한쪽으로 몰아두고 일부를 빼서 숯불을 잘게 만듭니다. 그리고는 소금만으로 간을 한 고기를 올려 놓습니다. 여러 부위의 고기를 올려둘 때는 익어 나가는 부위들이 다르기 때문에 순서를 정합니다. 대개 소시지(쪼리소라고 함)와 갈비를 뼈가 아래로 향하게 올려놓습니다. 그외에 살코기들로 이루어진 부위들은 좀 더 늦게 올려놓습니다. 그렇게 하면 잔불에 모든 고기가 아주 연하게 익습니다. 그렇게 소금만으로 간을 한 고기를 와인과 곁들여서 식사를 하는 것이 아르헨티나식 저녁 식사입니다. 물론 낮에도 그렇게 드시는 분들이 있지만요.

줄리오 프레스테스 역에서 본 상파울로 시내와 기찻길


이제 브라질쪽 육류 조리를 좀 보시죠. 브라질에서 유명한 쇠고기 부위는 아무래도 삐까냐(Picanha)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최고로 꼽는 쇠고기 부위가 Bife de Chorizo 라고 하는 부분인데, 그 부분을 브라질에서는 Contra File 라고 부릅니다. 삐까냐는 그 부위 어딘가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ㅋㅋㅋ;; 아무튼 그 부위를 준비하고는 숯을 준비해서 불을 피웁니다. 가능하면 숯불이 활활 타오르는 그 시점에 얇게 자른 삐까냐를 석쇠에 올려놓고 앞 뒤로 살짝 살짝 굽습니다. 한국에서 삼겹살 굽듯이 말입니다. 그리고 앞뒤로 조금씩 구워진 삐까냐를 잘라서 먹습니다.

아르헨티나 대통령 궁으로 알려져있는 까사 로사다(Casa Rosada)


하지만 이때, 많은 식당에서는 단지 소금이 아니라 특유의 양념을 가지고 고기를 굽습니다. 단지 소금만으로 간을 한 아르헨티나와 좀 다른 풍경이죠? 그렇게 해서 각 부위 부위를 양념이 들어간 상태에서 먹게 됩니다. 포즈 두 이과수에서도 많은 슈하스까리아가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의 슈하스까리아는 양념들이 너무 강해서인지, 고기를 먹어보면 맛이 다 똑같습니다. 삐까냐, 꼰뜨라필레, 꾸삥, 아사도 할거없이 모두가 맛이 거기서 거기입니다. 그 이유는 쇠고기 자체의 맛보다 양념 때문입니다. 같은 양념으로 고기를 굽기 때문에 고기 맛이 아니라 양념맛이 되는 거죠. 그래서 슈하스까리아는 고기맛을 잘 살려 굽는 좋은 곳으로 가야 제 맛을 보실 수 있습니다.

브라질 시골에 있는 숲과 그 안의 집이 있는 풍경


고기이야기에 더해서 아르헨티나는 이렇게 육류를 소비할 때 수준에 맞게 와인도 함께 마십니다. 하지만 브라질에서는 고기를 잘라 먹을때 맥주를 주로 마십니다. 실제로 아르헨티나에는 와인 생산이 세계 5위이고 소비도 세계 5위입니다. 그래서인지 수천 수만종의 와인들이 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맥주와 관련해서는 정말 가난합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르헨티나에서 대중적으로 팔리고 있었던 맥주는 Quilmes(낄메스)가 유일했습니다. 최근에야 Isenbeck이 생산 하고 있습니다만, 나머지 자리는 모두 수입품이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중 제일 많이 소비되었던 맥주는 버드와이저 하고 하이네켄 이었구요.

부에노스 아이레스 뿌에르또 마데로에 있는 힐튼 호텔


하지만 브라질은 맥주 강국입니다. 이미 이전에 포스트를 했던 것처럼 브라질의 와인은 아르헨티나에 비해 형편없습니다. 굳이 비슷한 맛을 주는 브라질 와인을 마시려고 한다면 아르헨티나에 비해 수배 내지는 수십배 지불해야 합니다. 하지만, 맥주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현재 브라질 전역에서 볼 수 있는 맥주 상표가운데는 오리지날(Original), 보헤미아(Bohemia), 안따르띠까(Antarctica), 솔(Sol), 카이제르(Kaiser), 스콜(Skol), 신카리올(Schincariol), 브라마(Brama), 바바리아(Bavaria) 등등 너무 많아서 기억조차 않나는 맥주들이 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거기에 세계 각지에서 몰려들어오는 수입 맥주와 국적은 다른 나라에 두고 브라질에서 현지 생산을 하는 맥주들까지 정말 전 세계 맥주들이 몰려와 있는 모습입니다.

브라질의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열대 과일, 까주(Caju)


술 이야기를 꺼냈으니, 독주에 대해서도 조금 언급을 하죠. 브라질에서는 사탕 수수를 발효시킨다음 증류해서 나온 까샤싸(Cachaca) 혹은 삥가라는 술을 마십니다. 그리고 그 술과 비슷한 보드카를 주로 마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에서는 위스키와 코냑을 좀 더 많이 마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제가 아르헨티나를 갈때 처음에는 까샤싸를 사가지고 가서 선물을 한 적이 있었는데, 몇년 후에 가봐도 마시지 않고 그냥 두신 분들도 있더군요. 그리고 이걸 어떻게 마셔야 할지 몰라서 안 마셨다고 하셨습니다. 즉 삥가가 아르헨티나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다는 겁니다. 바로 이웃 나라에서 국민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도 모르고 있다는 것이 특이하지 않습니까? 오히려 한국에서는 이웃나라 일본의 사케를, 그리고 일본 사람들은 한국의 동동주와 막걸리를 마시는 사람들이 있으니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보다는 나아 보이지 않나요?

부에노스 아이레스 외곽의 리니에르스에서. 볼리비아 인디언들이 민속음악을 연주하고 있다.


이웃 사람들과의 교류라는 부면이 나왔군요.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백인을 선호합니다. 최근에는 여러 나라에서 몰려 들어온 유색인종들이 많아졌습니다만, 그래도 국민 대부분의 구성은 백인들과 메스티조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주류의 경우 99%가 백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 백인들은 타 인종에 대해서 관심이 없습니다. 하지만 자신들의 밥그릇을 공유하려하면 상당히 배타적입니다. 하긴 밥그릇 싸움은 어느 민족이나 똑 같겠군요.

브라질 꾸리찌바의 보행자 전용도로에서. 여러 인종이 섞여있다.


하지만 브라질에서는 흑백황인종의 구분이 없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파생된 인종과 민족이 99개로 분류되어있지만 모두 평화롭게 공존합니다. 흔히들 미합중국이 법으로 인종 차별을 철폐하고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발전시키면서 궁극의 아메리칸 이라는 이름하에 서로의 연합과 번영을 꾀하는 나라라고 하지만, 브라질의 경우는 법이 아니라 사람들의 생활 자체가 다른 민족과 인종에 대해 관용을 나타내는 편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브라질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다름"을 인정해주고 함께 공존하려는 브라질 사람들의 태도에 매력을 느낍니다. 거리에서 만나는 브라질 사람들은 대체로 온화하고 미소를 띈 모습입니다. 아르헨티나의 경우는 그런 면에서는 쌀쌀맞고 미소가 좀 부족한 편이죠.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한 카페. 복도를 차지하고 놓여진 탁자와 의자가 멋있어 보인다.


분위기를 이야기 하자면 아르헨티나는 좀 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브라질은 상당히 동적입니다. 그런데 한국인들의 정서는 대체로 동적이라고 하기보다는 정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도 아르헨티나보다는 브라질에 정착하시는 분들이 자신들의 사는 나라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한 것으로 보입니다. 무슨 행사나 이벤트가 있을 때 그곳에 모인 교민들의 반응을 보면, 브라질은 현지인들과 어울여 모두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우며 "브라지우(Brasil~!)"를 외치고 함께 즐거워하지만, 아르헨티나의 경우 현지인들과 어울리는 일도 별로 없지만, 브라질과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아마도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정적인 분위기가 한국인들의 정서와는 맞지만, 서로 정적이다보니 경계의 범위가 좀 더 커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브라질의 자랑인 커피. 그리고 에스프레쏘를 만들고 있는 장면


오늘의 마지막 비교로써, 문화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춤을 빼 놓을 수 없을 것 같네요. 모두들 잘 아시다시피 브라질은 삼바의 나라입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는 탱고의 나라이죠. 두 음악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비슷해야 비교가 되는 거겠죠. 둘 다 음악이라는 것을 빼고 뭐가 비슷한가요? 탱고는 구성하는 악기가 기타와 반돌리온, 그리고 건반 악기와 바이올린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 다른 악기들이 첨가되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렇다는 거죠. 그리고 그 멜로디 악기들에서 구슬프고 화려한 음악이 연주되어 나오면 근사한 옷을 차려입은 남녀들이 요령에 따라서 몸을 절도있게 움직이는 것입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탱고는 멜로디가 있는 음악에 절도있는 법칙이 있고, 교습을 받아야 익힐 수 있습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내 투어를 하고 있는 투어용 버스. 8개국어로 설명을 한다.


삼바의 경우에는 구성하는 악기가 큰 북, 작은 북, 탬버린, 그리고 몇 종류의 타악기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멜로디는 나올 가능성이 없습니다. 모두 리듬악기로만 구성이 된 까닭이죠. 그러니 들을만한 멜로디는 없습니다. 대신에 몸과 마음을 흥겹게 하는 리듬만이 넘쳐납니다. 그리고 음악이 시작하면 중요 부분만을 가린, 옷을 거의 다 벗어버린 무희들이 뛰어나와 요란하게 몸을 흔들어 댑니다. 그게 삼바죠. 간단히 말해서 리듬 악기로 이루어진 음악이고, 자연 그대로 벗어 던지고 몸을 흔들어대면서 익힐 수 있습니다. 둘 다 열정적으로 출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분위기는 탱고와 너무 다른가요? ^^

상파울로에 위치한 피나코테카 박물관의 전경.


예, 오늘의 비교를 한 마디로 결론지으라고 한다면, 삼바와 탱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브라질의 삼바와 아르헨티나의 탱고만큼이나 두 나라 사이에는 간격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한 쪽에서만 사는 사람들은 이런 비교 자체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언젠가 한 순간 두 나라중의 어떤 한 나라에서 살았고 지금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라도 생활에 묻혀 산다면 비교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경우는 두 나라에 살아본대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이 두 나라 국경이다보니 이런 저런 비교를 쉽게 하게 되는군요.

물론, 지난 포스트에서 기술했듯이 이 비교는 순전히 제 눈에 비친 제 주관적 비교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제 눈 뿐이 아니라 제 블로그를 통해 이 지역을 방문하게 되실 분들에게 이 나라와 저 나라가 어떤 면에서는 비슷하면서도 왜 그렇게 다른지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해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라틴 아메리카 이야기의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에 대한 비교는 다음 포스트에서 계속 될 것입니다. ^^ --> 다음 포스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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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

생활 2009. 8. 26. 17:37 Posted by juanshpark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거리를 걸어보면 멋있게 생긴 남녀들이 참 많아 보인다. 그런데 브라질에서 보는 것과는 다른 광경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유색인종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지금은 세계가 글로벌화가 되어서 인종과 민족이 이동을 하는시대이니 아르헨티나에서도 유색인종을 가끔씩 보게되기는 하지만 아르헨티나는 백호주의가 존재하는 나라이다. 물론 아르헨티나는 법으로 인종차별이 금지되어 있다. 그렇다고 차별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아르헨티나에서 외국인으로 살아보면, 그것이 실질적으로 느껴지게 된다.

아프리카쪽 사람인데, 대화는 해보지 않았다.

볼리비아&페루 마을에서 만난 Mestizo로 보이는 볼리비아 모자.

페루, 혹은 볼리비아인으로 보이는 무리들

아프리카의 세네갈 출신이라고 한다.

아르헨티나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런 차별을 느끼면서 둔감해져야 함을 의미한다. 차별은 은밀하게 진행되는 경우도 있고, 대놓고 행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차별을 당하는 입장에서는 얼마나 불쾌한지 모른다. 글로벌화가 되어가는 세계이다보니, 이제 아르헨티나에서 유색인종을 보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은 상황이 되어 버렸지만, 아르헨티노들의 편견과 차별은 별로 바뀌지 않은 것 같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번에 아르헨티나로의 여행중에도 첫 출발부터 그런 차별을 느꼈다. 처음 경험한 것은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리며 잠깐 공항내의 카페에 들렀을 때였다. 서비스에서 외국인에 대한 비호감을 느꼈지만, 그냥 넘어갔다.그것까지 거론하기에는 피곤했으니까. 두 번째는 부에노스행 비행기 내에서였다. 전날 저녁부터 잠을 거의 못잤기 때문에 우리 부부는 비행기를 타자마자 눈을 감았다. 비행기에서 기내식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어쩌다가 눈이 뜨였는데 내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샌드위치 기내식을 받은 모습이다. 나하고 아내만 빼고 말이다. 개중에는 졸다 일어난 사람들도 있어 보이는데 우리 부부가 너무 달게 자고 있어서 깨우지 않은 것일까? 그게 고맙기보다는 차별을 당한 기분이어서 찝찝했다. 기분이 좀 상한 상태로(안 그래도 기분이 안 좋은 사람들인데...) 비행기를 내렸다.

영주권을 받으러 간 곳에서도 외국인들에 대한 차별을 경험하게 된다. 다만 나아진 것이라면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나 혼자 차별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인 전체가 받는 것이라는 것이 좀 위안(?)이 될 뿐이다. 추운 거리에서 5시간을 서서 기다려야 했는데, 어디나 그렇듯이 공권력 앞에서 부조리를 외쳐봐야 내게 돌아오는 것은 불이익 뿐이니 참아야 했다. 외국인은 범죄자가 아니다. 자기네 나라에서 살 수 있도록 허가를 내준 사람들이다. 적어도 아르헨티나 사람들과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는 영주권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런 차별을 당해야 하나, 생각하니 답답하다. 혹자는 아르헨티나 국민의 경우는 어떤가?라고 물을지 모르겠다. 며칠 뒤에 아르헨티나 연방경찰에 경찰증명을 신청하기 위해 가 보았다. 90%이상 아르헨티나 사람들을 상대로하는 연방경찰에서도 기다리는 것은 비슷하다. 경찰증명을 신청하기 위해 그날 4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다른것은 바깥에서 추위에 떨며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안에 들어가서 앉아서 기다린다는 거다. 이런게 뭐 차별이냐고 한다면 할말 없지만, 그런것조차 차별로 느껴질만한 분위기가 부에노스 아이레스에는 있는 것이다.

최근에 미국은 북한에 억류되어 있던 두 명의 여기자를 구출하기 위해 전직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했다. 그런데 구출되어진 두 명의 여기자는 순수 미국인이 아닌 사람들이다. 그들은 중국계와 한국계 미국인들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그들이 중국계거나 한국계라는 이유로 남 이야기 하듯이 대하지 않았다. 그들의 조상이 누구이건, 미국인이 되었기에 국가가 나서서 국민을 챙긴 것이다. 그 점에서 나는 미국과 아르헨티나의 차이를 느낀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태생이 아르헨티나인 내 조카들도 여전히 이방인으로 대접을 받는다. 이곳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이곳에서 공부를 하고 이곳에서 성공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사람이 유색인종이라면 주위 사람의 눈길을 받게 되는 것이다. (차별적인 눈빛을 말이다.)

아르헨티노가 이렇게 손을 흔들어 주는 것은 관광버스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면에서는 나무랄 데 없는 곳이 바로 아르헨티나. 남미에서 두 번째로 큰 땅덩어리에, 지하 자원도 많고, 산수도 화려하고, 곡식이나 가축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고, 그래서 외국인들은 아르헨티나를 가리켜 "못사는게 기적인 나라"라고 이야기하는 나라. 이렇게 풍요로운 나라이다보니 오만할 수도, 잘난맛에 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제 세계는 변하고 있다. 더이상 나 혼자만이, 혹은 나의 가족과 동료들만이 살아가는 세상이 아니다. 지구 저편의 민족들이 자기가 추구하는 세상의 편리를 찾아 이곳 저곳으로 이동하고 외딴 세상이 없어져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 이웃중에는 내가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곳의 사람도 있고, 그들에게 나 역시 그런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아르헨티나 사람들(모두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역시 이제 지구의 다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외국인은 차별과 편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나라의 후손들답게 포용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것이 아르헨티나의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루빨리 그런 모습의 아르헨티나가 되기를 바란다.

덧) 세계WA라는 미디어 사에 등록된 글에 대해서 어떤 분이 차별에 대한 어느분의 블로그 주소를 알려주셨습니다. 정말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더군요. 한번 들어가서 보시겠습니까? 겉모습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사회.http://blog.naver.com/smoker3?Redirect=Log&logNo=30047743441그러면서 자신은 차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더군요. 결론에서 한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것이 우리의 "슬픈 자화상"이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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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an 의 라틴 아메리카 이야기
이 블로그는 이과수 이야기를 기반으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에 더해서 라틴 아메리카의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게 되었습니다. 남미는 더이상 신비의 땅이 아닙니다. 하지만 여전히 정보가 부족합니다. 이 방에서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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