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을 돌아다니고 시내까지 모두 돌아보았을 때쯤 해가 졌는데, 시간은 아직 일렀다. 6시가 채 되지 않았던 것이다. 추운 계절에 돌아다녀서인지 할머니들과 조카는 뭔가 따뜻한 것을 드시고 싶어했다. 뭐가 좋을까?
한국이라면 육계장이나 곰탕이 좋겠지만, 꾸리찌바에 육계장이나 곰탕을 하는 곳은 없고.... 생각하다가 간 곳이 나까바(Nakaba)라는 일식집이었다. 예전에 꾸리찌바 살때 아내와 종종 들렀던 곳이다. 무엇보다도 우동 국물이 아주 시원하고 맛있었다. 시내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그곳으로 향했다.
또 다른 공간, 즉 식당의 전면에는 주문에 의해서만 음식이 제공되는 공간이 있는데, 우리 일행이 들어간 곳은 바로 이 공간이었다. 시간은 겨우 6시가 조금 지났을 뿐인데, 이미 날은 캄캄해져있었다. 그런데, 왠일? 식당이 문을 열지 않은 것이다! 날은 춥고.... 주차장을 지키는 사람은 식당이 7시부터 영업을 한다고 알려주었다. 7시라.... 아직 40분 이상이나 남았다. ㅠ.ㅠ
하지만 안에서 일하던 일본 여인이 우리 일행을 보고 문을 열어주고 따뜻한 차를 대접해 준다. 영업은 7시부터지만, 일단 안에서 앉아서 기다리라며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이런 사소한 배려가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다. 뜨거운 차를 잔에다 부어주는 일본계 여인. 이름은 Amelia 라고 하는데, 일본어는 못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브라질에 이주한 일본인의 후손이리라. 차를 마시며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여인이 주문을 받는다. 아직 영업하는 시간은 아니지만 첫 손님이니 기다리는 동안 음식을 만들겠다는 뜻이다. 그래서 할머니들과 조카는 튀김우동을 나는 수우동을 시켰다. 정갈하게 차려진 식당 내부. 그리고 각 식탁마다 번호가 붙은 상자가 있었는데, 냅킨이 들어가있고, 뚜껑에는 벨이 달려있다. 점원을 부를 때 사용하는 도구이다. 벽에도 몇몇 그림이 붙어있고, 저 뒤쪽 유리창 뒤편으로는 일본식으로 조그마한 정원이 꾸며져있다. 조리대 바깥인데, 손님들을 위한 서비스를 준비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손을 쉬지 않고 놀리면서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기다리는 동안 하나 하나 나오기 시작한다. 일단 파와 생강을 곁들인 두부가 나오고 그 다음 우동이 나왔는데, 국물 맛이 여전하다. 참, 일품이다! 튀김우동에는 튀김이 딸려나온다. 덴뿌라라고 해야겠지만, 우리네 어묵하고는 좀 다르니 그냥 튀김으로 총칭한다. ^^ 야채 종류들을 거죽을 씌우고 기름에 바짝 튀긴 튀김인데, 이 집 주방장의 솜씨는 참 훌륭하다. 우리 부부가 꾸리찌바에 살 때는 일식집이 10손가락으로 꼽았었다. 당시에도 이 집은 유명한 일식집이었는데, 지금은 꾸리찌바 시내에 수십순데의 일식집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이 집은 유명한 일식집이다. 그 이유가 이렇게 한결같은 맛을 내는 주방장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내가 주문한 수우동의 뜨거운 국물이 뱃속으로 들어가자 좀 살것 같다. 맛있는 우동 국물을 후후 불어가며 다 마시고 나자 포만감도 밀려들고, 좀 쉬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할머니들을 모시고 돌아다닌 첫날이 끝났다. 이제 꾸리찌바 시내를 떠나 인근을 조금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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