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 원피스를 걸친 날씬한 금발의 아가씨가 웃음을 짓고 포즈를 취해 줍니다. 어쩐 일이냐구요? 2011년 브라질의 사진 & 이미지 엑스포에 가 보았습니다. 제 눈에 가장 띄었던 제품을 손에 쥔 모델이 포즈를 취해 준 것입니다. 손에는 옛날 향수를 느끼게 해 줄 직시식 카메라의 현대판 버전이 들려 있습니다. 요 아래 하단에 카메라 사진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새삼, 상파울로의 물가가 엄청나다는 것을 느낀 하루였습니다. 일단 주차비가 25헤알, 미화로 15불 입니다. 옆 나라 아르헨티나 기준으로는 70페소에 달합니다. 정말 ㅎㄷㄷ하게 느껴지는 주차비더군요. 그래서, 조금 다리 운동도 할 겸, 이웃에 있는 쇼핑 센터에 차를 주차시키고 가 보기로 했습니다. (누군가 얌체라고 할 것 같아서 미리 말씀드리지만, 쇼핑 센터에서 사실 쇼핑도 했습니다. 양복 한벌 구입했죠.)
엑스포가 열린 EXPO Center Norte 입니다. 주차장 바로 앞에 있는데, 예전에는 외관이 좀 추레하더니만, 지금은 아주 날렵하게 유리로 장식을 했더군요. 겉모습만 변했을 뿐인데도 전혀 새로워 보입니다.
미리 인터넷으로 신청을 한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혹은 오프라인에서 초대장을 받은 사람도 들어갈 수 있구요. 하지만 이도 저도 없는 사람은 60헤알이던가를 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함께 동승했던 사람 한명은 결국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뭐, 안봐도 될 사람이었던 거죠. ㅎㅎㅎ
저는 18일 즉 마지막 날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오후 두시에 갔기 때문에 시간은 충분했습니다. 게다가 제가 살펴보고 싶었던 것은 몇 분야가 안 되었기 때문에 더더구나 시간이 여유가 있었습니다.
인포이구아쑤 닷컴 infoiguassu.com 으로 미리 예약을 해 두었기 때문에 목에 거는 이름표를 받아서 걸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디지털 카메라 기기를 선보이는 회사들이 많이 줄었더군요. 일단 DSLR 을 주로 취급하는 회사로 캐논과 니콘 그리고 소니가 보였습니다.
이 세 회사중에 캐논과 니콘은 미러리스 카메라는 생산하지 않고 DSLR 에만 치중을 하고 있었습니다. 소니의 경우는 DSLR 에 알파 시리즈로 두 개를 선보였지만, 따로 미러리스 카메라도 선보이고 있더군요. 소니를 제외하고 미러리스는 파나소닉과 삼성 이렇게 세 회사가 전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위에 나온 니콘, 캐논, 소니 그리고 삼성은 컴팩트 카메라들도 많이 선보이고 있었지만, 어딘지 숫자가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러구보니 올림푸스, 소니에릭손, 카시오와 같이 소형 똑딱이 카메라들을 많이 만들어 출시하던 회사들은 하나도 안 보이더군요. 아마 현재 대세라고 할 수 있는 스마트폰에 밀려 더이상 똑딱이들은 설 자리를 잃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내심 후지에서 DSLR 후속 모델을 하나라도 출시하지 않을까 기대를 했었는데, 역시 DSLR은 하나도 없고 하이엔드로만 승부를 거는 모습입니다. 브라질 엑스포에서 후지필름은 하이엔드로 거의 10여종을 선 보였습니다. 똑딱이는 하나도 없고 오직 하이엔드, 게다가 제가 지금 쓰고 있는 S-100 FS의 후속 모델들이 선보였습니다. 후지의 DSLR이 니콘 렌즈를 마운트해서 사용했는데, 이제 그마저도 생산라인을 없앤 모양이었습니다. 엑스포 관계자들에게 물었는데, 그에 대한 정보는 없더군요.
삼년전에 엑스포를 갔을 때 보이지 않던 반가운 메이커가 두개 있더군요. 코닥과 노릿수 였습니다. 한때는 사진업계의 강자였던 코닥이 디지털 열풍이후 잠수함을 탔더랬는데, 지금은 다시 특허가 많은 회사라서 회생을 하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래서였을까요? 아무튼 엑스포에 코닥이 있어서 신기했습니다. 또 한때 미니랍의 대명사였던 노릿수 역시 새로 부스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다가가서 살펴보니 이젠 미니랍이 아니라 앨범과 사진 인화 및 디지털 인쇄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처럼 보입니다.
다른 사진 관계 업체들이 들쭉 날쭉 흥망성쇄를 거듭하는 동안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관련업체가 하나 있더군요. 삼각대의 대명사인 맨프로토 인데, 역시 여기도 참여를 하고 있었습니다. 맨프로토를 보니 조금 반갑기도 하고.... 그렇더군요.
그리고는 대부분 소프트웨어 업체들, 또는 액세서리 업체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위 사진 가운데 검은 커버는 DSLR 카메라에 뒤집어 씌우는 커버더군요. 사람들이 손에 잡았다가 내려놓는것이 좀 불편하달까? 아니면 굳이 여기에 돈을 왜 쓰나? 하는 표정이더군요. 저두 손에 잡아 보았다가 그냥 내려놓았습니다. 제가 지금 사용하는 카메라 커버는 없었거든요. ㅎㅎㅎ
좀 특이해 보이기도 하고, 예상했던 모습이기도 했던 것은 바로 세미나처럼 보이는 공간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좀 괜찮다 싶은 부스에는 의자들이 많이 놓여져 있어서 사람들을 상대로 자신들의 소프트웨어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강의를 듣는 사람들은 이제 저 소프트웨어를 사용해서 뭔가를 할 사람들이겠지요? 전, 관심이 그쪽으로 쏠리지 않아서 결국 하나도 안 듣고 말았습니다.
역시 대륙의 업체들이 많이 참여를 했더군요. 각종 앨범과 액세서리와 소프트웨어와 장비 혹은 관련 소품들을 파는 부스들이 엄청 많았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관심이 별로였는지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습니다. 저두 휙 둘러보고 말았습니다.
필요한 정보만을 찾아 돌아다녀셔였을까요? 흔히 엑스포를 가면 볼펜 한 두개씩은 받아오곤 했는데, 이번에는 그 흔한 볼펜 하나 없이 팜플렛 몇 종류만을 챙겨 왔습니다. 종이로 만든 후지 백 속에 몇 메이커의 상품에 대한 팜플렛 몇 종이 다 였습니다. 내용이 왠지 부실한 엑스포가 아니었나 싶겠지요?
그나마 제 감성을 자극한 제품이 후지에서 선보인 X-100 이었습니다. 예전의 직시식 카메라의 모습을 꼭 빼닮았더군요. 다만 디지털이라는 것이 다를 뿐이지만요.
엑스포를 갔다와서 나름대로 정리를 해 보았습니다. 일단 카메라 시장에서 똑딱이는 점차 사라져 갈 상품으로 결론지었습니다. 대신에 착탈식 미러리스의 약진이 눈에 띌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과 소니 그리고 파나소닉의 삼파전이지만 더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습니다. DSLR 의 경우는 니콘과 캐논이 전쟁을 하는 와중에 소니가 조그맣게 끼어들어 삼파전의 양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이엔드 역시 앞서 언급한 메이커와 후지필름이 경쟁 구도를 만들 것으로 보입니다.
프린터 메이커들은 이번 엑스포에 참여를 거의 안 한 모습입니다. 어쩌면 사진의 인화라는 부면은 점점 더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사진 관련 액세서리는 거의 대부분이 앨범과 책자본 형태의 앨범이 되어가고 있더군요.
엑스포에서 가격이 쌀 것으로 기대를 하지는 않았지만, 카메라의 가격이 무지 비싸더군요. 그래서 몇 종류만 물어보고는 그냥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몇 년 지난 모델인 Nikon D90의 경우 18-105mm 렌즈를 포함한 가격이 이곳 델 에스떼에서는 1100~1300 달러면 살 수 있는데, 니콘 부스에서 18-105mm 렌즈를 끼어서 4999 헤알, 즉 5천 헤알을 받고 있었습니다. 미화로는 3000 달러 정도가 됩니다.
엑스포를 가면서 기대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사진기의 경우 저는, 해상도가 15 Mega Pixel 이나 500 Mega Pixel 이나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현미경으로 볼 것이 아니라면 그 해상도야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어차피 인터넷에 올릴 사진을 찍는다면 저는 해상도를 3 mega pixel에 놓고 찍을 테니 말입니다. 또 CCD나 CMOS의 처리속도나 용량 역시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더 빨라지고 더 밝아진다고 해도 그게 뭐 그리 차이가 날까요? 일반 사람들 (저를 포함해서)에게는 숫자의 개념이 그렇게 쉽게 와 닿지 않습니다. 오히려 디자인의 차이가 더 쉽지 않을까요? 그렇게 보았을 때, 결국 엑스포에서 뭔가를 선보이려면 소프트웨어를 선보일 것이고,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다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예상대로 정말 그렇더군요.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에 사진기 업계의 미래는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제 갈데까지 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엑스포였습니다.
댓글 하나쯤 써 주면 안 될까요?