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파울로 봉헤찌로에 있는 동안, 평일 새벽에는 언제나 인근에 있는 루스 공원 Parque da Luz 에 나갔습니다. 이과수에서 파라나 길에 있는 트래킹 코스에서 걷는 운동을 했기 때문인지 상파울로에서도 쉽게 나갈 수 있었습니다. 날씨가 차고 환경이 쟂빛인 도시이기는 했지만, 새벽의 루스 공원은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상파울로를 떠나던 날 아침에는 날씨가 잔뜩 흐렸지만 일부러 똑딱이 카메라를 들고 나가서 제가 걸어다니던 곳들을 사진으로 찍어 보았습니다.
제일 위에 있는 꽃의 이름은 에리트리나 입니다. 이과수에도 많은데, 대략 6~8월에 잎이 다 떨어지고 난 다음에 붉은색의 탑 모양의 꽃을 피웁니다. 아마도 "붉다"는 의미가 들어있는 단어로 보입니다. 아르헨티나의 국화 역시 에리트리나 라고 불리지만, 모양이 좀 다릅니다. 역시 붉은색 꽃이지만 그 꽃은 에리트리나 쎄이보 Eritrina Ceibo 라고 불리고, 위의 꽃은 에르트리나 스페시오스 라고 불립니다. 루스 공원에는 입구와 연못쪽으로 에리트리나들이 상당수 있었습니다.
바로 위의 사진에서 붉은 색 꽃이 에리트리나 입니다. 공원의 이 부분은 루스 호텔 앞쪽인데, 담장으로 반가운 꽃나무가 있었습니다. 꽃이 피지는 않았지만, 이제 곧 봄이 되면 꽃을 피울 것입니다. 담장에 낮게 깔려있는 나무가 바로 이비스쿠스 Hibiscus 입니다. 장미과의 꽃인데, 남미에선느 하와이 장미 Rosa Hawaiana 혹은 중국 장미 Rosa China 라고 불리며 한국의 무궁화와 아주 흡사합니다.
공원에는 각종 운동 기구들과 놀이기구들을 가져다놓았습니다. 이것이나 저것이나, 아침에 나온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기구들이 될 수 있어 보입니다. 제일 아래쪽의 붉은색 옷을 입은 아주머니는 제가 며칠 운동하는 동안 하루도 빼 놓지 않고 나오시더군요. 사진에는 오른손에 든 것이 보이지 않겠지만, 반짝이는 검을 들고 계셨습니다. 아마도 검술을 연마하시는 아주머니가 아닌가 싶습니다.
브라질의 기후가 좋아서인지 거구의 나무들이 많이 있습니다. 위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십여명이 두손으로 감싸야만 할 정도로 큰 나무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어쩌면 저 넓은 공원이래도 이런 나무 십여그루만 있으면 다 커버가 되겠구나 싶을 정도로 큰 나무들이더군요.
한편, 이과수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나무와 꽃들도 많았습니다. 제일 위쪽의 붉은 꽃은 헬리코니아 Heliconia 와 비슷한데, 이름은 모르겠습니다만 이곳 이과수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꽃입니다. 또 아래 두개의 꽃은 잎파리의 모양이 소 발굽과 닮았다고 해서 소발나무 Pe de Vaca 라고 부르는 나무입니다. 80년대 중반에 한 대학생에 의해서 이 식물의 잎파리가 혈당을 강하시키는 인슐린과 비슷한 성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로 일부 지역에서는 "인슐린 나무"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물론, 브라질에는 다른 종류의 "인슐린 나무"가 또 있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포스트 하겠습니다.)
루스 공원의 오래된 나무들에는 곰팡이도 있었습니다. 얼마나 큰지 제 얼굴보다 컸는데, 먹을 수 있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땅에도 곰팡이들이 있었지만, 나무 몸통에 생성된 이 곰팡이는 제 주의를 상당히 끌었습니다.
루스 호텔 쪽으로 있는 공원의 한 부분은 썰렁했습니다. 이 부분의 이름은 로세달 이라고 합니다. 한국어로는 장미 공원이라고 해야 할 듯 하네요. 이제 시간이 지나 늦은 봄이 되면 빨갛고 노랗고 흰 장미로 덮이게 될 곳입니다. 장미는 제가 젤 좋아하는 꽃 중의 하나입니다. ^^
무심코 지나가다 밟힌 부분을 보니 밤 송이였습니다. 그래서 눈을 들어 주위 나무를 살펴보았는데, 밤나무처럼 생긴 나무는 없었습니다. 그래도 열매가 비슷하니, 주변에 밤 나무가 있을 듯 한데, 정말 루스 공원에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밤 비슷한 다른 열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루스 기차역쪽으로는 사람들에게 앉아서 쉬라고 의도했는지, 아니면 그냥 데코레이션으로 만들어 놓았는지, 커다란 통나무와 작은 통나무들을 늘어놓았습니다. 상과 의자들로 보이는데, 과연 이 시설을 사용할 사람들이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피나코테카로 연결이 되는 곳에는 이렇게 길쭉 길쭉한 야자나무가 서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저 붉은 색의 벽돌 건물이 바로 피나코테카 입니다. 예술 박물관으로서 이번 주에도 뭔가를 진열해 놓았습니다만, 저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시간도 별로 없었구, 여유도 별로 없었거든요.
분리 수거 때문인지 곳곳에 이렇게 생긴 휴지통이 있었습니다. 다른 곳들의 그림도 많았는데, 왜 하필 이렇게 두꺼비처럼 생긴 괴물 사진의 휴지통을 찍었는지 모르겠네요. ㅎㅎㅎ
오래된 나무들 사이에 비집고 생명을 태워보겠다고 비쭉이 고개를 내민 파인애플의 모습이 보입니다. 파인애플은 포르투갈어로 아바카시 Abacaxi 라고 합니다.
피나코테카 맞은편으로는 사진에서 보실 수 있는 것처럼 오래된 나무들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얼마나 오랫동안 서 있었는지 줄기는 불뚝불뚝 특이한 모양으로 되어 있고, 뿌리는 일부 땅으로 나와 있습니다. 나무는 오래 될수록 더 멋있어 보입니다.
피나코테카 옆으로는 루스 공원에 대한 일반적인 정보가 들어 있는 간판이 있었습니다. 살펴보니 20여종 이상의 나무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또 여러 새들과 꽃들도 있네요. 그중 최근에 제가 포스트했던 파우 브라질 이라는 나무도 있다고 설명되어 있었습니다. 궁금증이 생겨서 지도에서 묘사된 곳으로 가서 찾아 보았는데,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공원에서 일하는 관리들에게 가서 물었는데요. 그들도 어느 나무가 파우 브라질인지를 찾지를 못하더군요. 다시 가서 찾다찾다 결국 못찾고 말았습니다. 이거, 공무원들을 이렇게 교육도 안 시키는 것이 브라질의 특징인가 봅니다.
관리 사무실 부근으로 철쭉이 아름답게 피었습니다. 대부분의 철쭉 처럼 분홍색이 많았고, 일부는 붉은 색과 흰색도 있었습니다. 철쭉은 스페인어로 아쌀레아 Azalea 라고 하고 포르투갈어로는 아짤레이아 Azaleia 라고 합니다. 철쭉은 독이 있어서 식용으로는 불가능하죠. 일부 진달래와 비슷하기 때문에 잘못 먹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남미 사람들은 모르더군요. 하긴 남미에 진달래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에, 특이해 보이는 건 오히려 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인 밀집 지역에 있는 루스 공원은 시간을 조금만 내면 찾아볼 수 있어서 더욱 값져 보입니다. 가까이에 있는 공원을 좀 더 자주 나가보는 것은 어떨까요?
댓글도 환영, 추천은 더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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